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48시간'이 절반 넘게 지났다. 하지만 희망의 빛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핵연료봉을 냉각하기 위해 대규모 살수(撒水·물 뿌리기) 작전이 진행 중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는 모두 6기의 원자로가 있다. 이 가운데 2~3기는 대량의 방사능이 유출될 정도로 위험하다는 게 해외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17일 오전, 프랑스의 '방사능 방어 및 핵안전 연구소(IRSN)' 티에리 샤를 소장은 "앞으로 48시간이 중대 고비"라고 말했다. 오는 19일 오전까지 핵연료봉 냉각에 성공하느냐가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4호기 건물 안에서 반짝이는 빛, 정체는?
18일 일본 언론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사태는 예상보다 심각하다. 일본 자위대가 헬기를 타고 원전 상공에서 근접 촬영한 동영상인데, 상태가 가장 심각한 상황으로 알려진 원전 3호기는 폭발로 지붕이 뻥 뚫려 있다. 그리고 흰 방사성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옆에 있는 4호기도 처참하게 부서져 있다. 이 동영상을 분석한 도쿄전력은 원전 4호기 건물 안에서 반짝이는 은색 빛을 발견했는데, 연료를 보관하는 수조 표면이 반사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추정이 맞다면, 4호기의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수조에 물이 어느 정도 남아 있다는 뜻이므로 핵분열이 다시 시작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향할 가능성은 적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추정일 뿐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그레이엄 앤드류 과학기술담당보좌관은 17일(현지 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후쿠시마 원전 4호기에 대해 "중대한 안전상의 우려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3호기 냉각 작업 재개
그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단히 심각하다"며 "나빠지지 않았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더 악화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그는 "현재 1, 2, 3호기는 비교적 안정된 것처럼 보인다"라고 말해서 사태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18일 오후 2시께, 일본 자위대는 소방차를 동원해 3호기에 대한 냉각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동경전력이 미군으로부터 빌린 소방차와 동경 소방청 소속 소방차도 이 작업에 동참했다.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이날 작업에 투입된 소방차는 모두 7대로, 한 대씩 3호기 근처에 다가가서 모두 50톤의 물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작전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일본 정부 역시 효과를 확신하지는 않고 있다.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입장이다.
전력 공급은 문제 해결의 필요조건일 뿐
관건은 원전의 냉각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전력을 복구해야 한다. 일단 2호기에 대한 전력 공급을 위한 송전선 배설 작업은 밤샘 작업 끝에 성공했다. 2호기에서 1호기를 연결하는 가설 배전 작업도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후쿠시마 1, 2호기에 대한 전력공급은 이르면 18일 안에 이뤄지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그러나 이런 전망은 19일까지로 연기됐다. 또 18일 오후 현재, 2호기에서 다시 흰 연기가 치솟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연기의 정체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문제로 꼽힌 것은 3, 4호기인데, 일본 원자력 안전보안원측은 이들에 대한 전력 공급도 일요일쯤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는 목표일 뿐이다. 3, 4호기의 방사능 유출은 심각한 상태라고 알려져 있어서, 목표 달성 여부는 불투명하다. 18일 밤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또 있다. 설령 전력 공급에 성공한다고 해도, 냉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전력 공급은 문제 해결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일 수는 없다는 게다.
5, 6호기, 냉각수 수조 온도 상승 중
5, 6호기 역시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일본 방송에 따르면, 5호기와 6호기 냉각수 보관수조의 온도가 올라가고 있다. 앞서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던 3호기와 4호기는 지난 14일과 15일 잇따라 수소 폭발이 발생했다. 온도가 계속 올라가면, 물이 증발해 수위가 내려가고, 이는 냉각 기능을 떨어뜨려 다시 온도를 높이는 악순환을 낳는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임계치를 넘으면, 또 다른 재앙이 생길 수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