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3년 만에 최고의 호황을 보이며 한 해를 마감했다. 주식시가총액은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섰고, 코스피지수는 2000선을 넘어 사상 최고치 턱밑까지 올라갔다. 불어난 유동성이 결정적이었다.
폐장일인 3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7.51포인트(0.37%) 오른 2051.00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07년 11월 6일(2054.24) 이후 3년 2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폐장일 지수가 연고점(최근 1년 동안 가장 높았던 지점)을 기록한 것 역시 23년 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시가총액, GDP도 추월
폐장일까지 연고점을 기록한 코스피는 한 해 동안 21% 올라 주요20개국(G20) 가운데 다섯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한 해 동안 가장 주목받은 순간은 지난 14일, 3년 1개월 만에 2000선을 돌파한 때였다. 그후로도 지속적으로 오른 코스피지수는 역사상 최고치였던 지난 2007년 10월 31일의 2064.85에도 바짝 다가섰다.
지수가 늘어난 만큼 시가총액도 불어났다.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은 작년보다 28% 불어난 1136조 원을 기록했고, 코스닥시장은 10% 증가한 94조 원의 규모로 성장했다. 두 지수를 포함한 한국거래소(KRX)의 전체 시가총액(1231조 원)은 1127조 원으로 추정되는 GDP를 훌쩍 넘어설 정도로 커졌다. 적지 않은 증시전문가들이 과열을 우려하는 배경이다.
한국거래소는 "지수상승으로 인해 213조 원 가량이 늘어났고, 신규상장기업이 증가한 것에도 기인했다"고 밝혔다. 올해 신규상장기업은 총 96개사며, 이에 따라 40조 원 정도가 새로 시장에 흘러들어왔다. 이 중에는 논란을 빚었던 삼성생명도 있다.
조선업이 가장 크게 상승했다. 업종별지수를 보면 조선업지수가 전년보다 두 배 가량(102%) 상승했다. 에너지화학(66%), 자동차(65%)도 호조를 보였다.
지수상승 주체는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한해 동안 21조 원을 순매수해, 작년(32조 원)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많은 돈을 증시에 부었다. 기관과 개인은 각각 12조 원, 5조 원을 순매도했다. 기관에서는 연기금만이 홀로 9조 원을 순매수했다.
유동성·양극화가 '키워드'
특히 양극화가 극심해진 한해였다. 코스피지수가 크게 성장한 반면, 코스닥지수는 전해보다 2% 떨어졌다. 외국인 자금이 주로 대형주로 몰린 탓이다.
외국인을 비롯해 주요 투자자들이 대형주를 편애하면서 대형주와 소형주의 차별화도 일어났다. 소형주가 몰린 코스닥시장은 크게 빛을 발하지 못한 게 이를 방증한다.
무엇보다 10대그룹의 시가총액은 작년보다 무려 35%나 부풀어 오른 671조 원에 달했다. 거래소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이 10대그룹에 몰린 셈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주식지분은 지난 22일을 기준으로 9조 원을 넘어섰고,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6조7362억 원),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3조6124억 원)도 주가상승으로 자산이 크게 늘어났다.
이처럼 증시가 활황을 보인 이유는 경제회복과 기업실적개선도 있지만, 무엇보다 유동성의 힘이 컸다. 한국은행이 한해 내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 연말 기준으로 은행의 예금금리는 2%대까지 떨어졌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자산시장이 전부 하강하고 투자가치도 떨어지자, 상대적으로 가장 여건이 좋은 주식시장에 시중 자금이 몰린 것이다.
주식시장의 도약에도 대부분 경제주체들이 경제성장의 기운을 느끼지 못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이는 양극화가 지속되고, 자산시장의 성장세에 비해 실물경제 성장세가 점차 둔화되는 한국 경제가 안은 숙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