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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파업' 교섭요구안 확정…사측 특별교섭 나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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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파업' 교섭요구안 확정…사측 특별교섭 나설까?

비정규직-정규직 입장 차 정리…'불법 파견' 논의될 지는 미지수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농성 파업이 교섭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 27일 금속노조와 현대차 정규직 지부,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는 '마라톤 토론'을 벌인 끝에 사측에 대한 교섭 요구안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사측이 교섭에 나설 수 있을 지 여부도 미지수일뿐더러 노조 각자의 '사정' 때문에 교섭안에 대한 불만이 사라지지 않는 상태다. 교섭 여부를 떠나 농성 자체가 장기화될 조짐도 보인다.

세 주체가 마련한 교섭요구안의 내용은 △농성 참가자들에 대한 고소‧고발과 손해배상, 치료비 해결 △농성자의 고용 보장 △비정규직 지회 지도부 사내 신변안전 보장 △불법파견 교섭에 대한 대책 등이다. 각각의 요구안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알려면 이번 파업에 발을 걸치고 있는 각 주체의 사정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 "불법 파견이 핵심" VS 정규직 "사측 끌어내는 게 중요"

우선 파업의 당사자인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다. 파업의 표면적인 시발점은 울산 공장 시트사업의 하청업체인 동성기업이 폐업하고 다른 하청업체가 들어서면서부터다. 동성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새 업체와 고용계약을 맺으려면 노조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는 요구에 반발해 15일 오전 1공장 라인을 점거했고 이후 비정규직 지회의 1공장 점거로 이어졌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파업의 본질이 지난 7월 대법원이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는 불법 파견이므로 현대차가 이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한 데 있다고 주장한다. 판결 이후 비정규직 노조에 가입을 문의하는 이들이 폭증했고, 사측에 정규직화를 요구하던 목소리가 높아지던 와중 동성기업 폐업 사건이 불을 댕겼다는 말이다. 때문에 지회는 사측에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요구안의 핵심은 '대법원 판결에 따른 교섭'이다.

사측은 대법원은 해당 사건을 파기 환송한 것뿐이라서 최종 판결이 나야 교섭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고등법원의 파기환송심 1차 심리가 11월 중순에 열렸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를 넘겨야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사측이 항고할 경우 다시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또 긴 시간이 걸린다. 노동부가 지난 2004년 처음으로 현대차 불법 파견을 적발한 이후 6년간 갈등이 지속돼 온 것을 감안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이상의 '시간끌기'를 허용할 가능성은 낮다. 사측과 지회의 입장만 놓고 본다면 접점을 찾기 힘들다.

사측과 지회의 요구가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가운데 낀 정규직 노조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농성이 지속될 수 있었던 건 정규직 대의원들이 중심이 돼 사측 관리자들의 농성 해제 시도를 차단하고, 농성장에 음식 반입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한 공이 크다. 사측이 교섭 주체를 인정하는 곳도 정규직 지부인 만큼, 특별 교섭 역시 지부의 중재가 얼마나 잘 이뤄지는 가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프레시안(김봉규)

'농성 해체'않는 교섭…가능할까?

갈등은 여기에서 나온다. 교섭의 목적을 '농성 사태의 해결'에 놓고 보느냐, '불법 파견'에 놓고 보느냐에 따라 교섭안의 성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농성 당사자들이 후자에 있어서 양보할 생각이 없는 반면, 이경훈 현대차지부장은 "불법 파견 문제는 장기적인 사안"이라는 입장을 여러 번 반복해 왔다.

이 때문에 24일 처음 논의된 교섭안 내용부터 비정규직 조합원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당시 논의된 내용은 '이번 파업이 동성기업 폐업에서 시작됐다'는 전제에서 농성 진행에 따라 사측이 제기한 고소‧고발, 손해배상 청구 등과 동성기업 노동자들의 고용 승계 등이 앞에 나왔고, 불법 파견 교섭에 대한 내용은 상대적으로 모호하게 표현됐기 때문이다.

지부와 농성을 이끄는 쟁의대책위원회는 사측을 교섭장에 끌어내기 위해 고소‧고발 등을 '미끼'로 앞에 세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일반 조합원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이에 쟁대위는 △대법 파견에 따른 특별 교섭을 열어 지난 9월29일 사측에 교섭을 요청할 당시의 8대 요구안을 제시 △농성 해제 등 어떤 전제 조건도 없는 교섭이라는 두 가지 원칙을 세우고 26일 금속노조 및 지부와 재논의에 들어갔다.

결국 27일 나온 교섭요구안은 첫 논의 당시 내용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파업의 원인을 동성기업 폐업으로 규정한 문구가 삭제됐다. 반면에 재논의에 들어가면서 쟁대위가 정했던 두 가지 전제는 문구에 포함되지 않은 채 쟁대위가 불법 파견 정규직화 교섭을 열기 위한 과정으로 특별 교섭에 참가한다는 등의 내용만 단서조항으로 받아들여졌다. 교섭의 궁극적인 목적이 불법 파견을 해결하기 위한 교섭으로 가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사측의 완강함을 누그러뜨리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셈이다.

농성 당사자인 울산지회 쟁대위는 27일 오후 늦게 이러한 안을 받아들였다. 이미 1차 교섭의제를 통과시켰던 전주 비정규직 지회도 이 안에 큰 반발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산공장 비정규직 지회는 합의안을 거부했다.

송성훈 아산지회장은 이날 입장 자료를 통해 "회의 결과에 명시되어 있지 않았지만 이경훈 지부장은 논의 과정에서 노사 상견례가 열리는 등 교섭창구가 열리면 농성을 해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수차례에 걸쳐 분명히 밝혔다"라며 "사실상 현대차 비정규직 3지회가 '전쟁터에서 총을 버리고 전쟁을 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라고 지부 측을 비판했다.

하지만 이번 파업을 지속시킬 수 있었던 동력이 정규직 대의원들의 연대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쟁대위 입장에서도 지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측이 특별교섭에 응해 대화를 시작한다면 당장은 내재되어 있는 갈등이 다시 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향후 교섭 국면의 전개 방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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