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15일 공정 점거를 시작으로 지난 2006년 이후 4년 만에 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새벽부터 검거를 시작한 노조는 경찰과 충돌해 49명이 연행되고 부상자도 다수 발생한 상태다.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간 표면적인 이유는 업체 폐업이다. 현대자동차 시트사업부의 사내하청업체인 동성기업은 14일 사업주의 건강 문제를 들며 폐업했다.
이에 따라 동성기업 소속 노동자 59명은 새로 들어오게 된 청문기업과 다시 계약을 체결해야 했다. 그런데 청문기업은 고용 승계의 조건으로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를 탈퇴할 것을 내걸었고, 이에 반발한 29명의 조합원은 근로계약 체결을 거부했다.
최근 법원이 현대차 사내하청을 불법 파견으로 보고 비정규직 노동자도 원청인 현대차가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잇따라 내려 사측과 비정규직 노조 사이의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동성기업 폐업은 불을 댕긴 셈이 됐다. 울산 및 전주·아산 비정규직지회는 지난 9월말부터 현대차 측에 불법 파견을 철회하라며 5번의 교섭 요청을 했지만 한 차례도 응답을 받지 못했다. 이에 세 지회는 지난 5일 쟁의를 결의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서를 접수한 상태였다.
경찰, 사측과 '사전 교감' 있었나?
14일 울산 비정규지회 조합원들의 특근 거부로 시작된 파업은 다음날 전면 파업으로 번졌다. 15일 새벽 5시30분 경 동성기업 소속 조합원 26명이 시트1공장 프런트라인을 검거하고 농성을 벌이다 1시간여 만에 전원 연행됐다. 이 과정에서 사측 관리자 및 용역 직원들이 소화기와 최루액을 뿌리고 프레임을 휘둘러 귀와 머리가 찢어지는 조합원이 나오는 등 11명이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야간조 조합원 400여 명이 공장 인근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납품차량 진입 시도를 저지하던 조합원들은 곧 경찰과 충돌해 20여 명이 추가 연행됐다. 하지만 이들은 오후 1시경 1·2공장 파업을 선언하고 공장 라인을 검거했다. 이후 1공장에 집결해 라인 가동을 멈췄으며 16일 오전까지 주·야간 전면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파업에 동참한 이들도 1200여 명까지 불어났다. 전주·아산 공장도 16일부터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고 전면 파업으로 이어질지의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대차 측이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보고 고소·고발 등 맞대응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이날 충돌 당시 울산중부경찰서의 '현대차 시트사업부 동성기업 폐업 관련 경비대책'이라는 문건이 발견되면서 사측과 경찰이 노조 측 움직임을 사전에 알고 함께 대응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문건에는 "15일 6시30분경 납품차량 진·출입 저지를 예상해 컨테이너 4개와 버스 7대로 정문을 차단하고 경비원을 동원해 (계약) 미체결 노조원들의 출입을 저지한다는 계획으로 관리자 760여 명을 동원해 납품차량의 이동동선인 오토벨리로 등에 대기한다"고 쓰여 있다.
실제로 이날 경찰은 동성기업 소속 조합원들의 새벽 공장 점거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고 이에 따라 진압도 신속하게 이뤄졌다. 또한 현대차 측은 조합원들이 농성하던 오토밸리로 쪽으로 새로 문을 뚫어 납품차량 진입을 시도했고 경찰이 이를 지원하면서 연행자가 속출했다. 하지만 프레임을 휘두르는 등 폭력을 행사한 사측 직원을 제지한 흔적은 없었다.
또한 경찰은 지난 7월 20일 중노위가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조합은 조정대상이 아니라고 결정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날 쟁의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중노위는 지난 5일 지회가 새로 제출한 쟁의조정신청서에 대한 회의를 열고 있고 있었다. 중노위는 결국 "현대차는 직접적인 사용자 관계로 볼 수 없어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법원의 판결 취지와 다른 결정을 내렸다. 노조 측이 경찰과 중노위까지 합세해 일치감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을 불법으로 보고 있었다고 주장할 만한 정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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