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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때 늦은' 기준금리 인상…2.50%로 상향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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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때 늦은' 기준금리 인상…2.50%로 상향조정

김중수 총재, 추가 인상 가능성 시사

한국은행이 넉달만에 기준금리를 올렸다. 물가 부담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미 물가가 상당폭 오른 터라, 한은의 뒤늦은 결정은 대외적으로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한은은 현 금리수준도 여전히 '완화적'이라는 입장을 보여, 추가 인상 가능성도 거론된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때문에 연기돼 16일 열린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은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종전보다 0.25%포인트 끌어올린 2.25%로 결정했다. 한은은 지난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5.25%던 기준금리를 여섯 차례 거쳐 2.25%까지 낮춘 바 있다.

물가 때문…추가 인상 시사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주요 원인은 역시 물가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9월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달에는 4.1%까지 치솟았다. 이는 한은의 중기 물가안정목표 3.0±1%를 크게 넘어선 것이다. 농산물 가격 급등에 달러약세로 유가 등 상품가격마저 불안정해졌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를 금리 하나로 대처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수요 측면에서 물가압력이 있어왔기 때문에 이번에 (기준금리를) 올려서 대처하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올렸으나, 이미 지난 9월부터 인상 요구가 빗발쳤던 것을 감안하면 늦은 감이 있다. 선제적으로 물가인상에 대응하지 못해 한은의 기본 책무를 방기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김 총재는 "여전히 올해 물가상승률은 2.9% 정도가 될 것"이라며 "한은은 한 달, 한 달 보고 기준금리를 결정하지 않고 전반적인 물가상승 추세를 보고 가장 적절한 타이밍을 잡았다"고 해명했다.

대외적으로는 개발도상국들의 전반적인 유동성 환수 기조에 발맞춘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앞서 중국과 인도, 호주, 베트남 등이 줄줄이 기준금리를 끌어올려 인플레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과도하게 시장에 풀린 유동성을 제때 환수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한은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컸다.

이 때문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리라는 예견도 벌써부터 나온다. 실제 한은은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그간 줄곧 유지해온 "금융완화기조"라는 단어를 삭제했다. 이를 두고 시장참가자들 사이에서는 "한은이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실제 최근 공개된 지난 9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적어도 2.75%까지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총재도 "아직도 (한은의) 기조는 금융완화적"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는 위기 극복을 위해 매우 완화적인 정책을 쓰면서 '금융완화기조'라는 표현을 썼고, 지금은 (굳이 설명을 하지 않고) 제가 설명드려도 의미가 전달되지 않겠는가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인플레에 대한 기대치와 성장기대치를 감안했을 때, 가장 적절한 (기준금리 수준을 두고 '중립적 금리'라고 하는데, (현 기준금리는) 그 수준에 가지 못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급하게 움직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추가 인상을 시사한 말이다.

김 총재는 다만 "(추가 인상에 대해)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며 과도한 해석은 삼가달라고 요청했다.

인상 이후는? 여전히 안갯속

한은이 유동성 회수에 나섰으나, 당장 이 효과가 국내 자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통화정책의 특성상 유동성 회수 효과는 천천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당장 짚어볼 수 있는 가능성의 하나는 오히려 유동성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다. 선진국이 제로금리를 유지하는 상황이라, 국내 채권시장을 노린 핫머니의 유입이 더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최근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2차 양적완화를 취하면서 달러화 가치가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경우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원화가치 상승은 국내 금융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들수도 있다. 이 가능성 때문에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최대한 앞당겼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일랜드의 재정불안이 확산되는 등 유럽연합(EU)이 여전히 비틀거림에 따라 달러가치 상승 효과가 날 수도 있다. 유로화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그만큼 원화 투자매력도도 반감될 수 있다.

김 총재는 이와 같은 점을 두고 "현재로서는 전반적인 효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며 "앞으로 매월 예의주시하면서 대처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G20 정상회의 결과 도출된 '서울선언'으로 인해 국제경제의 불확실성은 다소 줄어들었다고 강조했다. G20 정상회의에서 나온 환율분쟁 방지 합의로 인해 불확실성이 다소나마 줄어들었다는 이유다. 그러나 지난 경주 재무장관회의 이후에 미국이 양적완화를 결정하는 등, 여전히 불확실성은 크다.

한은, 부동산 시장 변화에 우려

한편 한은은 국내 부동산 시장이 다시 꿈틀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해 눈길을 끌었다. 한은은 발표한 자료에서 "부동산 시장에서는 지방의 주택매매가격 상승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수도권의 하락폭 축소 움직임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의결문에서는 여전히 집값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상승세가 확연한 기미를 보일 경우, 기준금리 추가 인상의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정부 발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자본유출입 조치에 대해서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정부가 더 강한 조치를 취하는 것 않느냐는 전망에는 뭐라고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날 청와대는 경제 관련 최고위급 회의인 '서별관 회의'를 두달 반만에 열어 거시경제정책 동향과 관련 대책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날 회의에서 핫머니 규제책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 과세, 은행거래세 신설, 외은지점의 선물환포지션 축소 등이 예상 대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급격한 자본의 유출입 변동성에 대비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관련 대책들을 거론한 바 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의에 참석,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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