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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오세훈, 대통령에 잘보이려 궤변 일삼나?

[홍헌호 칼럼] "진짜 포퓰리즘은 토건사업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말대로 무상급식이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면 필자 스스로 망국노(?)라는 꼬리표를 마다 하지 않겠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있다. 무상급식이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면 오 시장이 추진했던 화장실 개선사업도 망국적 포퓰리즘 아닌가. 책걸상 교체사업은 또 어떤가. 사교육비 줄이기 사업은 또 어떻고, 학교폭력 줄이기 사업은 또 어떤가. 이들 사업들도 저소득층에게만 혜택이 가는 신성(?)한 '선별적 복지'사업인가.

오 시장 스스로 망국적 포퓰리즘(?)을 실천하면서 무상급식에 대해서만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는 딱지를 붙히며 주체할 수 없는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으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오 시장 스스로 실천한 망국적 포퓰리즘(?)

오 시장은 자신이 소외지역 학교 화장실만 개선해 주었다고 믿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오해다. 서울시 교육청 예결산 자료를 보면 소외지역 학교 화장실만 개선해 준다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1980년대 강남의 어느 학교에 최신식 화장실이 들어섰다 하자. 그러나 그것은 2000년대에는 가장 노후된 시설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부자동네 자치구들이 학교 화장실을 해마다 최신식으로 교체하며 오 시장이 망국적 포퓰리즘 혐의에서 벗어나도록 배려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오 시장이 포퓰리즘이라는 용어를 동원하여 상대방 색깔 칠하기에 열중하고 있는 태도도 문제다. 이제는 포퓰리즘에 대해서도 명확한 개념 규정을 해야 할 듯하다. 국민들에게 인기있는 모든 정책에 '포퓰리즘'이라는 낙인이 찍힌다면 이거야말로 난감한 일이다.

필자는 평소 포퓰리즘을 이렇게 개념규정하고 있다. '사익의 총합보다 공익의 손실이 더 크게 나타나는 사안에 대해 누군가 사익추구 행위자들에 편승할 때 이를 포퓰리즘이라 한다.'

이런 포퓰리즘의 대표적인 예로는 감세와 부동산 투기가 있다. 개인적으로 세금 덜 내라고 할 때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국민들이 감세에 대해 경계심을 가지는 이유는 감세로 인한 공익 손실이 그로 인한 사익의 총합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본인의 집값이 오르는 것을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사람들이 부동산 가격 안정에 동의하는 것은 그로 인한 공익 손실이 가격상승으로 인한 사익의 총합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오세훈 시장이 벌여놓은 르네상스 사업 등 상당수에 무상급식보다 많은 세금이 투입된다. ⓒ뉴시스

오 시장의 토목건설사업이 포퓰리즘에 더 가깝다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토목사업과의 비교를 통해 그것의 포퓰리즘적 성격 여부를 추정해 볼 수 있다. 토목사업은 경제발전 단계에 따라 그 생산성이 크게 다르게 나타난다. 신흥개발도상국의 경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매우 적은 반면, 기름값이 선진국들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GDP 대비 물류비 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난다. 따라서 경제성장에 따라 물류비가 급증하는 이들 나라의 경우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이 매우 중요한 국가적 과제가 된다.

그러나 경제가 일정한 궤도에 오르면 GDP 대비 물류비 비중이 급감하기 때문에 무분별한 SOC 건설사업은 약(藥)이 아니라 독(毒)이 될 수 있다. 물류비를 대폭 줄여주지 못하는 SOC 사업은 생산성이 매우 낮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2008년 기준 우리나라 전산업과 건설업의 최종수요(소비+투자+수출)액 대비 부가가치액 비율을 비교해 보면 전자는 58.1%, 후자는 35.1%로 나타난다. 물류비를 대폭 줄여주지 못하는 SOC 사업의 생산성이 매우 낮다는 증거다.

반면 복지사업은 전산업의 소비를 유발하기 때문에 물류비를 대폭 줄여주지 못하는 SOC 사업보다는 생산성이 더 높다. 특히 교육복지사업은 인재양성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 생산성은 훨씬 더 높게 나타난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같은 경제 수준에서는 생산성 낮은 토목사업을 선호하는 오 시장이 교육복지사업을 선호하는 사람들보다 포퓰리스트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반성하는 일본 정부, 반성 안하는 오세훈

90년대 북유럽 국가들과 일본의 성공·실패 사례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90년대 두 지역은 유사한 부동산거품 붕괴위기에 직면했었다. 그러나 거품붕괴 위기에 대처하는 두 지역의 전략은 사뭇 달랐다.

일본이 토목건설형 경기부양에 집중한 반면, 북유럽 국가들은 교육개혁과 복지확충에 집중했다. 당시 북유럽 국가들은 △실사구시형 대학개혁 △양질의 직업교육·직업훈련 △국민들의 미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충실한 사회안전망 구축 등을 통해 위기를 고성장의 기회로 만들었다. 그 결과 1994년과 2006년 사이 일본의 일자리가 0.6% 줄어들 때 이들 국가들의 일자리는 평균 20% 가까이 늘어났다.

최근 일본은 토목사업과 복지사업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을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교육당국 모두 토목건설예산 비중을 줄이고 교육·복지 예산 비중을 늘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림-1]을 보면 1990년대 일본정부가 토목건설형 경기부양에 집중한 반면, 북유럽 국가들은 이와 다른 전략을 구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1997년 이후 일본 정부의 태도. 일본 정부는 토목건설 중심형 경기부양정책이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일으켰다는 국내외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토목 예산 비중을 대폭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일본 지방정부·지방교육청, 토목건설사업 비중 대폭 줄여

지방정부들은 어떨까. 일본 지자체들도 중앙정부와 유사한 길을 걷고 있다. 1990년대 토목중심 경기부양을 시도했다 실패한 일본 지자체들은 2000년 이후 토목지출 비중을 대폭 줄이고 복지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지방정부 복지비 비중은 2000년 25.1%에서 2006년 35.1%로 10.0%포인트 상승한 반면 토목비 비중은 36.9%에서 30.0%로 6.9%포인트 하락했다.

일본 지방교육청들은 또 어떨까. 일본 지방교육청들의 재원배분 전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림-3]을 보면 일본 지방교육청 총교육비 대비 시설투자비 비중이 1992년 20%에 육박했으나 2004년 이후 10% 아래로 떨어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시설투자비 비중이 반토막이 난 것이다.

오 시장은 이런 자료들을 들여다 보기는 했을까. 그의 평소 언행으로 보아 일본 지자체의 재정배분에 대해 공부했다는 흔적을 찾기는 어렵다. 심지어 그는 지난 5월 문화방송(MBC)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에서 "건설비를 쓰는 것은 한시적이나 보육이나 복지 예산은 한번 쓰기 시작하면 낮출 수가 없다"며 토목건설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시하기도 했다.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 궤변 일삼나

필자 또한 보편적 복지만이 절대선(絶對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보편적 복지는 선별적 복지와 적절하게 배합될 성질의 것이다. 그러나 보편적 복지는 곧 악이요, 선별적 복지는 곧 선이라는 오 시장의 이분법은 매우 위험하다.

오 시장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현재의 초·중학교 무상교육도 전면 철회하고 부유층들 자녀에게는 대학생 등록금과 유사한 액수의 학비를 내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건강보험에 있어서도 부유층들에게는 건강보험료를 현행대로 내게 하되, 건강보험 보장성을 대폭 낮추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극단적인 선별적 복지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08년 발표한 사회복지지출통계(SOCX) 자료에 따르면 2005년 우리나라 GDP 대비 아동·청소년 복지재정 비율은 0.18%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 이것은 OECD 평균 1.50%의 8분의 1 수준에 해당한다. 그나마 2006년 이후 정부의 저출산·고령화 정책에 힘입어 그 비율이 0.30%(2008년 기준)로 올라가기는 했다. 그러나 여전히 OECD 평균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모든 국민들은 저출산 문제를 걱정한다. 그러나 공짜 점심은 없는 법.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동·청소년 복지지출을 대폭 늘려야 한다. 다만 현금급여를 늘릴 경우 사교육비로 전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무상급식과 같은 현물급여를 우선적으로 늘려야 한다.

오 시장은 무상급식 때문에 서울시와 대한민국이 망하기라도 할 것처럼 호들갑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도 우리나라 아동·청소년 복지재정이 OECD 평균수준에 비해 약 12조 원(GDP의 1.2%) 정도 부족한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물론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이 OECD 평균의 74% 수준이기 때문에 이 점을 고려한다면, OECD 평균수준과의 격차는 약 8조 원(GDP의 0.8%)이 된다.

선진국에 비해 아동·청소년 복지재정이 8조 원 부족한 상태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무상급식에 2조 원 정도 재정을 추가로 확보한다 하여 큰 문제가 될 수 있을까. 더구나 그 재원을 증세가 아닌 토목비 비중 축소로 마련하는 것이라면 이에 반대할 명분은 더욱더 궁색해진다.

오 시장이 논리와 근거 없이 상대방 색깔칠하기를 하며 좌충우돌하자 누리꾼들은 "대통령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오 시장이 궤변을 선택했다"고 비난한다. 그 비난이 과도해 보이지 않는 까닭이 무엇일까. 아마도 오 시장의 논리와 근거가 지나치게 빈약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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