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6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동차 분야의 성과를 우려먹으며 협정의 필요성을 억지로 주장하던 정부의 논리는 파산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범국본은 "미국은 관세가 폐지된 5년 후에도 이번에 새로 생긴 세이프가드나 원래 있던 스냅백 조항을 통해 언제든지 한국의 자동차 수출을 막을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세이프가드란, 특정 품목 수입이 급증해 수입국에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관세를 인상하거나 수입을 제한하는 무역보호조치를 뜻한다. 스냅백이란, 협정 위반 혹은 관련 이익이 무효가 됐을 때 6개월 내 관세 혜택을 철회하는 조치를 가리킨다.
ⓒ프레시안(김윤나영) |
앞서 김종훈 본부장은 5일 추가 협상 결과 브리핑에서 "(이번 재협상 결과) 자동차 부분에 세이프가드 조치를 새로 도입하면 한국이 불리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려면 수입이 증가해야 하는데 한국이 직접 수출하는 완성차는 계속 줄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김 본부장은 "한국 자동차 기업의 미국 현지 생산이 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 수입 증가가 실제로 현실화될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범국본은 이러한 김 본부장의 발언이 "한미FTA 협정에서 자동차 수출이 이익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던 정부의 입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자동차 수출이 증가하지 않는다면 미국과 FTA를 체결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는 것이다.
주제준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정책위원은 "정부는 지금까지 자동차를 수출하기 위해서라도 한미FTA를 체결해야 한다고 강변하느라 미국 현지에 한국 자동차 공장이 들어서는 것을 부정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자동차 수출량이 미미하므로 세이프가드 조치가 실효성이 없으리라는 주장은 이제 와서 정부가 스스로 세운 논리를 전면 부정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주 정책위원은 "범국본은 2007년부터 꾸준히 '한국 자동차가 미국에서 현지 생산되므로 관세 철폐로 인한 자동차 수출 이득이 별로 없다'고 주장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이제 와서 범국본과 같은 주장을 한다"며 "FTA를 체결하면 자동차 수출이 증가하리라는 정부의 주장은 협상 추진을 위한 명분에 불과했음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한국 자동차가 미국에서 생산된다면 '관세 철폐로 인한 수출 증가'는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진보신당 김정진 부대표도 "김종훈 통합교섭본부장은 (이번 자동차 양보에 대해) '2.5% 관세가 있을 때도 한국 자동차는 미국에 수출을 잘 했다'고 말했다"며 "그럴 거면 미국과 FTA 협정은 왜 하느냐"고 반문했다.
"세이프가드, 미국에 비해 한국 타격이 클 것"
세이프가드가 '독소 조항'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주 정책위원은 "세이프가드 조치는 미국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들어준 것이기 때문에 문제"라며 "김 본부장은 세이프가드가 발효될 리 없다고 하지만 이후에 미국이 이 조치를 발효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김 본부장은 "세이프가드는 상호주의"라며 "미국에 맞서 한국도 세이프가드를 발동한다면 원래 관세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관세가 2.5%이고, 한국 관세 8%가 다시 작동하므로 문제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주 정책위원은 "한국에 수입되는 미국산 자동차 양이 워낙 작기 때문에 관세를 되돌린다고 해도 한국에 가해지는 타격에 비해 미국에는 별 타격이 가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한국 자동차 기업이 미국에서만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금을 내리라는 우려도 커졌다. 허영구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는 "이번 협상으로 미국 자동차는 수출이 쉬워졌고, 한국 자동차는 수출이 어려워졌다"며 "수출이 어려워지니 한국 자동차 회사가 미국 현지에 들어가 직접 자동차를 생산하는 경향이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이미 현대자동차 해외공장 10개가 가동되고 있다"며 "이런 식이라면 울산 자동차 공장이 텅 빌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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