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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 혁명가' 존 레넌, 그의 진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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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 혁명가' 존 레넌, 그의 진심은?

[프레시안 books] 신현준의 <레논 평전>

올해는 존 레넌의 사망 30주기이자 탄생 70주년이다. 그가 생전 마지막으로 지냈던 다코타하우스와 뉴욕 센트럴파크 내 스트로배리 필드는 그의 사망일인 지난 8일 팬들이 바친 꽃으로 가득 찼고, 영국 리버풀은 이미 두 달 전 그의 탄생 월부터 문화 행사로 들끓었다. 심지어 쿠바에서도 이날 비틀스의 곡을 연주하는 추모식이 열렸다.

존 레넌과 비틀스에 관련된 문화 상품도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영국의 레이블 팔로폰은 존 레넌 박스 세트 <시그내처(Signature)>와 <김미 섬 트루스(Gimme Some Truth)>를 내놨다. 9일에는 그의 유년기를 파고든 영화 <존 레넌 비긴즈 : 노웨어 보이>도 국내에서 개봉했다.

미국의 음악 잡지 <롤링스톤>은 존 레넌의 사망 사흘 전인 1980년 12월 5일, 아홉 시간에 걸쳐 진행된 그와의 인터뷰를 최근 공개했다. (매체들은 그의 마지막 인터뷰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존 레넌은 사망 당일 다코타하우스에서 RKO 라디오의 프로듀서 데이브 숄린과 인터뷰했다).

이렇게 레넌 추모 열기가 뜨거운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여전히 장사가 잘 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존 레넌이 부르짖던 '(내면의, 세상의) 평화'는 멋진 그림이 새겨진 티셔츠로 팔린다. 혁명마저 상품으로 소비하는 시대에 존 레넌에 대한 뜨거운 추모 열기는 누군가에게 매우 불편한 현실이 될 수 있다.

▲ <레논 평전>(신현준 지음, 리더스하우스 펴냄). ⓒ리더스하우스
최근에 나온 <레논 평전>(신현준 지음, 리더스하우스 펴냄) 또한 어찌 보면 불편할 상품이다. 1990년대 '록 키드'에게 비평 그룹 '얼트 바이러스'와 <얼트 문화와 록 음악>, 인디레이블 '강아지 문화 예술' 등으로 잘 알려진 성공회대학교 교수 신현준은 1993년 발간한 <이매진 : 세상으로 만든 노래>를 다시 손질한 이 책을 존 레넌 사망 30주기에 맞춰 내놨다.

분명히 문화 상품 중 하나인 이 책을 삐딱하게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바로 대중음악의 전설 존 레넌의 평전이기 때문이다. '노동자 계급의 영웅(Working Class Hero)'으로 현대사에 우뚝 솟은 레논의 삶은 여러모로 되짚어볼 의미가 많다. 그는 계급 사회에 상처 입은 영혼이었고, 대중의 우상이었으며, 주류들에게 불편한 존재였다.

존 레넌이 활동하던 1960~1980년대는 현대사에서 가장 격동적이었던 순간이었으며, 전 세계적으로 청년 세대의 사회운동이 절정에 달했던 시대다. 그 시대의 중심에 서 있었던 레넌의 삶의 궤적을 추적하는 <레논 평전>을 통해서 독자는 다양한 생각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신현준의 이 책은 잘 정리된 레넌의 역사다. 리버풀 노동자의 아이로 태어났던 그가 무명 음악인에서 청년 문화의 상징으로, 그리고 영향력 있는 사회운동가로 변모해가는 과정이 밀도 있게 그려졌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방대한 양의 자료를 모으고 이에 살을 붙인 저자의 땀이다.

책은 존 레넌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로 그의 음악을 꼽는다. 신현준은 책 전체에 걸쳐서 레넌의 삶을 그의 음악을 통해서 살핀다. 예를 들자면, 비틀스를 나와 좌파 운동에 헌신할 때의 그의 생각을 그가 발표한 노래의 가사를 통해서 살피는 식이다. 신현준은 이런 접근을 통해서 인터뷰를 할 때마다 말을 바꾸는 등 혼란스러웠던 그의 진심을 추적한다.

이런 접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 책에서 보이는 레넌은 '신현준의 레넌'이다. 책 전체에 걸쳐서 대중음악가에서 사회운동가로 변신한 레넌에 대한 흠모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록 저자가 "각자의 해석들이 서로 소통과 대화의 기회들을 풍부히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지만….

이런 저자의 시선 덕택에 이 책은 '비틀마니아'뿐만 아니라, 그의 음악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훌륭한 읽을거리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었던 한 문제적 인간의 삶을 격동의 현대사와 함께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틀스와 레넌의 시대를 경험하지 못했던 젊은 세대에게 현대사를 읽는 유용한 참고 문헌이 될 듯하다.

대중문화와 사회 변혁의 연계를 꿈꾸는 이들이나 혹은 레넌에 못지않은 권력을 쥐고 있으면서 그것을 활용할 줄 모르는 스타 음악인에게도 이 책은 유용할 듯하다. 책 곳곳에서 그 실체를 드러내는 레넌의 놀라운 직관력은 대중음악의 힘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지침이다.

물론 예술지상주의를 찬미하는 이들이라면 레넌 삶의 후반기를 다룬 이 책의 뒷부분을 편한 마음으로 읽기 어려울 것이다. 대중음악가로서 존 레넌은 사회 변혁에 너무나 열성적이었고, 또 사회운동가로 보기에 그는 지나치게 성공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이 부분에서 신현준은 레넌을 적극적으로 옹호한다.

비틀스가 록의 상업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으며, 존 레넌이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그는 어디까지나 '백만장자 사회주의자'였고, 사회운동에 깊이 빠져들었을 때조차 다른 사회운동가와 자신을 동일시할 수 없었다. 존 레넌이 직설적이고 전복적인 가사를 썼음에도 대중이 그를 조안 바에즈, 피트 시거와 구분지어 이해하는 이유다.

존 레넌의 사상이 집약된 '이매진'은 오늘날 대중에게 광고 음악으로 더 친숙한 노래다. 이처럼 존 레넌을, 그리고 비틀스를 제대로 이해하기란 어렵다. 좋은 음악만으로 그를 소비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반쪽만을 아는 것일 뿐이다. 이 책은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면서 존 레넌을 더 깊이 이해할 기회를 주는 책이다.

"결국 존 레넌은 음악 상업주의의 좋은 상품일 뿐 아닌가", 하고 일갈하는 이들에게도 이 책은 훌륭한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 존 레넌과 오노 요코. 오노 요코는 레넌이 폴 매카트니와 결별한 후 찾아낸 반쪽이었다. 둘은 레넌이 총에 맞아 사망할 때까지 연인, 모자, 동료, 동지로 함께 했다. ⓒ워너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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