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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중국인 무비자는 부실만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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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중국인 무비자는 부실만 키운다

[中國探究] 중국인이 한국 관광에서 원하는 것

최근 서울시는 한국에 입국하는 중국인들에게 중장기적으로 무비자 제도를 도입하고, 대대적으로 관광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 발표했다. 밀려오는 중국인 관광객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현재 서울시의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당장 10월 중국 국경절을 전후로 밀려오는 관광객 인파를 맞이할 숙소와 음식점이 부족하고, 이는 앞으로 더욱 심각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팽배한 듯하다. 국내 백화점들도 비상이 걸렸다. 이미 명품 매장의 큰손은 일본인에서 중국인으로 서서히 자리바꿈하고 있다. 일본인은 명품을 아기자기하게 하나씩 고르는 데 비해, 중국인은 여러 명품을 다발채로 사는 경우가 많아, 스케일에서 차이가 난다.

이들을 맞이할 중국어 관광통역사도 부족하여 당장 수요를 맞춰야 한다.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탄성을 자아내게 할 여러 이벤트 행사도 빨리 개발하고 펼쳐놓아야 한다. 이렇게 소위 '비상대책'을 주장하고 있는 지역은 주로 수도권이다. 제2의 금융위기 이후 불과 3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속에서 중국인 관광객은 막대한 수익을 단기간에 뽑아낼 수 있는 자원으로 급부상했다. 한 해 한중교류 인구가 500만 명을 돌파한 지 오래된 현 시점에서, 중국인 관광객의 양적 팽창은 우리에게 분명 호기(好機)로 작용한다. 대한민국 관광사(觀光史)에서 모처럼 찾아온 이 호기 중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과연 관광인프라를 급조하는 것이 우리 앞에 당면한 최우선 과제인가? 먼저 우리는 차분히 주위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미지 : 중국인은 무엇을 기대하고 한국에 오는가

중국인들은 어떤 이미지(image)를 가지고 한국에 오는가? 한류(韓流)가 중국에 상륙한 지 어느덧 15년이 넘었고, 중국인들 속에 한류는 이미 하나의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15년 넘게 그들 속에 축적된 한국의 이미지는 매우 아름답고, 정보 또한 매우 구체적이다. 그들은 한국 드라마 속에서 어른에 대한 공경, 상대방에 대한 배려, 섬세한 감정의 표현 등을 높이 샀고, 이러한 이미지를 가지고 한국을 방문한다. 그러나 방문 후 실제 한국인들과 접촉하면서, 그들은 본래 가졌던 한국의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기 시작한다. 이미지와 실재성의 괴리 속에서 그들은 혼란스러워하고, 많은 이들이 실망한 채 귀국길에 오른다.

한류 이미지와 실제 한국인의 괴리는 오래 전부터 예견된 사실이다. 한국인은 그들만의 공동체 속에서는 매우 건전하고 우아할지 모르지만, 외국인이나 타민족을 대하는 데 있어서는 여전히 서툴다. 최근 들어 국내 방송매체를 통해 다문화 가정, 외국인 노동자, 외국인 관광객과의 교류를 계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실시되고 있지만, 우리가 이들을 대하는 의식과 태도는 크게 진보하지는 못했다. 특히 우리는 서양인에게 관대한 반면, 같은 동양인에게는 매우 야박한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일그러진 한국적 오리엔탈리즘이 은연중에 우리 주변에 팽배해 있다.

같은 동양인에 대한 업신여김, 트집잡기, 거드름피우기, 괜한 배타성 등의 부정적 인식과 태도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주변국과의 오랜 충돌의 역사 속에서 형성된 배타 의식, 언론과 사회담론 속에 뿌리 깊게 형성된 부정적 이미지의 부추김, 경제적 격차에서 비롯된 하대(下待) 의식, 문화적 차이에서 동반된 이질적 정서 등은 우리가 외국인을 대할 때 가장 많이 떠올리는 이미지들이다.

대상을 중국인으로 좁혀 보면, 우리 주변엔 중국인 여성들과 결혼한 수만 쌍의 다문화가정, 한국으로 유학 온 6만 여명의 중국인 학생들, 그리고 수십만 명의 중국인 체류자(비합법 체류자와 조선족 동포 포함)들이 있다.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한국 속의 중국인들 중에는 다문화 가정과 유학 생활과 체류 현장 속에서 여전히 무시당하고 차별 받고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때론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이기도 한다. 몇 퍼센트일지는 모르나 이들이 귀국하면 친한파가 되기는커녕 골수 반한파가 될 개연성이 농후하다.

2000년대 이후 국내에선 외국인 중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국인 다문화가정과 체류자들을 배려하기 위한 여러 정책들이 실시되었다. 그러나 한국인의 중국인에 대한 전반적인 이미지가 개선되지 않는 한, 한중 양국 간의 이미지 충돌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고, 그들의 기대치와 현실과의 괴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을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먼저 청소년 교육의 계도, 언론 및 사회 담론의 개선, 다원성을 인정하는 사회분위기, 공공 정책의 노력 등이 꾸준히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꾸준히 계속되면서 단계적으로 중국인 관광객의 문호를 넓혀도 전혀 늦지 않을 것이다.

콘텐츠 : 중국인은 한국에 와서 무엇을 맛보려는가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찾는 곳은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서울과 경기도 지역 그리고 부산, 경주, 제주도 등이다. 제주도는 아름다운 섬의 이국적 풍광 때문에 찾는다고 보았을 때, 기타 지역은 주로 대도시에 국한된다. 특히 중국인들은 제주도 외에는 관광의 범위가 대도시를 좀처럼 벗어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들이 체험하려고 하는 콘텐츠(Content)가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원하는 콘텐트 역시 한류의 이미지를 통해 투사된 것들이다. 홍콩인이 말한 '얼음과 불의 이중주', 대만에서 건너온 '대장금은 도덕 교과서', 중국에서 말하는 '전통 문화의 원료에다 구미(歐美)의 조미료를 잘 첨가하여 잘 구어낸 한국식 빵' 등의 용어는 그들이 이해한 한류 화두들이다.

이처럼 그들은 한국에 와서 '전통과 현대의 조화'라는 멋을 체험하려고 한다. 특히 그들은 우리의 일상, 즉 포장마차, 화장품 가게, 의류 매장, 대형 쇼핑몰, 대학가 문화 등에 큰 관심을 보인다. 그들은 한류가 지닌 전통 문화와 도시풍 문화라는 두 분야 중에서 특히 도시풍 일상 문화에 더 큰 관심을 갖는다. 그들은 한국인들이 북적거리는 거리를 걷고 싶어 하고, 한국인들이 추구하는 트렌드의 현장을 체험하고 싶어 한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그들은 이미 유행이 지난 한국 드라마 촬영 세트장이나 테마파크를 찾는 데 그리 열성적인 것 같지는 않다.

돌이켜 보면, 한국 사람들도 드라마 촬영세트장이나 테마파크를 잘 찾지 않는다.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유치한 여러 드라마 촬영 장소는 그 후에 테마파크로 변경되었으나, 결과적으로 대부분 도산의 위기에 처해있다. 드라마의 열풍이 식으면서 테마파크는 매력을 잃고 관광객들로부터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자체 등 행정자치단체가 주체가 되어 운영하는 테마파크는 태생부터 큰 한계가 있다. 그 원인은 '콘텐트'가 과거의 한 시점에 갇혀버리고 더 이상 양산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와 정반대로 인천시와 화성시는 '파라마운트 무비 파크',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의 수입 유치를 선언하고 본격적인 착수 작업에 들어갔다. 현 시점에 볼 때, 외면당한 지자체의 드라마 테마파크보다 외국의 유명 영화사 브랜드의 테마파크가 훨씬 더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

문화 공간 : 테마파크의 난립 속에서 방향 잡기

그러나 이러한 외국 영화사 테마파크는 한 나라의 문화 국격과는 거리가 멀다. 어떤 한 관광객이 홍콩의 디즈니랜드, 도쿄의 디즈니랜드, 한국의 디즈니랜드를 방문하여 즐기는 것에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비록 그 나라에 수입을 가져다줄지는 몰라도 그 나라 문화의 얼을 빛내는 것과는 무관하다. 한국의 문화 국격을 드러낼 수 있는 독자적인 테마파크의 건설이 필요하다.

테마파크의 난립 속에서, 몇 가지 롤 모델(role model)이 눈에 띤다. 그 중 하나는 도쿄 근교에 위치한 '지브리 스튜디오(Ghibli Studio)'이다. 이 스튜디오는 '작가제일주의'를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유명 애니메이션 작가 미야자키 하야오(宮崎 駿)를 정면에 내세우고, 그의 작품을 소개하는 미술관, 영화관, 쇼핑몰, 테마 공간 등이 구비되어 있다. 관광객은 '이웃집 토토로'로 유명한 테마 공간을 체험하고, 이 스튜디오에서만 볼 수 있는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를 감상하며, '센과 치히로' '하울의 성' 등에 나오는 캐릭터 인형을 산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힘은 작가제일주의와 지속적으로 생산되는 콘텐트의 현재성에 있다. 지브리 정신을 계승한 작가가 계속 새로운 콘텐트를 생산하기 때문에, 관광객은 항상 향수와 기대를 동시에 머금고 스튜디오를 찾게 된다.

한국에도 유명작가들이 많다. 윤석호, 이병훈 같은 드라마 감독의 명성은 동아시아에서 독보적이고, 한국영화 감독들도 독특한 작품 세계로 전 세계적으로 흠모하는 팬들이 많다. 그러나 작가제일주의와 콘텐트의 현재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면에서는 역시 애니메이션 장르가 가장 강력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뽀로로'는 일본의 '토토로'나 '도라에몽'에 비견될 만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애니메이션은 콘텐트가 한번 만들어지면 다음 세대 아동들이 이를 재흡수 한다는 면에서 수명도 길고, 캐릭터의 충성도도 매우 높다. 창의적이고 한국 토종의 특성을 잘 살린 애니메이션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이 시점에, 지브리스튜디오 같은 테마공간의 구상은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문화 국격 : '백년지대계'의 자세로 임해야

중국인들의 음식에 대한 열정과 지식은 대단하다. 중국인들은 자국 여행을 하면서 숙박시설보다는 음식에 훨씬 더 집착하고 평가하려 한다. 한국인들이 외국에 나가 호텔시설에 민감하고 음식에는 다소 관대한 것과는 상반된다. 이러한 중국인들이 한국에 와서도 음식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중국인들이 여행사를 통해 입국해 우리나라에 와서 먹는 음식은 때론 한국 음식도 중국 음식도 아닌 국적불명의 음식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필자가 만난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감동하는 음식은 소문난 음식점의 한정식, 삼계탕, 칼국수, 된장찌개 등이다. 밀려오는 중국인 관광객을 위해서 우리가 개발해야 할 것은 그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개발된 엉성한 한-중 퓨전 음식이 아니다. 그보다 우리는 한국 음식의 고급화와 세계화에 주력하고,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중국 음식은 재한 중국인들이 직접 제공할 수 있도록 차이나타운과 같은 공간을 활성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당장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식의 접근으로 중국인 유치에 나서서는 곤란하다. 그 전에 먼저 이미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재한 중국인의 네트워크를 세심하게 점검하고, 이들을 대한민국 공동체 내로 끌어들이는 의식의 공감대가 선행되어야 한다. 준비 안 된 상태에서 성급하게 중국인 관광객을 대량으로 유치한다면, 그야말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얼마 전 한 TV 시사프로그램에서 고발한 국내 관광지 기념품의 실태는 대한민국 관광산업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붕어빵처럼 찍어낸 기념품들이 전국 관광지에 깔려있고, 그것도 모자라 생산지 표시마저 정직하게 표기되어 있지 않았다. 대충 싸게 팔고 보자는 심보나 박리다매로 한 철 챙기자는 심산은 대한민국의 문화 국격을 부실화하는 날림 공사에 불과하다. 중국인들이 우리나라에 명품을 구입하려고 온다는데, 정작 우리나라엔 진정한 명품도 자신 있게 내세울 토종 테마파크도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얼마 전 국내 대표격인 명품 패션브랜드가 부도 처리되었고, 최고급 호텔에선 한정식 레스토랑이 퇴출되고 그 자리를 고급 일식 레스토랑이 채우고 있다.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이럴 때일수록 서두르지 말고 백년 문화 국격의 설계도를 다시 점검하는 에울길로 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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