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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지엠 만이 아니라 폭스바겐·도요타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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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현대차, 지엠 만이 아니라 폭스바겐·도요타를 보라

[기고] 고용 '경직'이 아니라 '유연'이 문제다

지난해 7월 22일 대법원 판결에 이어 지난 10일 서울고등법원은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불법파견'에 해당하며, 구 파견법의 '고용의제'조항에 따라 정규직으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파기환송심 결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고용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보수 언론의 나팔수를 총동원하고 있다. 판결 이후 바로 대법원에 대한 재상고는 물론, 현대차 아산공장 건에서 이미 기각된 헌법소원을 다시 진행하는 몰상식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내부 반발을 무릅쓰고 지난해 12월 9일 25일간 점거농성을 해제하고 현대차의 성실교섭과 불법파견 노동자에 대한 진정성있는 정규직화 방안을 기대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6차례의 교섭에서 징계, 고소고발 및 손해배상 문제에 대해 일부 조정 가능성만을 언급했을 뿐,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열망인 정규직화에 대한 어떤 구체적인 방안도 내놓지 않았다.

게다가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선고판결 다음날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최한 동반성장 간담회에서 "현대차가 이익을 많이 냈으니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꿔 달라는 것은 억지"라며 "글로벌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던 미국 지엠과 클라이슬러가 회생할 수 있었던 것은 정리해고가 자유로웠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 26일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500여 명이 서울역 광장에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프레시안(김봉규)

또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는 전환에 들어가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경직성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로 접근해야 하는 문제"라고 언급하면서 "자동차산업은 경기변동이 심해 잘못되면 IMF와 같은 대량해고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식으로 정규직의 고용불안 의식을 부추기는 발언까지 했다.

현대자동차의 '우회로', 고용 유연화가 글로벌 스탠더드?

이와 같이 현대차 자본은 물론, 한국경영자총협회과 보수 언론은 이번 서울고법 선고판결로 인해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진성도급'이라는 자신들의 주장이 더 이상 법률적 타당성을 얻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이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우회로'를 찾고 있다. 소위 '기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고용유연화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논리다.

이러한 논리는 이미 현대차 불법파견문제가 불거지면서부터 여러 보수 언론은 물론, 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사용자측이 지속적으로 제기한 논리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강도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경총은 선고 당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판결이 우리나라 경제와 노사관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다"며 "선진 외국은 경제산업 구조의 변화에 맞추어 사내하도급 활용의 적법성을 유연하게 판단하는데 반해, 이번 판결로 인해 기업경쟁력이 상실되고 결과적으로 일자리 감소 및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국민들을 위협했다.

또한 현대차 불법파견의 사측 대리인인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재판부에 제출한 참고서면을 통해 "이번 판결로 인해서 사내하청 노동자의 투쟁 격화, 고용시장의 유연성 악화, 생산현장의 혼란, 갈등적 노사관계와 기업경쟁력의 약화 등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사내하청 불법파견 노동자의 지위를 합법적인 사내도급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국내산업 전체에 엄청난 후폭풍이 초래될 것"이라고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과연 그렇다면 경총, 김앤장 법률사무소, 보수 언론이 유포하고 있는 이러한 논리가 진정 사실에 기반하고 있는가?

2010년 당기순이익의 2.3%로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 충분히 가능

먼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엄청난 자금이 소요되고 비용경쟁력에 악영향을 준다는 저들의 논리에 대하여 살펴보자. 현대차는 사내하청 불법파견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매년 약 3000억 원의 추가 인건비를 비롯한 과도한 비용부담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대차는 지난 10년간 매년 평균 2조 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2009년에 이어 2010년 당기순이익이 무려 5조267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하였다. 또한 2010년 9월 말 현재 7조8887억 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이 누차 지적했듯이 현대차 불법파견 노동자의 정규직화에 소요되는 인건비 추가부담은 약 1200억 원에 불과하다. 현대차 강호돈 전 사장이 고용노동부 부산지청의 국정감사때 배포한 자료(제조업의 경쟁력과 사내하도급)에 따르면, 정규직 4년 근속 생산직의 연봉기준 월 총액임금이 약 432만 원이고, 동일근속 사내하청 노동자의 경우 약 316만원이다. 연봉기준으로 약 1392만 원의 차이가 난다.

이 기준에 따라 불법파견에 해당하는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총수를 약 8600명 정도로 추산한다면, 정규직화 소요자금은 1197억 원 정도이다. 이 수치는 2010년 현대차가 달성한 당기순이익의 고작 2.3%에 불과하다. 사실상 매출액 대비 인건비의 비중이 7~8% 정도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정규직화 추가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는 주장을 글로벌 톱3를 지향한다는 재벌 대기업이 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과 편법적 경영승계를 위해 약 5조 원을 현대건설의 인수에 배팅하고 있는 현대차가 고작 1197억 원 때문에 불법파견 노동자의 정규직화가 어렵다는 이야기는 무책임의 극치다.

사내하청의 확산은 고용보호 관련 법제도가 너무 유연하기 때문

한편 현대차는 사내하청 노동자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과격한 노동조합과 정규직의 고용경직성 때문이라는 주장을 보수 언론에 유포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연구결과는 이러한 주장이 허구라는 사실을 잘 지적한다. 실제로 노조 때문에 사내하청의 활용이 늘어났다는 연구는 존재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노조 존재유무와 무관하게 사내하청이 지난 10년 동안 제조업에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는 것은 정설이다. 실제로 노조조직율이 낮은 조선 및 철강업종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다는 사실은 현대차의 주장이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한편 정규직 고용경직성이 사내하청 활용의 주요한 원인이라는 근거 또한 매우 취약하다. 사내하청의 활용유무에 따른 일자리 소멸효과를 분석한 실증조사결과에 따르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것은 사내하청 노동자의 확산이 원청업체 정규직의 고용경직성 때문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또한 사내하도급 활용과 무관하게 정규직에 대한 고용조정(희망퇴직, 명예퇴직, 정리해고 등)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이러한 주장은 거짓이다.

또한 사내하청 불법파견이 과도한 고용보호법제도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논리는 사실왜곡에 가깝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산하 30개 회원국과 10개 신흥국의 고용보호법제도의 경직성 정도를 조사한 2008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고용보호 경직성 정도는 2.12로 총 40개국 중 17등을 기록해 상대적으로 유연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이 수치는 OECD 30개국 전체 유연성 평균치 보다 높은 수치이다.

이와 같이 한국의 고용유연성은 총 28개국 중 1999년 13위, 2004년에는 1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총 30개국을 조사한 2008년도의 경우 12위로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상당히 유연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2008년도 총 40개국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규직의 고용보호로 인한 경직성(2.29)은 평균치 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지만, 비정규직의 고용보호 수준(2.08)은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에 비해서도 상당히 낮다. 특히 집단적 해고에 대한 보호정도(1.88)는 신흥국을 제외하면 뉴질랜드(0.38)와 일본(1.50)에 이어 OECD 국가 중 3번째로 대단히 유연하다.

결국 지난 10년 동안 사내하청 노동자가 급속히 확산된 이유는 고용보호 관련 법제도가 지닌 경직성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고용보호를 위한 규제장치가 너무 약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독일 폭스바겐 파견노동자의 50% 정규직전환 노사합의

한편 현대차와 보수 언론은 전 세계적으로, 특히 경쟁국인 독일과 일본의 경우 파견법을 비롯한 고용관련 법제도의 '규제완화'를 통해 고용유연화(제조업 파견허용, 고용의제 및 간주 기준 엄격화 등)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한국 제조업의 경우 파견이 허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합법적인(?) 사내도급 조차 불법파견으로 오도당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즉 비정규직의 자유로운 활용과 사내하청의 확산이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

2000년대 초반 독일과 일본 또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 고용관련 법제도의 규제완화로 인해 비정규노동자의 보호장치가 일정하게 후퇴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고용유연화조치로 인해 기간제 및 파견제 등 직간접 비정규노동자들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구조적 실업해소에 별 다른 도움이 되지 안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러한 상황인식에 따라 여러 선진국들은 2000년대 후반 이후 비정규노동 관련 법제도의 재규제화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의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 또한 동일노동-동일임금을 비롯한 차별금지 및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다양한 조치들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해외 완성차업체의 인력활용에 대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합법적인 파견업체 노동자가 아닌 외부 하도급업체 노동자가 완성차업체의 생산라인에 직접 투입되어 정규직과 함께 일하고 있는 해외공장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도요타 또한 지난 금융위기 이후 무분별한 비정규직의 활용이 기업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간접고용형태의 파견노동자의 활용을 최대한 줄이고 직접고용형태의 기간제를 엄격한 기준에 따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욱이 독일 폴크스바겐의 경우 작년 2010년 9월 중순 노사합의에 의해 볼프스부르크공장과 카셀공장에 있는 약 400명의 파견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였다.

특히 2011년 단체교섭을 합의한 이후 진행된 노사간 보충협상을 통해 폭스바겐 노사대표는 산하 6개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2200명의 파견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1250명의 견습생(기간제)의 정규직화도 2월 23일 합의하였다. 폭스바겐은 단체협약을 통해 정규직 총원 대비 5%선에서 비정규직을 사용하도록 명문화하고 있으며, 작년 말 기준으로 약 4500명의 파견노동자가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독일 볼프스부르크 알게마인신문은 보도하고 있다. 즉 독일 폭스바겐은 파견노동자로 대표되는 비정규직의 약 50%를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현대차는 고작 1197억 원에 불과한 정규직화 소요자금을 추가적인 비용부담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억지주장을 부리고 있으며, 사내하청 불법파견의 탓을 오히려 정규직의 고용경직성에 돌리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의 고용유연성은 OECD 국가들에 비해 충분히 높은 수준이다. 또한 선진국의 정부와 사용자는 간접고용과 비정규직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 고용보호 관련 법제도의 재규제화와 정규직화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진정 현대차가 한국사회에 '글로벌 스탠더드'를 주장하고자 한다면, 그 자신이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해 원청사용자로서의 고용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이제는 제대로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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