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전세 대란에 '빚 권하는 정부', 어찌할꼬…"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전세 대란에 '빚 권하는 정부', 어찌할꼬…"

[이태경의 고공비행] "오너십 소사이어티?…부시 행정부를 보라"

살다 보면 통 이해가 가지 않는 일들이 있다. 전세가격 급등에 대처하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도 그 중 하나다. 전세가격 앙등에 대한 정책적 해법이 이미 마련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이를 한사코 외면한 채 엉뚱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전세가격 급등은 잡을 수 있다

전세가격 급등을 효과적으로 잠재울 정책은 무엇보다 주택가격의 하향안정화를 통한 주택 매매시장의 정상화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처럼 터무니없이 높은 주택가격을 보유세 등의 정책수단을 동원해 경향적으로 하향안정화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저렴한 주택들이 대거 시장에 등장해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이격도가 현저히 줄어들면 임차인 가운데 매수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주택 매수에 나서게 될 것이고, 이는 전세수요의 감소로 이어져 주택임대시장은 빠르게 수급 균형을 되찾을 것이다. 주택임대시장의 수급이 균형을 이루게 되면 전세가격도 안정될 것은 불문가지다. 이와 함께 전체 주거 단위의 10%수준에 이를 때까지 공공임대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전세 가격 급등에 대응하는 단기적 대책들도 있다. 예컨대 미분양주택의 시장가격 이하 매입을 통한 임대주택 공급, 도심에 위치한 주택을 경매 등을 통해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 저소득층에 대한 임대료 보조제도 도입, 장기저리의 전세자금 지원 획기적 확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한 임대차 계약 기간 연장, 직전 임대차 계약 대비 임대료(전월세) 인상률 제한 등과 같은 것들이다.

위에서 언급한 정책수단들은 시장원리를 거스르거나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고도 임대 수요를 억제하고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법들이다. 요컨대 정부와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전세가격 급등을 제압한 만한 근본적·단기적 정책들이 얼마든지 있는 셈이다.

DTI(총부채상환비율)규제 완화가 지닌 위험성

사정이 이와 같은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전세 가격 앙등을 잡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는 대책은 생뚱맞기 그지없다. 국토해양부가 준비하고 있는 대책이라는 것이 고작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 완화 검토라고 알려지고 있는데, 이를 풀이하면 대출을 지금보다 더 쉽게 그리고 더 많이 해 줄 테니까 열심히 빚을 내서 주택을 구입하라는 것이다. 임차인들이 빚을 내 주택을 구입하면 임차 수요가 줄어 전세가격이 안정될 것은 정한 이치. 전세난을 일거에 해결할 묘방을 준비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능력에 경탄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문제는 지금처럼 주택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대출을 통해 주택 매수를 촉진하고 그 영향으로 전세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노림수가 수다한 폐해를 수반한다는 사실이다.

우선 지적할 것은 국가적인 재앙으로 부각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이다. 한국은행이 작년 12월 15일 발표한 '3분기 자금순환 동향'을 보면 가계의 금융부채 규모가 무려 896조9000억 원에 이르고 있는데 이는 작년 국가 GDP가 1100조 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가계부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준다 하겠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가계부채의 증가속도나 가처분 대비 가계부채의 비율 등 가계부채의 질이 매우 나쁘다는 점이다. 가계부채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380조 원에 달하는데 이는 사상최고치이며, DTI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정부의 8.29대책 발표 이후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정부가 전세난 해결을 위해 DTI 규제를 추가로 완화하겠다는 것은 불난 집에 휘발유를 붓겠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과도한 가계부채는 저축과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대한민국처럼 가계 자산의 80%가 부동산인데다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지나치게 큰 나라에서는 주택가격 하락이나 금리인상 같은 요인들이 가계 및 금융시스템, 더 나아가 국민경체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함에도 정부는 이를 간과하고 있다.

또 하나 지적할 것은 부동산 버블 문제다. 2007년 말 기준 대한민국 전국의 PIR(연소득대비주택가격)은 6.5, 서울은 9.8, 강남은 11.6, 강북은 8.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부동산버블이 정점에 달했던 2008년 미국의 PIR이 3.55, 2007년 뉴욕의 PIR이 9.3이라는 점과 비교해 볼 때 대한민국 그 중에서도 서울의 주택 가격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걱정되는 대목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하락하는 듯 했던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 가격이 이명박 정부의 '무조건적 주택 가격 떠받치기'정책 덕분(?)에 금융위기 전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아직도 거래는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매매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 것이 영 못마땅했는지 DTI규제를 추가로 완화해 주택 매수를 부추기고 있다. 이러다 이명박 정부 임기 말에 수도권의 주택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 ⓒ프레시안 (조형·사진=손문상)

도대체 왜?

이쯤 되면 얻을 것은 없고 잃을 것만 많은 DTI규제 완화를 전세난 해소 대책으로 고집스럽게 마련 중인 이명박 정부의 진짜 의중이 궁금해진다. 첫 손에 꼽을 만한 이유는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가장 강력한 핵심지지층이라 할 수 있는 대지주와 부동산 부자들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오너십 소사이어티(Ownership Society)건설을 통한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철썩같이 신봉해서가 아닐까 한다. 자가소유율이 60%가 넘고 자가점유율은 50%가 넘는 대한민국에서 주택소유자들 위주의 정책은 고도의 득표전략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이 길을 먼저 갔던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은 물론이고 공화당마저 혼수상태로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이명박 정부가 줄기차게 시도하고 있는 오너십 소사이어티 건설은 대한민국의 미래에 치명적인 위협을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이명박 정부는 이제라도 백해무익한 오너십 소사이어티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 2012년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은 개혁정부에게 부동산 정책의 총체적 실패의 뒷설거지를 맡기고, 이에 진을 뺀 개혁정부가 정권재창출에 실패할 것을 바라고 추진하는 심모원려(深謀遠慮)가 아니라면 말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