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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우 브랜드의 무덤 앞에서…"

[기고] 지적·이념적 식민지의 비극

두 번의 대량 살처분

2011년 1월에 한국 사회는 두 번의 야만적인 살처분을 감행했다. 하나는 250만 마리의 가축 살처분이고, 다른 하나는 대우 브랜드의 최종적인 살처분이다. 250만 마리의 가축 살처분에 대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비탄에 잠기고, 분노하고, 통탄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공동체 입장에서는 그보다 더 중대한 의미가 있을 수 있는 대우 브랜드의 살처분에 대해서는 비탄에 잠기는 사람도, 분노하는 사람도, 통탄하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GM은 지난 1월 20일 'GM대우'를 '한국GM'으로 바꾸고, 한국과 몇몇 작은 시장에서 사용하던 대우 브랜드를 쉐보레(Chevrolet)로 모두 바꾼다고 공식 발표했다. 현대-기아차의 한국시장 점유율이 70~80%이고, GM대우의 한국 시장점유율이 8.6%에 불과하기 때문인지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난 15년의 한국자동차 산업과 대우자동차의 역사와 꿈을 생각하고, 2000년 전후한 시기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여준 우리의 무지와 무능・무책임을 생각하면, 그로 인해 잃어버린 우리 청년세대의 소중한 기회들을 생각하면 가슴을 치며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움직이는 광고판의 상실

자동차는 움직이는 광고판이다. 지구촌 사람들은 스웨덴과 한국이라는 나라는 어디 있는지 몰라도 굴러다니는 자동차 마크(볼보, 사브, 대우)를 보면서 제조업 강국 스웨덴과 한국을 안다. 또한 자동차 이외의 스웨덴산, 한국산 수많은 상품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한다. 이는 상품 속에 들어가는 부품(중간재)인 반도체를 아무리 많이 팔아도, 아니 세계시장을 독점해도 형성할 수 없는 것이다. 오죽하면 인텔이 컴퓨터 마다 "intel inside"마크를 붙이겠나! 어쨌든 볼보와 사브는 포드, GM에 인수된 지 오래지만 브랜드는 살아있고, 지금도 전 세계를 누비며 스웨덴을 팔고 있다. 그런데 대우는 우리의 무능과 부주의로 며칠 전 최종적으로 죽었다. '분단국' '학생과 노동자들의 격렬한 시위'만큼이나 한국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이 중에서 긍정적인 이미지는 자동차 하나다-인 한국산 자동차 브랜드가 사라지게 되었다. 다행히 현대기아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2003년 GM대우 출범이후 8년이 흐르면서 이미 수출 물량의 대부분은 쉐보레나 뷰익 브랜드로 출하되었다. 최근에는 대략 10~20% 정도만 대우 혹은 GM대우 브랜드로 팔아왔을 뿐이다. 그래서 대우 브랜드의 죽음은 올해 1월 20일에 갑자기 터진 사건이 아니다. 1월 20일의 매장 선고는 단지 대우의 잔존 브랜드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통탄하는 것은 잔존 브랜드의 최종적인 폐사 처리행위가 아니라, 지난 10여년에 걸쳐서 진행된 대우자동차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여준 우리 사회의 무지와 무능・무책임이다.

쉐보레로 얻는 이익은 쉐보레의 것!

▲ 아래에 있는 십자 모양이 쉐보레 엠블럼.
쉐보레 마크를 달면 지금 보다 약간은 더 비싸게, 어쩌면 약간은 더 팔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GM대우차와 그 협력업체의 수익성 향상은 기대난망이다. 쉐보레 브랜드로 인해 더 올려 받는 가격은 오랫동안 고생해서 그 브랜드를 일궈낸 쉐보레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GM대우차와 협력업체의 수익성은 오로지 '생산.판매 대수'의 함수일 뿐이다. 그런데 정확하게 말하면 이것도 사실과는 약간 다르다. 쉐보레 브랜드의 주인들에 의해 인수된 상태에서 브랜드를 상실하면 가격 결정의 주도권을 상실하기에, 생산판매 대수가 늘어나서, 그야말로 정신없이 공장을 돌려도 판매 가격이나 부품가를 인하 하면 수익성이 개선될 리 만무하다. 이는 지난 몇 년 동안의 GM대우와 그 부품업체들의 이익이 증명한다. 브랜드로 인한 이익은 쉐보레의 차지가 되어야 하고, 될 수밖에 없다.

브랜드의 중요성에 대한 무지의 소치

대우 브랜드 상실은 대우자동차를 GM에 매각할 때 공장의 소재지와 R&D기능의 존치 여부만 따지고, 브랜드와 판매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알지 못했던, 2000년 전후의 한국 위정자와 금융실력자들과 노조와 (나를 포함한 당시)사무기술직들의 무지와 부주의가 초래한 비극이다. 2000년 전후한 시기 노조가 중심적으로 제기한, 부평공장 폐쇄론, R&D 기능 폐절을 의미하는 하청기지화는 허위선동이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에게 나타난 것은 우리가 당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하청기지화이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것은 한국 사회의 총체적인 한계 내지 오류이다.

선진국 자동차 업체들끼리도 인수합병이 많이 일어나지만, 피인수 기업(예컨대 스웨덴의 볼보(VOLVO)와 사브(SAAB))의 국민들도 심하게 반발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브랜드와 R&D와 생산능력을 죽이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브랜드가 살아 있으면, 독자적인 판매네트워크도 살아있고, 충성도 높은 고객도 살아 있고, 판매 호조에 따른 수익성 개선도 가능하다. 인수자의 경영실력 부족으로 재매각을 해도 입는 타격이 그리 크지 않다. 그런데 대우는 볼보나 사브나 로버(영국)가 아니었다. GM은 대우 인수 직후부터 김우중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구축한 글로벌 생산, 판매(딜러, 판매법인 등)네트워크를 무참히 학살했다. 2003년 당시 매각 조건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가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단호하게 거부하지 못한 것은 2000년 11월의 부도로 인해, 도저히 대책이 없는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두루뭉수리하게나마 독일 완성차업체의 한 고위 임원의 발언을 통해 대우 브랜드 폐기 조치에 대해서 약간의 항의라도 했다.

"시보레의 유럽 내 이미지는 과거 대우 브랜드보다 나을 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M이 자회사인 독일 오펠이나 영국 복스홀, 호주 홀덴을 시보레 브랜드로 바꾼다는 얘기 들어봤느냐" "연간 200만대(반제품 조립 포함)를 생산하는 GM의 1등 효자인 '대우'를 가진 한국인들이 너무 쉽게 고유 브랜드를 포기하는 게 놀랍다" (<조선일보> 2011년 1월 23일자)

물론 이 기사는 숭구리당당숭당당이다. 전문가들의 입을 빌어 "GM의 시보레 도입은 불가피한 선택이며, 일부 소비자들도 호응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면서도 "이 선택이 장기적으로 GM의 판매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란다.

광고를 먹고 사는 <조선일보> 등이 큰 광고주 GM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지 못하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노조, 인천지역 시민사회 등이 여기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조차 하지 못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또한 지금은 있는지 없는지 조차도 모르겠지만, 사무기술직들의 조직인 사우회(사무노동직장발전위원회)가 브랜드 완전 상실 사태에 대해서 아무런 항의조차 못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 GM대우가 20일 기존 자동차 이름인 '대우'를 버리고 '쉐보레(Chevrolet)'를 도입했다. 회사 명칭도 한국지엠주식회사(한국GM)로 바꿨다. ⓒ뉴시스

지적, 이념적 식민지의 비극

한국 자동차 산업 혹은 자동차 회사의 위기는 1980년~81년(현대, 기아, 대우 모두)에도 있었고, 1997년(기아차, 쌍용차), 1998년(삼성차), 1999년~2002년(대우차)에도 있었다. 2009년 쌍용차 위기도 여기에 추가할 수 있다.

1980년의 위기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잠재력에 대한 산업통상 정책을 주무르던 관료들 및 신군부의 무지(역사적 통찰력)로 인한 위기였다. 1980년 국보위에서 경제정책(중화학 공업 투자 조정 정책)을 주무르던 미국 유학파 경제기획원 국장은 자동차 산업의 중요성을 설명하러 온 정세영 당시 현대차 사장에게 말했다. 이는 정세영의 자서전 <미래는 만드는 것이다> 267쪽 전후에 상세히 서술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같은 건 안돼요. 비교우위론으로 봤을 때 자동차는 수입해서 타는 게 나으니까 현대는 비교우위가 될 만한 걸 찾아서 그걸 하시오"

정세영 사장이 자동차 산업이 국가와 국민경제에 기여한 점을 설명하려고 애쓰자, 제대로 듣지도 않고 흥분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솔직히 얘기해서 자동차가 지금까지 잘한 게 뭐 있어요? 비싼 값으로 팔아먹고 고장 잘나고…국민의 피와 땀으로 살찐 게 자동차지 국가에 도움된 게 뭐 있어요?"

정세영은 대한민국의 장래가 큰일이구나 싶어서 당시 경제정책을 총괄하던 신병현 경제기획원 장관을 만나서 자동차 공장은 해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하지만 신장관도 단호했다.

"포니는 품질도 나쁜데다가 가격이 너무 비싸서 국민들에게 많은 고통을 줬어요. 그거 아십니까? 자동차 공장 안 합니다!"

한편 1999년 말 대우자동차 글로벌 네트워크-당시 대우의 국내외 생산 능력은 연산 250만대, 실 생산은 120~130만대, 부채는 22조~23조, 보수적 자산 평가가 9조 5천억 원이었다-처리를 앞에 두고도 금융계와 경영학계를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팽배했다. 그 요지는 공급과잉의 심화와 환경안전 관련 R&D 투자비 조달의 어려움으로 인해 생산규모가 400~500만대 규모가 되는 5~6개의 선진메이커(미국 빅3, 도요타, 폭스바겐, 르노-닛산 그룹 정도)만 살아남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글로벌 네트워크에 무조건 (인수 합병 형태든 전략적 제휴형태든) 편입되어야 공장이라도 유지할 수 있다고 하였다. 지금 박근혜의 싱크탱크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인 김광두 교수(2000년 당시 국제통상학회장)는 이 괴담을 앞장서서 퍼뜨린 사람 중의 하나이다. 이는 내가 2001년에 쓴 최초의 책 <대우자동차 하나 못살리는 나라>(사회평론)의 '제5장 한국자동차산업 필망론의 정체'의 '제2절 김광두 교수가 잘못 알고 있는 것들'에 정리되어 있다.

어쨌든 2000년 당시 현대.기아자동차는 일본 혼다, 프랑스 푸조-시트로엥(PSA) 보다 생존 가능성이 낮게 평가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자동차의 미래 전망은 말할 필요가 없었다.

이런 비관적 전망이 대우자동차를 GM에 헐값(GM이 가져온 현금은 총4억 달러 였다)에 더러운 조건(대우 브랜드와 생산판매법인 대부분 인수 제외)으로 매각하도록 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음은 물론이다. 반대로 GM 입장에서는 GM M&A 역사상 최고의 성공작으로 되었다.

한편 이헌재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은 2000년 1월 한 인터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지엠이 국내에 들어오는 것은 미국 군대 몇 개 사단이 들어오는 것보다 안보에 더 낫다'고 말한 적이 있다"면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400만대의 자동차 생산능력을 우리나라에 계속 유지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공장 유지에 방점을 찍었던 것이다.

노조(위원장 추영호)는 해외 매각되면 부평 공장이 폐쇄되고, 단순 조립 생산기지로 잠깐 운영되다가 고철 처리 된다면서 2009년 쌍용차 노조처럼 정부가 책임지라는 투쟁을 가열차게 벌렸다. 하지만 2000년 11월 부도를 초래하여 대우차 네트워크에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주고, 정작 지켜야 할 것(대우 브랜드)을 지키지 못하는데 단단히 일조하였다.

그런 점에서 노조는 지극히 가혹한 매각 조건을 거부하고 독자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결정적으로 파괴하는데, 당시의 산업은행(엄낙용) 이상으로 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중국 정부의 통찰력과 배포

한국에서는 정부, 금융, 노조가 "한국 땅에서 자동차 400만대를 생산만 하면 되지 소유권이 뭐가 문제냐?" "자동차 산업은 글로벌 5~6개 업체만 살아남는 과점산업이다" "GM에 매각되면 부평공장 폐쇄된다"는 괴담 등에 현혹되어 박터지게 싸우면서 자해 행위를 하는 동안 중국은 정부, 산업계는 합심하여 자동차 산업에 대한 투자를 대대적으로 늘려나갔다.

1997년 당시 중국 자동차 업체 중 상위 5위 안에 드는 업체의 생산규모는 1위 上海大衆汽車(Shanghai-VW) 23만대, 2위 第一汽車集團(China FAW)가 17만5천대, 3위 天津汽車工業 15만9천대, 4위 東風汽車集團 12만7천대, 5위 長安汽車가11만9천대였다. 그나마 이는 승용차, 버스, 트럭을 다 합친 수치였다. (그런데 1997년 당시 쌍용차는 7만 9천대를 생산했다) 10년이 흐른 2007년 1위 上海汽車는 156만 1천대, 2위 第一汽車集團(China FAW)는 146만5천대, 4위 東風汽車集團은 115만9천대, 5위 長安汽車는 87만8천대를 생산하고 있다. (天津汽車工業은 상호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 수 없다.)

1997년 당시 순위에 없었던 많은 업체들이 자력으로 혹은 외국 업체와 합작으로 수십만 대를 생산하고 있다. 그리하여 2007년 현재 중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총 842만 9천대가 되었다. 2010년에는 1100만대 정도로 추정된다. 중국 정부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400~500만대 규모의 5~6개 업체만 살아남는다는 괴담에는 콧방귀도 뀌지 않고 흔들림 없이 자동차 산업을 육성한 것이다. 중국뿐만 아니라 인도와 러시아의 허접한 자동차 회사들도 약간의 보호 장벽에 기대어, 현대, 기아, 대우차가 만든 신화를 재연해 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래서 선진메이커와 50:50 합작으로 힘을 축적하기도 하고, 기회가 생기면 영국 로버자동차, 한국의 대우차(상용차)와 쌍용차 등 선진국(?) 자동차 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다.

옥토에 큰 나무 한 그루만 있는 것 봤나?

한국은 자동차 산업의 토양-경쟁력 있는 협력업체, 빼어난 R&D역량, 강고한 조직력과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는 근로 문화 등-에 비추어 볼 때 현대기아 수준(올해 630만대 생산판매 계획)의 자동차 회사가 2개 정도는 있어야 정상이다. 마치 전자에 삼성, LG가 있고 조선에는 현대, 대우, 삼성이 있으며 중공업에는 현대와 두산(과거 대우)이 있는 것처럼.

그런데 불행히도 2000년 전후한 시기의 대우, 쌍용의 구조조정의 실패로 인해 1개 밖에 없게 되었다. 그래서 독자 모델 개발 숫자나 독립적인 자동차 회사의 숫자에 비해 자동차 R&D역량이 넘쳐난다고 할 수 있다. 대우차, 기아차, 삼성차, 쌍용차 출신 엔지니어들에 의한 중국, 인도, 동남아 업체에 대한 끊임없는 개발 용역은 그 징표이다. 자동차 산업에 관한 한 한국이 현대기아차라는 큰 나무를 키워낸 옥토라면 다른 큰 나무와 중간 크기의 나무도 품을 수가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그 자리에 한국 자동차 산업의 잠재력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살리지도 못하는 GM이 차지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운이 다시금 꺾인 대사건

복기해 보면, 2000년 전후한 시점에서 정부와 은행이 대우자동차의 미래 전망을 암울하게 보고 투자 의지를 잃어버린 상황에서 해외매각은 최악(청산 내지 확실한 SLOW DEATH)을 피하기 위한 차악 내지 차선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선은 정부와 은행이 대우자동차의 지배권과 브랜드를 유지하여 (황금알을 낳는 거위 정도가 아니라) 황금 똥을 싸는 코끼리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김우중 회장의 엄청난 분식회계(불신 자초)와 잘못된 투자, 그리고 산업은행과 노조의 무지와 무책임에 의한 대우자동차 부도, 대부분의 대우차 임직원들의 의욕 상실(이것은 1997~98년 기아 임직원들과 달랐다), 선진국이 퍼뜨린 괴담에 현혹된 금융과 지식사회가 합작한 대우자동차 해외매각은 너무나 아쉬운 사건이다. 정말 외환위기로 꺾인 대한민국의 국운이 다시금 꺾인 대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죽은 자식 불알만지기지만, 대우자동차가 10년 전의 위기를 무사히 넘겼다면 현대기아차가 올해 630만대를 생산 판매할 때, 대우자동차는 글로벌네트워크를 통해 대우 브랜드로 최소 300~400만대는 하지 않았을까 한다. 생산판매대수 보다 더 아쉬운 것은 폴란드, 루마니아, 우즈벡, 카자흐스탄, 러시아, 베트남, 중남미 등지에 대우자동차 네트워크를 매개로 수만 수십만 개의 중소기업이 진출하고, 이를 앵커로 물적 기반이 튼튼한 두터운 교민 사회가 뿌리를 내릴 수도 있었는데 그만 중도에 좌절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2000년 전후한 시기에 한국이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을 잘 끝냈으면, 오늘날 좋은 일자리가 너무나 부족하여, 9급 공무원 시험에 구름처럼 몰려드는 청년들 수십만 명이 자기 삼촌의 친구의 친구가 터를 닦아놓았다는 해외로 뛰쳐나가 수많은 기회를 잡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 사회는 여전히 해외 개척 정신과 진취적인 기상 하나만은 넘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우 브랜드의 무덤 앞에 우리 시대의 무지와 무능과 무책임을 증언하는 통한의 비목하나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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