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근 중소기업과의 상생경영 방안을 발표했으나, 내부 지배구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약속을 이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도급업체가 부담을 지는 근본원인은 납품단가 후려치기인데, 지배구조가 정상화되지 않는 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협력사의 원자재 구매를 돕는 사급제를 도입하고, 펀드를 조성해 협력업체에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상생경영 7대 실천방안'을 발표했다.
18일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내 "부품구매 담당부서에서 단기실적을 올려야만 승진이 가능한 경직적 조직관리 체계 하에서는 상생경영 약속도 물거품이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하도급거래 관행에 많은 비판이 제기된 것 역시 '관리의 삼성'이 초래한 필연적 결과"라고 지적했다.
또 "회사의 단기적 이익, 심지어 총수일가의 사적인 이익에 충성하는 자만이 살아남는 왜곡된 지배구조를 개혁하는 게 하도급거래의 불공정성 문제를 극복하는 출발점"이라며 "이건희 회장이 아무리 상생협력을 강조해도 삼성전자 내부의 인센티브 구조가 제대로 짜여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상생경영방안의 내용이 좋으나, 핵심을 짚지 못했다"며 "특히 삼성의 1차 협력업체들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서 문제가 아니라, 단가 후려치기로 이익을 올리지 못하는 게 문제인데 정책금융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느냐"며 삼성전자가 나서 협력업체에 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내용을 두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김 교수는 "한국의 중소기업을 위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책금융비중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높다"며 "한달 간 고민해서 내놓은 방안이 핵심인 납품단가 문제만 피해갔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상생협력은 거래쌍방 간의 신뢰 구축이고, 신뢰는 약속의 이행으로부터 싹튼다"며 "이건희 회장이 지난 2008년 4월 22일 사회적으로 발표했던 삼성의 '경영쇄신안' 10개 항목부터 제대로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건희 회장은 삼성특검 수사결과 발표를 앞둔 당시 "조세포탈이 문제가 된 차명계좌에 대해 실명 전환과 함께 누락된 세금을 납부한 후, 남는 돈을 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 않고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방도를 찾아보겠다"고 약속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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