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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하는 물가…'슈퍼 스파이크' 시대 돌입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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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하는 물가…'슈퍼 스파이크' 시대 돌입하나

원자재 가격 불안, 음식ㆍ집값ㆍ등록금도 다 뛴다

벌써부터 내년도 한국 경제에 물가가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는 양상이다. 각종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고, 통화량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한국은행은 내년 수요부문이 물가를 자극할 것으로 내다보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체계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음식·집값·등록금, 다 뛴다

무엇보다 먹을거리 부문에서 장바구니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2일 CJ제일제당은 24일부터 설탕 출하가격을 평균 9.7%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195원이던 하얀설탕 1㎏ 값이 1309원(9.5%)으로 오르고, 15㎏은 1만5403원에서 1만6928원(9.9%)으로 뛴다.

밀가루값도 뛴다. 제분업계는 내년 초순께 밀가루 가격을 두 자릿수 인상률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제조식품 값도 오르게 된다. 과자, 라면, 빵, 음료 등의 가격이 줄줄이 오를 수밖에 없다. 실제 롯데칠성음료는 펩시콜라 1.5리터 페트병의 공급가를 지난달 15.3% 인상했다. 상당수 과자류 가격도 이미 크게 올랐다.

물가가 불안해지는 이유는 국제 거래시장에서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초만해도 10센트대에 불과했던 설탕의 원재료인 원당 가격은 최근 들어 파운드 당 30센트가 넘어섰다. 불과 2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200% 폭등했다. 지난 21일 기준으로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원당값은 파운드당 33.02센트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만 20%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밀가루 가격 역시 올해 들어서만 40% 가까이 올랐다. 이와 같은 현상은 구리, 알루미늄, 옥수수 등 주요 원자재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잠잠했던 유가도 크게 뛰고 있다. 우리나라가 주로 사용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21일, 2008년 9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원유 값이 오르면 휘발유, 경유 등 2차 생산품 가격도 크게 뛴다. 원유값 급등은 제조업 전반에 가격인상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 당장 서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교통비, 난방비, 전기세 등에도 가격 압박요인이 된다.

실제 지자체들은 내년 상·하수도 요금, 버스요금 등을 줄줄이 인상할 계획이다. 대전시가 설 직후인 내년 2월부터 버스와 지하철 요금을 150원씩 일괄 인상한다. 대구시도 950원인 버스요금을 1080원으로 올리기로 했고, 서울시도 현재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인천시는 하수도 요금을 한꺼번에 20% 이상 끌어올리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시장 수요급변으로 인해 치솟았던 전세값은 내년에도 멈추지 않고 오를 전망이다. 주택시장 관계자들 대부분이 거래가격에 비해 전세값의 비중이 낮아, 당분간 추가 상승 여지가 크다고 보는 배경이다. 대학등록금 역시 오를 가능성이 높다. 전북대학교가 등록금을 동결했을 뿐, 상당수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폭을 놓고 저울질 중이다.

▲올해 정부는 채소 가격 인상으로 곤욕을 치렀다. 내년에는 이런 현상이 더 광범위하게 발생할지도 모른다. 선제적인 물가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연합

투기자금 몰려

원자재 가격 상승의 주요원인은 국제 투기자금이다. 대표적인 안전 자산으로 꼽힌 미국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이어가자, 신흥국 통화와 마찬가지로 고수익이 예상되는 원자재 시장에 투기자금이 집중되는 현상이 수개월 째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경기회복 기대감을 노리고 투기자금의 집중현상이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현재 상태로는 고수익을 낼만한 시장을 찾기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결국 급속한 물가상승은 2008년 금융위기의 후폭풍으로 인한 현상인 셈이다.

장정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7일 발표한 '미국 양적완화 정책과 국제 원자재시장'이라는 보고서에서 "2007~2008년 원자재시장 버블이 재현될 수 있다"며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인해 투기성 투자가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2008년 당시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폭등할 것이라는 내용의 이른바 '슈퍼 스파이크'론을 제기할 정도로 원자재 시장이 불안했던 시기다. 실제 최근의 시장 움직임은 이와 같은 추세를 뒷받침할 여지가 있다는 시각이 상당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금과 구리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점 등을 근거로, 상품 가격이 강한 상승세를 일으킨다는 이른바 '슈퍼 사이클' 시기가 도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처럼 물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책당국도 긴급 회의에 들어갔다. 한국은행은 23일 "경기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수요압력이 증대되고 있"다며 "이로 인한 물가상승은 내년 이후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에 대한 감시망 강화 차원에서 한은은 물가안정목표 관리방식을 "3년 기준의 중기적 시각에서 물가흐름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방식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히고 "연단위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을 점검하겠다"고 전했다.

정부도 수입제품에 대한 한시적 관세완화 등의 대응책을 내놓겠다고 밝히고, 본격적인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지난 14일 배포한 '내년 경제정책방향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농산물 가격 안정책, 물가 점검반 운영 강화 등의 내용도 담았다.

정부 대응책 실효성은 의문

그러나 정책당국의 기조가 여전히 성장 중심에 맞춰져 있어 앙등하는 물가를 통제하기는 역부족일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 상당수가 실효성이 떨어지는데다, 그간 내놨던 대책의 재탕이라는 지적이 일찌감치 있었다.

실제 정부의 내년도 경제정책의 핵심은 부동산 규제 완화다. 오히려 물가를 더 띄우겠다는 심산이다. 이미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법안을 내놓았고, 도시개발구역 지정 및 각종 건축 규제를 완화할 방침도 밝혔다. (☞ 관련 기사 : '물가의 복수'…겁 없는 MB, 내년 경제성적표는?)

한은 역시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는 한, 물가를 안정시킬 방도를 찾기 어렵다. 게다가 통화정책은 정책 효과가 수개월의 시차를 두고서야 발생한다. 올 연말에 기준금리를 끌어올리지 않은 이상, 내년초 물가인상에 대응하기는 역부족이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바깥에서 붙은 불을 더 키울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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