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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는 어떻게 500만 중소상인을 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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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는 어떻게 500만 중소상인을 울리나?

[MB가 보고하지 않은 FTA] '유통법'·'상생법'과의 모순

작년 11월, 대한민국 국회는 중소상인에게 중요한 두 개의 법률을 의결했다. 이 법들은 골목 상권까지를 무차별적으로 치고 들어오는 대기업 슈퍼마켓(SSM)으로부터 중소상인을 보호하려는 것이었다.

첫째 동네 재래 시장을 '전통 상업보존구역'으로 정해 그 500 미터 거리 안에서는 대기업 슈퍼 마켓을 못하게 했다. ('유통법') 그리고 대기업 직영 뿐 아니라, '프랜차이즈' 형태의 대기업 슈퍼마켓이 진입하려고 하여 동네의 중소 상인들이 경영에 큰 피해를 입을 경우에 사업조정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상생법') 이 신청을 받아 중소기업청장은 중소 상인의 사업활동 기회를 확보하는 데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해당 대기업등에 사업의 인수·개시 또는 확장의 시기를 3년 이내에서 기간을 정하여 연기하거나 생산품목·생산수량·생산시설 등을 축소할 것을 권고할 수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아니하는 대기업 등에 그 이행을 명할 수 있다

대기업 슈퍼를 지켜주는 한·EU FTA

그런데 만일 한국과 유럽연합의 자유무역협정(한·EU FTA)이 발효되면 유통법과 상생법은 어떻게 될까? 나의 의견을 미리 말하자면 중소상인 보호법과 한·EU FTA는 서로 모순이다. 한·EU FTA는 중소상인 보호법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왜 그런가?

한국이 한·EU FTA에서 유럽 27개 나라의 회사들이 한국에서 프랜차이즈 유통업에 진출하는 것에 아무런 조건과 제한을 달지 않기로 했기로 했기 때문이다. 직영 대기업 슈퍼도 마찬가지이다. 한·EU FTA에서는, 만일 한국이 이를 어기면 한국은 유럽으로부터 무역보복을 받게 된다.

이 사실은 이명박 정부가 지난 2월 28일, 국회에 제출한 한·EU FTA 비준 동의안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가맹점형 대기업 슈퍼만을 보자. 국회의 홈페이지(www.assembly.go.kr)에서 비준동의안을 보면, <대한민국의 서비스 양허표>에는 "D.프랜차이징"의 "시장 접근에 대한 제한"에서 "3) 제한 없음"이라고 되어 있다. (비준동의안의 327면) 이 의미는 무엇일까?

위의 "3) 제한없음"은 "3)"과 "제한없음"의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3)"은 유럽 회사가 한국 영토에 직접 주재하는 방식을 표시한다. 한국 회사를 인수하거나 합작하거나 설립하거나 유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제한 없음"이란 영어의 "None"을 번역한 것이다. 그 의미는 제한이 없다는 것으로서 '완전한 시장 접근(full commitment)'을 유지할 의무를 부담한다. (2005년, 세계무역기구 미국-도박서비스 판례)

결국 "3) 제한 없음"이란 한국이 유럽 27 개 나라의 회사가 한국에서 프랜차이징 영업에 진출하고 영업을 유지하는 데에 완전하게 제한이 없도록 할 국제법적 의무를 부담한다.

조금 생소한 낱말들이지만, 일단 "3)제한없음"이라고 명시하면, "수량 쿼터, 독점, 배타적 권리, 또는 경제적 수요 심사(economic needs test)와 같은 그 밖의 설립요건"의 형태에 관계없이 "설립의 수(number of establishments)"에 대한 제한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한·EU FTA 7.11조) 즉 그 형태에 관계없이 설립의 수를 제한하는 조치를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만일 한 나라가 중소 상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대기업 프랜차이즈 슈퍼 입점을 제한하려면 <서비스 양허표>에 '경제적 수요 심사'를 하겠다고 미리 표시해 두어야만 한다. 직영 기업형 슈퍼 입점제한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소매업 분야를 보면, 유럽의 벨기에, 이탈리아, 프랑스, 덴마크, 불가리아, 포르투갈, 몰타 등 일곱 나라들은 한·EU FTA에서 백화점을 신규 개설하는 경우 기존 매장의 수와 영향, 인구 밀도 등을 고려하여 경제적 수요 심사를 하겠다고 못박아 두었다. 포르투갈도 대형 백화점의 신규 개설 때만 입점 심사를 하겠다고 했던 것을 한국과의 FTA에서는 백화점 전반으로 강화했다.

이처럼 한국이 중소상인을 보호하는 입점 제한 조치를 하려고 한다면, 따로 그 내용을 한·EU FTA에 명시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 중소상인 보호 조치를 전혀 명시하지 않았다. 앞에서 보았듯이 "3) 제한없음"이라고 함으로서 완전한 진입 자유화를 명시하였다. 그러므로 입점제한조치를 취할 수 없다. 이는 '규정된 것보다 불리하지 아니한 대우를 부여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7.11조)

▲ 지난해 11월, 서울시 강북구 삼양시장 상인들이 롯데마트 입점 저지 시위를 벌이는 장면. ⓒ프레시안(김윤나영)

유통법과 상생법이 살아남으려면

위와 같은 이유에서 나는 유통법과 상생법의 대기업 슈퍼 입점 제한 조치와 한·EU FTA가 서로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상생법의 사업조정제도가 강제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한·EU FTA가 규정하는 '조치'에 해당한다.(7.2조) 조치란 당사자에 의한 일체의 조치를 말한다.

특히 한·EU FTA는 지금까지 유럽의 나라들과 한국 사이의 유통업을 규율하던 세계무역기구의 서비스 협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의 유통업에 진입하고자 하는 단계의 유럽 투자자에게도 혜택을 부여한다.(7.9조, 7.11조) 그러므로 아무리 강제력이 없는 사업조정제도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투자자에게 '규정된 것보다 불리한' 대우이다. '전통 상업보존구역'내 500미터 개설 금지도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해야 유통법과 상생법이 살아남을까? 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일 우리 사회가 한·EU FTA도 필요하고 500만 중소상인 보호도 필요하다는 것에 합의한다면, 한·EU FTA를 재협상해서 유통법과 상생법을 반영해야 한다. 지금의 한·EU FTA로는 안 된다.
이 기고는 지난 7일 게재됐습니다. 당시 글에서 벨기에는 애초 1995년 WTO에서는 백화점에 대해 경제적 수요심사를 요구하지 않았으나 한국과의 FTA에서는 새로 관철시켰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벨기에는 1995년 WTO에도 백화점에 대해 경제적 수요심사를 동일하게 요구했습니다.

이를 지난 3월 12일자로 바로잡았으니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이 점을 지적해 주신 외교통상부 관계자에 감사드립니다. 참고로 아래의 WTO 홈페이지 EU 편 서비스 개방 양허표가 WPF파일인 관계로 파일 뷰어 프로그램이 인식하여 화면으로 보여주는 과정에서 벨기에를 뜻하는 "B"가 다른 컬럼에 들어가버려, 해당 컬럼에는 없는 것으로 나오므로 이용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필자 주)

EU 서비스 개방 양허표:
http://docsonline.wto.org:80/DDFDocuments/t/SCHD/GATS-SC/SC31.WP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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