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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외국인 산업연수생 계좌 300여 개 불법 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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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외국인 산업연수생 계좌 300여 개 불법 정지"

"대우조선해양, 은행계좌 볼모로 외국인 노동자 이탈 막아"

국민은행이 외국인 산업연수생 300여 명의 예금계좌를 본인의 동의 없이 지급정지했다. 주거래처인 대우조선해양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외국인 노동자의 이탈을 막기 위해 이런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외국인 노동자의 재산권을 부당하게 제한한 것이어서 비난을 사고 있다. 또 이런 조치의 배경에는 외국인 노동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는, 왜곡된 시선도 있다. 이번 사태가 인권 차원에서 문제가 되는 이유다.

국회 정무위원회 박선숙 의원(민주당)은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국민은행이 자체 조사결과 외국인 노동자 300여 명의 적금계좌를 지급정지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하지만 국민은행은 지난해 지급정지 계좌가 13건인 것으로 축소‧은폐해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또한 "국민은행이 외국인 산업연구생 본인의 동의 없이 적금계좌를 해약한 뒤, 해약한 적금을 대우조선해양으로 전달한 사실이 최소 10여 건이 넘는다"고 폭로했다.

이러한 지적과 관련해 국민은행은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연수지를 무단으로 이탈하는 산업연수생이 대포 통장을 이용하는 등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다"는 해명자료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잠재적인 범죄자가 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들의 재산권을 제약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지급이 정지된 외국인 노동자의 계좌는 애초에 국민은행이 밝혔던 13건이 아니라 300건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정지된 계좌는 13건이지만, 과거에 해지된 계좌 수까지 조사해보니 300여 계좌가 나왔다"고 해명했다.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에서 도망쳤다가 불법적으로 계좌를 차단당한 노동자 300여 명은 '산업연수생'이라는 열악한 신분 때문에 신고하지 못해왔던 셈이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산업연수생으로 일하다가 사업장을 이탈한 외국인 노동자를 강제로 회사로 불러들이기 위해 금융거래 정지를 신청할 필요가 있다"고 시인한 바 있다. 은행 거래 정지를 무기로 외국인 노동자를 묶어두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그러나 박 의원은 "현행법상 금융사에 예치된 돈은 은행이 정당한 이유 없이 해약 또는 인출할 수 없다"며 "(본인의 동의 없이 금융거래를 정지한 것은) 기업과 은행이 공모해서 산업연수생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국민은행은 불법적 지급정지 사실을 알고도 담당자에게 '주의환기' 조치를 하는데 그쳤고,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월부터 실시한 국민은행 종합검사에서 불법 계좌 정지에 대해 전혀 조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국민은행은 "해당 직원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빚어진 사고"라며 "해당 직원은 이미 인사위원회에 회부돼 문책을 받았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해당 직원에게 이유를 물으니 '당시에 대포 통장 이야기가 많이 돌아서 계좌가 악용될까봐 계좌를 정지해야겠다고 판단했다'는 답을 들었다"고 해명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부터 국민은행을 상대로 특별감사를 실시해 현재 제재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국민은행 자체 검사결과 및 조치내역을 정밀하게 점검한 후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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