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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 부소장의 보유세 증세론에 동의하기 힘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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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선대인 부소장의 보유세 증세론에 동의하기 힘든 이유

[홍헌호 칼럼] 잘못된 정보에서 좋은 대안이 못 나온다

김광수경제연구소의 선대인 부소장이 '세금혁명당'을 만들고, '세금혁명론'을 내세우고 있다고 한다. 지인이 필자에게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냐고? 필자는 대답했다. 별로 관심이 없다고. 지인이 또 물었다. 이유가 뭐냐고? 필자는 또 대답했다. 연구를 하다보면 총론에는 동의하지만 각론에서는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고.

이 글에는 필자가 선대인 부소장의 '세금혁명론'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가 일부 들어있다. 그의 책 <세금혁명>에 대한 본격적인 서평은 차후에 내놓기로 한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와 토지+자유연구소가 대립하게 된 이유

지난 1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정승일 정책위원이 <프레시안>에 올린 칼럼에서 흥미로운 말을 꺼냈다.

"'자유 시장'을 옹호하고 '토지 불로소득'은 비판하는 헨리 조지의 입장과 견해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그것은 토지와정의연구소 소장 남기업,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선대인 그리고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김대호 등에 의해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견해는 당연히 (자유 무역을 포함한) '자유 시장' 그 자체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와 직접적으로 부딪친다."(정승일, '워럿버핏, 이건희가 당신의 몫을 훔쳤다!', <프레시안> 4월 1일)

정 위원이 세 사람에게 각을 세우는 이유는 뭘까?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 <서울신문> 2010년 5월 19일자에 실린 남기업 소장 관련 기사가 흥미롭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 '역동적 복지국가론' 비판"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기사는 복지국가소사이어티와 토지+자유연구소가 대립하게 된 이유를 비교적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 기사에 따르면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시장 vs 정부' 구도 아래 정부가 더 적극적인 복지정책을 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남 소장은 "정부와 시장을 대립시킨 뒤 '신자유주의 반대', '자본과의 대결' 등을 내세우는 진보진영의 문제의식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시장 vs 정부' 구도 대신 '좋은 시장 vs 나쁜 시장'의 구도가 좀더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따옴표는 기사문 따옴 표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토지정의시민연대의 이태경 처장이 이와 유사한 글을 자주 쓰곤 했는데, 필자는 그것을 그의 개인적인 사견으로 치부해 왔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어렴풋이 진보진영 내부에서 '공정사회론'이 상당히 보수적인 맥락에서 운위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필자의 그런 우려가 기우가 아니었던 것이다.

또 남 소장은 이렇게 주장한다. "역동적 복지국가모델의 핵심인 가파른 수준의 누진적 소득세 도입과 같은 증세론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또 "노무현 정부가 종부세를 제안했을 때 법인세 인하 같은 감세안도 동시에 제시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황스럽다.

아무런 연구과정도 거치지 않은 선대인의 보유세 증세론

도대체 남 소장의 대안은 무엇일까? 그는 "보수진영이 따라올 수 없는 진짜 진보적 의제를 생산"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토지보유세라 한다. 자주 듣는 말이라 새삼스러울 게 없으나 들을 때마다 궁금한 게 있다. 도대체 토지 보유세를 어느 정도까지 인상하란 말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7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관련세 비율은 3.1%였고, OECD 평균은 1.6%였다.

물론 우리나라의 PIR(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이 선진국보다 더 높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GDP 대비 부동산 관련세 비율도 OECD 평균보다 더 높아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정도가 있는 법이다.

그런데 필자의 이런 의문에 용감하게 대답을 해 주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가 바로 김광수경제연구소의 선대인 부소장이다. 토지정의시민연대의 이태경 처장에 따르면 "선대인은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선진국 수준으로 환수할 때 보유세 26.8조 원, 양도세 5조 원, 임대소득세 6조 원, 합계 39조 원을 징수할 수 있다고 보았다."고 한다. (<프레시안> 2011년 1월 17일 이태경 칼럼)

오래된 궁금증이 풀릴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선 부소장의 책, <프리라이더>를 뒤적여 보았다. 그러나 필자의 기대는 바로 실망으로 바뀌었다. "보유세 26.8조 원"이라는 수치가 아무런 연구과정도 거치지 않고 선 부소장이 그냥 감(感)으로 만들어 낸 수치였기 때문이다.

보유세 실효세율에 대한 선대인의 오해

그는 이 책에서 "부동산 보유세를 부동산 자산의 0.5%만 과세해도 매년 32.5조 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2008년 보유세 세수가 5.7조 원이라 소개했다. 선 부소장 주장은 부동산 실효세율(=부동산 시가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율)이 0.5%일 때 32.5조 원의 세수가 확보된다는 것과, 2008년 보유세 세수가 5.7조 원이므로 이 해의 부동산 실효세율이 0.1%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0.1%라는 수치는 어디에서 도출했을까. 그는 "한국은행(이) 국내 주택보유세의 실효세율이 0.17~0.52%"라고 하나 "과표를 기준으로 한 실효세율보다 국내의 실제 부동산 보유세 부담률이 형편없이 낮게 나타났"기 때문이라고만 서술한다. 0.17~0.52%라는 수치보다 작다는 판단 하에 감(感)으로 0.1%라는 수치를 만들었음이 분명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과표를 기준으로 한 실효세율을 산출한 적이 없다. '과표 대비 세금 비중'을 실효세율이라 간주한 적도 없다. 또 "0.17~0.52%"이라는 수치는 한국은행이 아니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것이다. 또 재경부는 "0.17~0.52%"라는 수치를 발표하면서 이것이 '시가 대비 보유세 비율'임을 명확하게 표시하고 있다(0.17%는 재산세 실효세율, 0.52%는 종부세 실효세율, 2006년 기준).

유감스럽게도 선대인의 주장은 기초적인 연구과정을 거친 것이 아니었으며, 기초자료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것이었다.

선대인의 보유세 27조 원 증세론, 현실성 없다

선 부소장의 보유세 27조 원 징세론은 현실성이 있는 것일까? 그것을 검증해 보기 위해서는 OECD 30개국의 GDP 대비 재산관련세 비율을 계산해 볼 필요가 있다.
▲ ⓒ홍헌호

[표-1]에 따르면 2007년 우리나라의 GDP 대비 재산관련세 비율은 3.4%로 OECD 평균 1.96%에 비해 1.7배 높다. 물론 최근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관련세 감세를 추진했기 때문에 이 비율은 낮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점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비율이 여전히 OECD 평균보다는 더 높다.

OECD 30개 회원국의 GDP 대비 재산관련세 비율이 2% 내외이고, 우리나라가 3% 내외인 현실에서, 이것을 27조 원 늘리자는 선 부소장 주장이 국민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까? 필자는 그의 대안이 국민들의 공감을 얻어낼 가능성은 5%도 안된다고 본다.

▲ ⓒ뉴시스

증세의 제1 타깃, 소득세와 기업부담 사회보장세

필자의 대안은 어떤 것인가? OECD 국가들의 세목별 조세부담률이 선진국들의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나온 결실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들의 소중한 정책적 자산을 존중하여 이에 도달하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홍헌호

OECD 통계자료에 비추어 보면 우리나라가 우선적으로 증세를 추진해야 하는 부분은 소득세, 기업부담 사회보장세 부분이다. 2007년 우리나라 GDP 대비 소득세 비율은 4.4% 였지만, OECD 평균이 9.4%였다. 같은 해 우리나라 기업부담 사회보장세 비율 또한 2.4%에 불과했지만 OECD 평균은 5.4%였다.

반면, GDP 대비 법인세 비율은 우리나라가 4.0%. OECD 평균이 3.9%였고, 개인 부담 사회보장세 비율은 우리나라가 3.1%, OECD 평균이 3.1%였다. 법인세 부문과 개인 부담 사회보장세 부문에서 증세 명분을 찾기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재산관련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재산관련세 비율이 3.4%인 반면, OECD 평균이 2% 이기 때문에 이를 증세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PIR(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이 선진국보다 더 높다는 점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PIR이 선진국의 두 배라는 주장은 일부 연구기관들의 오해의 산물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일본식 거품붕괴론이 풍미하던 지난해 3월 산은경제연구소는 '국내 주택가격 적정성 분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우리나라의 PIR이 6.26배로 미국의 3.55배, 일본의 3.72배보다 두배는 더 높다는 주장을 내놓은 적이 있다.

그러나 이들의 연구방식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었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PIR을 계산할 때는 33평형 아파트가격을 근거로 한 반면, 미국과 일본의 PIR을 계산할 때는 기존주택 평균가격을 활용했다. 그러나 이런 식의 국제비교는 적절하지 못한 것이다.

틀린 정보를 반복적으로 유포해서는 곤란

선대인 부소장의 글을 접하며 느끼는 난감함은 글 내용이 전혀 연구과정을 거쳐서 나온 게 아니라는 점이다. 연구과정을 거친 글쓰기는 신문기사 등을 통해 떠돌아다니는 주장들을 객관적 자료를 통해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 나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다. 그런데 선 부소장의 글은 이런 과정이 대부분 빠져 있다. 그러다보니 부정확한 정보, 틀린 정보가 반복적으로 유포되는 것이다.

그 중 하나를 예로 들면 이런 것이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경제 규모는 7500조 원, GDP로 대표되는 생산경제 규모는 1064조 원에 이른다. 자산경제 규모가 생산경제보다 7배 크지만, 부과되는 세금은 생산경제 쪽이 4배 이상 많다. 근로소득에 불로소득보다 30배 이상 과중한 세금을 매기는 셈이다."(선대인, "MB정부, 서민들 '삥' 뜯어 부동산 투기꾼들 배불리는 꼴",<프레시안> 3월 25일)

선 부소장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고정자산과 유동자산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국민계정을 만들 때, 주택가치를 월세액으로 환산하여 국민소득에 반영한다. 이는 UN의 국민계정 집계 기준에 따른 것이다.

주택에 대해서는 어떻게 과세해야 할까. 자가주택 소유자는 임대주택 거주자와 달리, 주택임대료를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자가주택 월세 환산액을 소득으로 보고 이에 대해 다른 소득과 함께 과세해야 한다. 실제로 한두 나라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별로 시기별로, 또 개발 여부에 따라 자가주택 월세 환산액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조세부과방식은 지나치게 번거롭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간편하게 보유세나 거래세 방식으로 이를 대체하는 것이다.

전자와 후자의 경우 과세기준소득(과세표준)은 어떻게 정해질까. 전자의 경우 자가주택 월세 환산액을 소득으로 보므로 이것이 과세표준이 된다. 시가 3억 원 아파트 월세 환산액이 연간 700만 원이라면, 비용 등을 공제하고 600만 원 정도가 과세표준이 될 것이다. 반면, 후자의 경우 과세표준은 600만 원이 아니라 주택가격인 3억 원이 된다. 이 때문에 선진국의 소득세 실효세율이 10%를 넘어서는 반면, 보유세 실효세율이 1%에 미치지 못하는 거다.

따라서 선 부소장처럼 주택가격과 소득을 단순비교하고, 자산경제 규모와 생산경제규모를 단순비교해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어느 나라가 근로소득 1억 원에 대해서 10% 세금을 부과하여 1000만 원을 징수하고, 시가 3억 원 주택을 가진 사람에게 역시 10% 세금을 부과하여 3000만 원을 징수하면 얼마나 황당하겠는가(실제로 우리나라 근로소득 1억원에 대한 실효세율[총소득 대비 조세부담액 비율]은 10% 내외로 나타난다).

물론 이와 같은 선 부소장의 많은 오류에도 불구하고, 그 취지가 옳기 때문에 눈감아 주자는 사람도 많다. 필자도 그들의 조언대로 수없이 눈감아 왔다. 그러나 오류를 덮어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런 오류들이 축적되면 종국에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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