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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비정규직 해결로 전선 긋는다던 약속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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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민주당, 비정규직 해결로 전선 긋는다던 약속 어디로 갔나"

[기고] 직업안정법, 국회 상정을 막아야

고용 문제는 인간을 두고 하는 거래라서 단순히 부동산 중개업과 같이 시장에 맡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노동력은 인간 그 자체와 구분될 수 없어 상품처럼 인간의 노동력을 거래한다면 인권침해의 폐해는 산업적 이익과 비교할 수 없는 문제가 된다.

직업안정법은 고용이 단지 상품의 거래가 아니라 사람의 생존과 존엄이 결합되어 있다는 특수성을 감안해서 만들어진 법이다. 돈만 된다면 인신매매가 쉽게 이루어지고 심지어 장기 매매가 이루어지는 극단의 자본주의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방어막이다.

그래서 직업안정법은 "①노동자의 직업안정을 위해 정부가 고용대책을 마련하고, ②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 제3자가 개입하여 중간착취를 하지 못하도록 노동력 중개행위를 규율"하기 위한 법으로 만들어졌음을 밝히고 있다. 사용 종속적 특성이 지속된다는 측면에서 무분별한, 그리고 사적 이해에 종속된 노동력의 거래를 막기 위해 1961년에 만들어진 직업안정법은 그 특성으로 인해 군사독재시절에도 유지되었다.

직업안정법을 통해 노동력의 거래는 '나라의 공적 책임이 작동되어야 한다는 점과 사사로운 노동력의 거래는 반인간적인 중간착취라는 점'을 분명히 하여 그 폐해를 막아 왔다. 하지만 이런 직업안정법의 특질은 무한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을 불편하게 했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야금야금 개악되다가(그림 참조) 이제 아예 그 이름조차 지워버리려 한다. '고용서비스 활성화 등에 관한 법률'은 그 결정판이다.

ⓒ문재훈

'무상급식'으로 재미 본 민주당, 직업안정법은 정치적 거래?

정치는 말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정치가 사라졌다. 이른바 CEO 열풍 이후 공약은 그저 표를 얻기 위한 거짓말이 되었다. 말을 배반하는 정치가 도래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을 표를 위해 '사기 친 것'임을 서슴없이 인정하는 것도 말을 배반하는 정치, 즉 바름을 잃은 정치의 현실을 잘 보여 준다.

마찬가지로 '직업 안정'이 '고용서비스 활성화'로 변하는 건 중대한 본말전도다. 고용안정이 고용 서비스로 변하는 과정에는 고용시장에서 극심한 노사 간의 힘의 불균형을 보조하여 최소한의 균형을 유지하는 국가 기능, 노동력 거래에 있어서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는 국가 기능을 포기하려는 점이 숨겨져 있다.

결과적으로 자본이 고용시장을 완전하게 장악하는 것을 법으로 보장하는 파렴치한 짓이 된다. 어떤 제한도 없는 파견노동을 허용하는 것이요, 불법 파견을 합법화하는 것이다. 그나마 사회적으로 불공정을 시정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문제 등을 자본 중심으로 한꺼번에 판갈이 해 버린다. 그래서 우리 사회 차별과 빈곤의 상징인 나쁜 일자리를 구조적으로 영구화한다. 이번 개악안이 그대로 관철된다면 과거 정리해고 도입보다 더 치명적인 결과를 우리 사회는 보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고용안정을 살처분하고 비정규직 파견 노동을 영구화하려는 것이 '고용서비스 활성화 등에 관한 법률'이다.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가 흐름이나 정책을 넘어 아예 법제도로 구조화하는 것이 '고용서비스 활성화 등에 관한 법률'이 가진 숨은 의도다. 이것을 우리는 이미 '인신 매매 사람 장사의 합법화'라는 것으로 명확하게 파악했다. 이른바 '노융산업(勞融産業)'이라는 자본의 새로운 블루오션은 사람을 완벽하게 돈으로 취급한다. 나아가 이 세상의 근본인 생산노동을 영구히 주변화한다. 그런데 이런 인류사적으로 경악할만한 인권에 대한 테러와 퇴행을 정부 여당도 모자라 제1야당이 정치적으로 거래하여 법제화 직전에 와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하여 신속하게 민주노총과 사회단체들이 민주당을 규탄하고 기자회견 등을 통해 항의한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그 뒤다. 당장의 행동도 늦어 보이는데 "상임위에 상정하면" 강력하게 투쟁한다는 발표가 다다. 그러면 늦는 것이다. 민주당이 정말로 비정규직을 문제라 생각한다면, 정말로 민생을 걱정한다면 당장 직업안정법 개악 자체를 거부한다는 대국민 사과와 약속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친환경 무상 급식으로 이득을 본 민주당이 그동안 무상 시리즈로 고군분투한 진보정당의 역사적 시간을 고스란히 앗아갔다. 그리고 들리는 이야기로는 내년 총선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축으로 정치전선을 긋는다고 한다. 좋은 일이다. 진보정치가 재주부리는 곰이 되고 민주당이 돈만 챙기는 사람이 되어도, 평등과 복지가 넓어지고 깊어지는 것에는 지지를 보낸다. 그리고 복지를 통한 연대 운운하는 것도 죽 쒀 개주는 꼴이 될 수 있지만 요즘 같이 모든 게 무조건 살처분당하는 시기에 개라도 굶주림을 면한다면 그것도 좋다.

하지만 민주당이 직업안정법을 포기하고 직업 안정이 아닌 고용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국가 기능을 포기하는 것에 동조한다면 이것은 자기의 말 자체를 거부하는 지극히 반정치적이고 반국민적인 패악질을 하는 셈이다. 민생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행위다.

민주당의 현 입장이 '몰라서 한 실수'인지, 아니면 본색이 들어난 것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다만 이것으로 민주당이 얘기하는 민생과 반MB 민주 연합이라는 것이 실제론 얼마나 진정성이 없는 것인지를 확인하게 된다. 만약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지닌 정당이라면 당연히 이런 자기 모독행위를 시급히 시정하여야 한다. 그것이 민주와 인권과 민생 앞에 민주당이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

파견 묵인한 노동계의 원죄…패배와 실수 반복되선 안돼

민주노조운동도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져야 한다. 맨 처음 할 일은 직업안정법 문제가 일개 법안이 아니라 과거 정리해고 도입이 가져오는 것보다 더 중대한 파멸적 결과를 가져 오는 것임을, 그 중차대함을 자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떠한 경우라도 이를 인정할 수 없음을 결사의 의지로 밝혀야 안다. 기자회견을 통한 규탄이 더 구체적이고 높은 항의로 이어져 차제에 직업안정법의 개악이 지닌 본질을 국민들이 소상히 알게 해야 한다. 전화위복을 하자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원죄를 안고 있다. 그것은 과거 정리해고와 파견노동 도입을 묵인한 것이다. 집단적 노사관계인 노조법을 위해 전체 노동자의 이해가 직결된 근로기준법의 개악을 묵인했다. 그 결과 비정규직의 보편화라는 이 시대의 빈곤과 차별의 토대를 묵인했다.

당시 주역들은 정리해고 도입이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한 것으로 강변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럴 줄 몰랐다고 변명했다. 좁고 무능하고 무책임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눈앞에 이해에 매몰되어 파멸적인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 시야의 좁음이 아니다. 정말 문제는 그런 전략적 패착을 두고도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패배나 실수는 없을 수 없다. 문제는 그 패배와 실수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형식적인 항의, 정치적 행위로만 할 일 다 했다는 식의 태도는 너무 나태하다. 역사적 무책임이다. 지금이야 말로 가장 단호한 결심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너무 안이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현실의 어려움을 이유로 바로 닥칠 불을 보듯 뻔한 결과를 짐작하면서도 어어~ 하다 기회를 놓치고 한탄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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