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는 한미 양국의 희망을 상징합니다. 이미 50년 이상 유지되어 온 한미 동맹을 더 한층 강화하고 군사 및 외교 정책 분야를 넘어서서 경제 분야까지 포함하여 양국 간의 동맹을 공고화시킵니다.(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2007년)"
한미 FTA는 중국이나 일본이 갖고 있지 않은 것, 즉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 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접근을 한국에 제공하는 것입니다.(카를로스 구티에레스 전 미 상무부 장관, 2006년)
그들이 보고하지 않은 FTA
자신을 소중화라고 자랑하던 조선이 식민지로 전락한 원인의 하나는 조선이 자신의 눈으로 세계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조선은 자신을 중국의 틀에 가두었다. 그 결과 조선은 중화질서의 붕괴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없었다. 조선이 독립문을 세운 때는 중국이 아편전쟁에서 패배한 때로부터 55년이나 지난 후였다.
달라진 세계
오바마 대통령은 올 1월의 연두교서에서 미국의 상황을 1957년의 '스푸투니크' 쇼크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두 번씩이나 세계는 변했다("The world has changed")고 언명했다. 그렇다. 세계는 달라졌다. 지금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미국이 경제적으로 중국에 추월당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 오바마 미국 대통령. |
미국의 2010년의 무역적자는 약 5000억 달러이고 재정적자는 약 1조4000억 달러이다. 이는 미국의 그 해 GDP의 130%나 된다. 만일 미국이 달러를 찍어내는 나라가 아니었다면 진작 파산했을 것이다. 중국이 미국의 달러를 사 주지 않는다면 미국인들은 지금의 과잉 소비 생활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 달러가 가치를 잃는 순간 미국인들이 저축을 하지 않고도 풍요롭게 소비하는 그런 행운은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과잉 소비 자체가 엄청난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낳아 달러 가치를 떨어뜨린다. 이러한 미국의 모순은 만일 미국이 경제적으로 중국에 추월당하면 폭발할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의 경제적 추월을 저지하는 것은 미국의 패권 유지에서 사활적인 과제이다. 특히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미국의 경제는 어떠한가? 한국이 세계에 수출한 제품의 3분의 1이 중국, 대만, 홍콩의 중국권으로 향하였다.(33.7%) 한국은 자신이 수출하는 물건 셋 중 하나가 중국권으로 갈만큼 경제적으로 중국에 의존하는 나라가 되었다. 반면 미국 시장으로 나간 것은 10.7%밖에 되지 않는다.
중국에 대항하는 한미일 TPP
미국은 아직은 우위인 군사적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의 경제적 추월을 저지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각축장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될 것이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2009년 12월, TPP(Trans-Pacific Patnership), 그러니까 환태평양 FTA를 체결하겠다고 의회에 통고했다. 그리고 이미 작년 12월 뉴질랜드에서 4차 협상을 진행하였고, 이번 달에 5차 협상을 칠레에서 진행한다. 그런데 이는 아펙(APEC)과는 달리 중국을 초대하지 않는다. 그것은 아시아 태평양에서 중국의 경제적 진출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전략이다.
중국 또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FTA로 묶으려 하고 있다. 중국은 '양안 4지(兩岸四地) FTA' 곧 중국, 대만, 홍콩, 마카오와의 FTA를 축으로 아세안과의 FTA를 일본보다 더 먼저 추진했다. 중국의 FTA 계획표에는 미국은 없다.
이처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중국의 추월을 저지하려는 미국과 이를 뚫으려는 중국의 격렬한 마찰이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FTA는 무엇인가? 그것은 한국이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경제 압박의 최전선에 동원되는 것이다. 미국의 TPP에 편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일본을 TPP에 참가하게 하는 중대 사건이다. 애초 일본은 미국과 FTA를 하면 일본의 농업이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에 그것을 추진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이 한미 FTA를 하자, 일본의 자동차 회사들은 한국 자동차 회사보다 차별을 받지 않게 미국과 FTA를 하라고 민주당 정권에 강력히 요구하게 되었다.
아직도 한국이 일본에 앞서 미국을 선점할 것이라는 계산서를 시민들에게 돌리는가? 한미 FTA는 일본을 자극하여 일본과 미국의 TPP를 현실의 문제로 등장시켰다. 일본과 미국이 TPP를 하면, 한국자동차가 한미 FTA로 받기로 한 특혜라는 것들은 모두 사라질 것이다. 한국산 자동차가 미국의 관세 철폐를 기다리는 5년 사이에 일본산 자동차가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될 것이다. 한국은 한미 FTA로부터 얻는 것은 없이,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경제 압박의 앞줄에 서게 될 것이다.
게다가 올 12월, 제네바에서의 제8차 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에서 새로운 개방 질서에 합의한다면 한미 FTA로 얻는다는 특혜라는 것들도 그 대부분은 미국이 세계무역기구 153개 국가 모두에게 제공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세계의 모든 나라의 자동차들이 사실상 무관세로 미국 시장에 진입할 것이다. 한국산 자동차만이 중국산과 일본산에 앞서 미국을 선점한다는 그런 한미 FTA는 없다.
세계는 달라졌다. 지금은 한미 FTA도 한중 FTA도 할 때가 아니다. FTA를 해서 강화해야 하는 동맹은 한반도에는 없다. 한국이 이스라엘이 아니듯이, 중국과 북한은 팔레스타인이 아니다.
- MB가 보고하지 않은 FTA '연재를 시작하며' ☞"수출이냐, 민주주의냐" ☞<1> "2003년의 노무현이 옳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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