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화 기업호민관 ⓒ연합뉴스 |
조성구 씨는 "기업호민관실은 그나마 중소기업의 고충을 말할 수 있는 기관이었다"며 "이마저 흔들린다면 정부가 중소기업의 마지막 남은 희망조차 꺾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호민관이 오죽하면 사퇴했겠나"라며 혀를 찼다.
이민화 기업호민관은 대·중소기업 간 거래의 공정성을 평가하는 지표인 '호민인덱스'를 만들려다 관련 정부 부처의 제지를 받았다. 반면 정부는 대·중소기업 상생지수를 동반성장지수로 일원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호민관은 "11~12월은 대·중소기업 납품단가 협상이 집중되는 시기"라며 "동반성장지수는 일러야 내년 상반기에나 나올 예정이라 너무 늦다"며 반발했다. 내년 상반기 쯤이면, 이미 '대·중소기업 상생' 구호는 관료들의 머리에서 잊혀져 있을 때라는 게다. 이 기업호민관이 마음을 졸였던 이유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기업호민관' 제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심각한 불공정 거래 관행에 대한 임시 처방에 불과하다는 게다.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이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 조성구 전 얼라이언스 시스템 대표. 삼성SDS가 계약 조건을 속였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가 회사 문을 닫아야 했던 그의 사연은 여러 매체에 소개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강조할 무렵, 청와대 행정관이 그를 만나 사연을 듣고 해결을 약속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청와대가 보낸 차비 5만 원뿐. 변한 것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지난달 "청와대가 보낸 돈 5만 원 돌려드리겠다"고 외치며 청와대 근처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조성구 |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개별 중소기업 대신 중소기업협동조합이 대기업과 납품 단가 협상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지난 9월 29일, 정부가 대·중소기업 상생 방안으로 내놓은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로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정부 대책은, 대기업과의 거래 중단을 우려해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던 피해 중소기업 대신에 중소기업협동조합이 납품단가 조정을 신청하도록 한 것.
하지만 이런 대책은 한계가 명확하다. 우선 원자재 가격이 10~15%가량 오를 때만 허용된다. 또 조정을 '신청'하는 것만으로는 대기업에 실질적인 압박을 가할 수 없다. 상대적 약자인 중소기업들의 단체교섭, 단체행동이 가능할 때만, 상대적 강자인 대기업이 압력을 느낀다.
위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협동조합이나 업종별, 지역별, 부품별 조합이 대기업과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개별적으로 교섭하는 경우보다 약간 높은 수준의 단체행동을 중소기업에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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