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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아프간에 신경을 쓰겠나

[월러스틴의 '논평'] 앞으로 5년 후

아프가니스탄 : 누가 부담을 지고 싶어할까?

누가 아프가니스탄의 지배자가 되느냐에 많은 나라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또한 지난 30년간 많은 나라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아프간 정권을 세우기 위해 군대, 군사장비, 또는 거액의 돈을 아프간에 보내왔다.

외부 국가들이 아프간 내정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대단히 적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전망이 개선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아프간 외부의 국가들 사이에서는 아프간에 대한 개입을 축소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아프간 침공의 부담이 너무 커서 침공에 따른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1980년대 구소련은 아프간에서 아주 심하게 데었고 결국은 병력을 완전히 철수하고 말았다. 소련이 지탱해 주고 있다고 믿었던 (아프간) 대통령은 국민들에 의해 공개 교수형을 당했다. 대소련 항쟁 기간 동안 미국의 도움을 받았던 무자헤딘은 알카에다를 키워내고 지원주는 것으로 그 은혜(?)를 갚았다. 이후 알카에다는 미국, 그리고 그들이 보기에 미국의 동맹이라고 여겨지는 국가들에 대한 지하드(성전)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지난 30년간 아프간에서는 내전-내전 세력들은 2개가 넘는다-이 지속되고 있다. 주요 내전 세력 중 하나인 탈레반은 지난 30년간의 내전에서 부침을 겪어 왔다. 현재 탈레반은 오름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세력들이 탈레반에 대한 부정적 견해들을 끊임없이 표명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탈레반이 생존에 성공한 것은 물론 계속 세력을 키워가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면서 아프간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모든 외부 국가들 사이에서는 회의적 견해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아프간에 계속 개입을 해도 되는 걸까?"라는 의문이 모든 나라들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아프간 서부 및 북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들-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러시아(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지는 않다), 이란-모두가 우려하고 있다. 이 나라들은 호전적이며 대부분 파슈툰족인 탈레반이 아프간 정권을 잡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들 국가들은 탈레반 정권이 아프간 서부 및 북부 지역에 살고 있는 자국계 (아프간)국민들을 갖가지 방법으로 탄압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는데, 이러한 우려는 정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나라들이 (탈레반 정권의 출현을 막기 위해) 자국 군대를 파병할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이들 국가들은 아프간 내부의 정치교섭에 의해 서부 및 북부 국경지역에 사는 자국계 국민들이 보호되는 방안을 선호한다.

미국은 어떠한가. 미국은 현재 대규모 병력을 아프간에 주둔시키고 있다. 이 병력은 이론적으로는 2011년 7월부터 철수를 시작하게 돼있다. 또한 이론적으로 미 정부는 탈레반세력의 패배 또는 약화, 그리고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이 이끄는 아프간 합법정부의 군대가 강화되길 바라고 있다.

아프간 주둔 미군은 몇몇 나토(NATO) 국가 군대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미국이 2011년 중반부터의 철수를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한다면, 이들 나토 국가들 대부분은 (미군보다) 더 이른 철수, 아니면 최종적 철수 방침 발표를 할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미군 철수는 국내정치적 문제를 제기한다. 현재 오바마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을 최소화하기 방안으로 철수를 할 것인가, 또는 하지 말 것인가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점점 더 많은 유권자들이 머나먼 나라의 이길 수 없는 전쟁에 지쳐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내 생각으로는 앞으로 미국정치에서 고립주의적 경향이 개입주의 경향을 압도할 것 같다.

▲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오른쪽)과 야프 데 후프 스헤페르 NATO 사무총장 ⓒ 뉴시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남는 외부 세력은 파키스탄과 인도, 두 나라다. 이 두 나라는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상대방과 정치적 (때로는 군사적) 투쟁을 계속해 오고 있다. 또한 두 나라는 아프간 상황을 기본적으로 인도.파키스탄 갈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파키스탄은 지난 30년 내내 육군 정보부대 ISI를 통해 탈레반을 지원해 왔다. 요즘에는 미국의 분노를 사지 않기 위해 이러한 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나 여기에 속아 넘어갈 바보는 없다. 파키스탄은 자신들이 아프간 탈레반 세력을 조종할 수 있으며 탈레반 세력이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인도에 대한 방어요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인도정부는 (9.11사태 이후) 지난 10년간 카르자이 정권을 적극 지원해 왔다. 카르자이 정권이 안정된다면 아프간에 대한 파키스탄의 영향력을 뿌리 뽑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란,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수송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도와 파키스탄 역시 이러한 정책 방향을 재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인도정부의 일부 분석가들은 아프간 개입을 중단하고 아프간을 파키스탄에 넘겨줄 경우 (소련의 아프간 점령이 그랬던 것처럼) 파키스탄의 에너지와 군사자원을 낭비하게 하는 독약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분석가들은 아프간인들, 특히 파슈툰 부족의 가공할만한 독립심에 큰 기대를 걸면서 아프간인들이 소련이나 미국의 통제에 저항했던 것처럼 파키스탄의 통제에 대해서도 저항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파키스탄은 어떨까? 탈레반에는 아프간 탈레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과는 독립적으로 파키스탄 탈레반도 있다. ISI가 아프간 탈레반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지원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국내 탈레반에 대해서도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 파키스탄 탈레반과의 대결만큼이나 인도와의 대결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사안도 없다. 따라서 파키스탄 탈레반과의 국내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아프간에 대한 과도한 개입에서 철수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결국 현재 진행 중인 아프간 내전에서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결과는 앞으로 5년쯤 뒤에는 모든 외부세력들이 아프간 개입에 지친 나머지 '죽이 되는 밥이 되든' 아프간을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 아프간은 어떤 모습이 될까? 글쎄, 쉽게 예상할 수가 없다. 이슬람율법의 고약한 지배에 의해 모든 아프간 국민들이 고통 받는 추악한 모습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아프간 역사의 몇몇 기간 동안에 그랬던 것처럼 관용의 분위기가 넘쳐나면서 우리를 놀라게 할 수도 있다. 어쨌거나 세계의 다른 나라들이 아프간에 신경을 쓰기나 할까? 앞으로 5-10년은 세계 어디나 경제적, 정치적으로 끔찍한 시간을 맞게 될 것이다. 그러니 누구에게 아프간을 걱정할 시간이나 에너지가 있겠는가.

*<월러스틴의 '논평'>은 세계체제론의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가 매달 1일과 15일 발표하는 국제문제 칼럼을 전문번역한 것입니다. <프레시안>은 세계적인 학자들의 글을 배급하는 <에이전스글로벌>과 협약을 맺고 월러스틴 교수의 칼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10월 15일 논평 원문보기)

*저작권 관련 알림: 이 글의 저작권은 이매뉴얼 월러스틴에게 있으며, 배포권은 <에이전스 글로벌>에 있습니다. 번역과 비영리사이트 게재 등에 필요한 권리와 승인을 받으려면 rights@agenceglobal.com으로 연락하십시오. 승인을 받으면 다운로드하거나 전자 문서로 전달하거나 이메일로 보낼 수 있습니다. 단 글을 수정해서는 안 되며 저작권 표시를 해야 합니다. 저자의 연락처는immanuel.wallerstein@yale.edu입니다. 월러스틴은 매월 2회 발행되는 논평을 통해 당대의 국제 문제를 단기적인 시각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망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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