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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대란' 아우성에 정부대책은 '건설사 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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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대란' 아우성에 정부대책은 '건설사 특혜'?

정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방침에 비판 봇물

정부가 물가안정대책의 일환으로 전·월세 주거비 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소형·임대주택 시장에 민간이 뛰어들도록 유인하는 대책을 마련했으며, 무엇보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넣어놓은 게 핵심이다.

이번 대책이 아무런 효과도 거두지 못하리라는 전망이 일관되게 쏟아지고 있다. 나아가 사실상 건설업자의 배만 불리기 위한 '눈 가리고 아웅' 정책이라는 비판이 강하다.

전세대책, 뭐 담았나

13일 정부가 내놓은 전세대책은 표면적으로 크게 임대주택 공급을 유인하고 수요자의 전세대출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담았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정부는 우선 소형 공공분양주택과 임대주택 9만7000여호의 입주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또 작년 12월 완공돼 공실 상태인 판교 순환용 주택 1300호를 전세용 주택으로 내놓고, LH공사가 보유한 준공후 미분양물량 2554호도 전월세 주택으로 활용키로 했다.

이와 같은 조치에 따라 공공부문에서 금년 중 공급되는 소형, 임대주택은 최대 13만호에 달할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민간부문에서도 소형·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주택기금에서 저리(2%)의 건설자금 대출을 올해 말까지 특별지원키로 했다. 층고를 높여 도시형 생활주택 세대주 제한을 완화하고, 임대주택 세제지원을 강화해 민간 임대사업을 보다 활성화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수요자 대책으로는 대출 강화를 선택했다. 종전에는 6개월 이상 무주택 상태라야 가능하던 전세자금 대출조건을 폐지하고, 현재 5조7000억 원인 전세자금 대출규모를 6조8000억 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재개발·재건축 사업 시기 조정 △순환용 주택 확대공급 △전월세 가격 상승 부추기는 불공정 행위 단속 강화 등을 추진하고, 다음달부터 세입자들이 계약 희망지역의 실제 계약액을 인터넷으로 확인토록 했다.

▲13일 오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열린 관계부처 합동 서민물가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이 와중에 건설규제 완화라니…"정부가 주택난 주범"

그러나 정부의 이번 대책은 전세난 해소에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이번 대책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로 대표되는 대표적인 주택건설 규제 완화 방침을 담았다.

분양가 상한제는 그간 시민단체에서 집값 거품을 잡을 수 있는 대표적인 대책으로 꼽혀왔다. 분양가 상한제가 없어 그간 건설업계가 기본형 건축비를 수요와 맞지 않게 끌어올렸고, 이에 따라 필연적으로 집값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금도 2007년 말의 '밀어내기 분양'에 따른 고분양가 후유증으로 속출한 미분양 물건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참여연대는 곧바로 논평을 내 "분양가 상한제 폐지, 5년 임대주택 부활은 거꾸로 가도 한참 거꾸로 가는 퇴행적인 대책"이라며 "고분양가로 인한 미분양만 더 양산할 가능성이 크고, 특정 개발지역에서는 주변 전반의 주택 가격을 끌어올리는 망국적 현상이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이번 정부 대책을 "전세난을 핑계로 집값거품 제거는 내팽겨둔 채 건설업자와 다주택자를 위한 특혜"로 규정하고 "보다 엄격한 법적용과 기본형건축비 정상화 등을 통해 분양가의 거품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일단 공급이 적으니 장기적 차원에서 물량 확보가 필요하다"며 "지금은 2005~2006년처럼 집값이 급등하던 시기는 지났으니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정부가 이번 전세난의 주범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공공임대주택 공급물량을 지난 3년간 지속적으로 축소시켜 전세난을 유발한 직접적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소리다.

참여연대는 "이명박 정부는 2007년 13만3120호였던 공공임대주택 공급물량을 2008년 10만7590호, 2009년 7만7028호, 2010년 1만4443호로 계속 축소해 왔다"며 "2009년 전세수요로 이어지는 재개발·재건축으로 인한 주택철거가 3만1061호인데 비해 전세주택으로 공급되는 다세대·연립주택은 1만1074호에 불과해 2만호의 수급불균형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주도한 개발붐이 이번 전세난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참여연대는 "주택 수급문제는 적어도 2~3년을 내다보면서 중·장기적인 계획 하에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이제와 정부가 내놓는 대책이 효과가 있을리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전세대책도 '수준이하'…공공임대 늘리고 전세제도 손질해야

이날(13일) 발표한 정부의 전세대책 역시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라는 평가가 연달았다.

우선 9만7000여호에 달하는 소형 공공분양과 임대주택에서 실제로 추가 공급이 되는 물량은 발표된 내용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공공주택 입무신청은 대체로 완공 6개월여 전에 이뤄진다. 따라서 정부가 공급하겠다고 한 9만7000여호의 공공·임대주택 중 올해 상반기 입주예정인 4만6000여호의 상당수는 이미 입주계약이 마무리 된 주택이다. 정부가 일종의 통계 '뻥튀기'를 한 것이다.

게다가 이들 공급주택도 이미 공급물량은 확정된 상황에서 공급 시기만 약간 앞당긴데 불과하다. 새로운 전세물건 공급 확대책이 아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정이 빠르게 진행되는 곳은 입주 시기가 종전 계획보다 한달가량 당겨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전세자금 대출기준 완화제도 역시 전세 수요자에게 빚을 늘리는 대책일 뿐이어서 적극적인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아예 이번 대책 자체가 전세난을 핑계로 건설사에 특혜를 주는 제도에 불과하다는 비난도 나왔다. 경실련은 "표면적으로는 소형임대주택을 늘리겠다지만 정작 내용을 들여다보면 건설사와 다주택자에 대한 자금지원 확대, 세제 지원, 규제완화 등 특혜 조치로 일관하고 있다"며 "지금 임대시장의 전월세 문제는 엄청난 집값거품폭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책으로 시민단체들은 근본적으로는 반값아파트 등 공공이 주도하는 임대주택 공급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정부보유의 임대주택이 전체 재고주택의 4%에 불과해 전세대란에 무방비 상태가 됐다"며 "서울시의 시프트와 같이 전세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낮은 장기전세주택을 대대적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반값아파트 공급을 늘리고 주거보조비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당장 시급한 문제를 다잡기 위해서는 △재개발·뉴타운 지역에서 전세대란 시점을 피해 철거와 이주가 될 수 있도록 인가시기를 조절하고 △재건축사업에서 소형주택과 임대주택 의무비율을 늘리고 △전세보증금 내지 월세의 인상률 상한선을 제한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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