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발전 산업의 전망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환경운동가의 말이 아니다. 시장 지표가 이렇게 말한다.
원자력 발전의 원료인 우라늄 가격은 폭락세다. 반면, 탄소 배출권 가격은 오르고 있다.
원전 폭발 이후, 우라늄값 폭락
17일 시장조사업체인 Ux컨설팅에 따르면, 농축산화 우라늄(Uranium Oxide Concentrate) 가격은 파운드당 49.2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월 파운드당 73달러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30%p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직후, 이렇게 뚝 떨어졌다.
주목할만 점은, 이처럼 떨어진 가격에도 오히려 우라늄 매도량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원전 폭발 이후인 이번 주 들어 우라늄 거래량은 300만 파운드에 육박했다. 이는 평소 거래량의 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결국, 우라늄 가격은 더 떨어질 전망이다.
이는 각국 정부가 원자력 발전을 축소하리라는 시장의 전망이 반영된 결과다. 대신 탄소배출권 가격은 11일 이후 10.8% 올라 지난 16일 현재 유럽 시장에서 12월 인도분 가격이 ton당 17.76유로를 기록했다. 최근 27개월 동안 가장 높은 가격이다. 평소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에 투자해 왔던 기업은 이익을 누리게 됐다.
세계는 원전 감축 추세…"원전 수출로 경제 성장? 어디에 팔겠다는 건가"
문제는, 시장의 이런 신호와 한국 정부가 택한 방향이 정반대라는 점이다. 일본의 대참사 이후에도, 이명박 정부는 원전 중시 정책을 포기할 기미가 없다. 오히려 강화할 분위기다.
'원전 수출'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에는 변함 없다. 그러나 국제시장에선 원전 수요가 빠르게 줄고 있다. 한국은 수출하고 싶어하지만, 수입할 나라가 많지 않다는 말이다.
오는2030년까지 원전 9기를 더 건설해서 현재 34.1%인 원전 생산 전력 비율을 59%까지 늘린다는 계획 역시 그대로다. 원전의 문제는 경제성만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안전성이다. 여기에 대해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만만하다. 이 대통령은 18일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이 매우 우수하고 안전하고 지금도 잘 운영해나가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의 엇갈린 행보…"역사는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하지만, 이런 모습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최근 결정과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메르켈 총리는 "안전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고려 대상"이라며 1980년 이전에 건설한 원전 7기의 가동을 잠정 중단하고 3개월 동안 안전성을 점검하기로 했다.
잘 알려져 있듯, 메르켈 총리는 물리학 박사 출신이며, 정통 보수 정치인이다. 요컨대 좌파적 소신 때문에 원전 가동을 중단하기로 한 것은 아니다.
여기서 궁금해진다. 건설업체 사장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은 물리학 박사인 메르켈 총리보다 원자력에 대해 더 잘 알아서 원전 안전성과 원전 경제성을 확신하는 걸까.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