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내부 정보, 삼성 임원까지 봤다

삼성 "MBC와 언론인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

삼성경제연구소 오 모 부장이 훔쳐낸 MBC 사내 전산망 정보가 다른 삼성 임원에게도 전달됐다.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은 17일 오 부장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 및 삼성 측의 결정 내용을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이 팀장은 "오 부장이 얻은 MBC 내부정보를 외부의 지인과 일부 회사 임직원에게 단체 메일로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며 오 부장이 면직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오 부장으로부터 메일을 받은 다른 삼성 임원에 대해서는 "향후 인사에서 적절한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팀장은 "이는 오 부장의 개인적 판단에서 이뤄졌고, 대부분 수신자는 수동적으로 전송받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삼성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이어 그는 "MBC의 임직원과 언론인들에게는 머리 숙여 사과한다"고 말했다.

오 부장이 MBC 내부정보를 담아 보낸 단체메일을 받은 이들은 대부분 메일을 열어보지 않았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오 부장이 이른바 증권가 찌라시 등과 함께 보낸 메일이라서, 메일 수신자들이 내용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이런 설명이 얼마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일부 MBC 기자들이 삼성 관련 취재 내용 및 보도 방향에 대해 삼성 측이 미리 알고 대응하는 듯한 상황을 여러 번 겪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편, MBC는 지난 15일 내부 정보를 삼성에 유출한 문 모 씨를 해고했다. MBC는 이날 "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정보를 유출시킨 직원에 대한 징계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MBC 경영진은 MBC 노동조합 등 내부의 비판에도 이번 정보 유출 사건에 연루된 삼성그룹에 대한 유감을 표하지 않아 빈축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