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독자들 중에는 제 사연을 알고 계신 분들이 꽤 있으리라고 여겨집니다. 저는 지난 2002년, 삼성SDS와 제휴해서 은행 전산망 구축 프로젝트에 참가했다가 삼성 측이 계약 조건을 속였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문제 삼았습니다. 그리고는 그 대가를 톡톡히 치렀지요. 단지 입찰조건이 부당하다고 지적했을 뿐인데, 진행하던 모든 프로젝트에서 배제되고 결국 회사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삼성과 싸우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에 여러 차례 소개됐고, 지난 9월 1일에는 KBS <추적60분>이 "중소기업의 눈물"이라는 제목으로 제 사연을 보도했습니다. (☞관련 기사: "기업가 정신? 삼성이 죽였다")
제가 다시 컴퓨터 자판 위에 손을 얹은 것은 최근 뉴스를 보고서였습니다. 검찰이 대기업 비리를 수사한다고 하더군요. 그보다 앞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사회를 이야기했고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정한 거래를 해야한다는 이야기가 청와대에서 나왔습니다.
한편 반갑지만,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천문학적인 탈세, 횡령, 비자금 조성, 경영권 불법 승계, 불법 로비 등 상상을 초월하는 경제 범죄를 저지른 삼성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줬으면서, 공정사회를 이야기한다는 게 말이지요.
정부가 진정으로 공정사회를 만들려 한다면, 대기업 비리를 정말로 근절하려 한다면, 먼저 삼성 비리부터 제대로 파헤쳐야 하는 것 아닐까요.
대통령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에 대해 한창 이야기할 무렵,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제 아내가 대통령 앞으로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청와대에서 중소기업을 담당한다는 김 모 행정관에게서 연락이 오더군요. 저는 지난 9월 9일 오후 2시 청와대를 찾아가서 김 행정관을 만났습니다. 김 행정관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기다렸지요. 하지만 아무런 연락이 없더군요. 결국 제가 연락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은 "없었던 일로 하겠다"였지요.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을 청와대가 개입할 수 없다"는 대답이었습니다.
울화통이 치밀었습니다.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했다는 사실은 청와대가 저를 만나기 전에 이미 알고 있던 것입니다. 청와대 역시 검찰이 삼성을 봐줬다는 것, 그래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았나요. 그러니까 저를 만났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까지 했던 것 아닙니까. 그런데 결국 "없었던 일로 하자"라니요.
▲ 청와대 중소기업실 관계자가 조성구 씨에게 보낸 편지. 안에는 현금 5만 원이 담겨 있다. ⓒ조성구 |
그리고 얼마 뒤, 제게 편지가 왔습니다. 청와대를 다녀가느라 든 여비라면서 5만 원이 봉투에 들어 있더군요. 이 돈 다시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차라리 재벌 비리에 분노하는 다른 시민들의 도움을 받겠습니다. 저는 지금 삼성을 상대로 다시 소송을 준비 중입니다. 1등 삼성은 봐주면서, 만만한 기업만 건드리는 '불공정 사회'를 바꾸기 위한 제 나름의 실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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