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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품 빠지면 죽는 그들, '폰지 차입자'가 할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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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부동산 거품 빠지면 죽는 그들, '폰지 차입자'가 할 일은?"

[부동산 거품, 해법 찾기·⑤] "주택담보대출자 60%, 사실상 투기금융 단계"

미국발(發) 서브프라임론 사태로 촉발된 세계 경제위기 과정에서 상당히 주목받게 된 경제학자가 1996년 타계한 하이먼 민스키다. 자산시장에 대한 투기적 거품이 급격하게 무너지는 시기를 '민스키 모먼트'라고 부르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로 그의 '금융 불안정성 이론'은 최근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사실 1970년대 이래 미국 경제학의 주류를 형성한 통화론자들은 이성적인 개인과 완전한 시장에 대한 믿음을 전제로 최근으로 올수록 자산 투기에 의한 버블과 이로 인한 금융시스템의 붕괴 가능성을 매우 과소평가해왔다. 이 같은 미국 경제학계 내부 주류의 움직임과는 달리 자산시장의 버블 붐과 버스트 사이클을 투자 주체의 차입구조를 중심으로 설명한 이가 바로 민스키였다.

그는 자산투기가 일어날 때 경제 주체들이 동원하는 차입구조가 변화함에따라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이어지면서 버블 붕괴가 일어나는 메커니즘을 설명했다. 그는 차입의 형태에 따라 차입자를 크게 세 부류로 나눈다. 사업체나 직장에서 발생하는 소득으로 원리금을 지급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태를 헤지차입자, 소득으로 이자는 낼 수 있지만 원금을 갚으려면 다시 돈을 빌려야 하는 상태를 투기차입자, 그리고 자신의 소득으로 이자도 지급할 수 없어 자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라야만 파산을 면할 수 있는 상태를 폰지차입자(악명 높은 다단계 피라미드형 투자사기꾼 찰스 폰지의 이름을 땄다)로 구분했다.

그러면 국내에서 2000년대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버블이 부풀어 오르는 과정에서 발생한 주택담보대출을 통한 차입 양상은 어떨까. 놀랍게도, 금융권의 주택대출 만기상환 연장 등의 조치로 이자만 내는 상태인 가계들이 전체 주택대출의 79.0%에 이른다. <도표1>에서 보는 것처럼 7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액 230.5조원 가운데 182조원에 대해 해당 가계들이 원금상환을 못하고 이자만 내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민스키가 제시한 분류에 따르면 헤지금융 상태인 부채 가계가 21%이고, 투기금융 상태인 주택담보대출자들이 79%에 이른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이 79%의 주택담보대출자들을 모두 투기금융 상태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자신의 사업체나 직장에서 발생하는 현금 흐름으로 원리금을 갚아나갈 수 있지만 다른 이유 때문에 일부로 이자만 갚고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의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기 때문에 사업상의 필요 등에 의해 일부로 이자만 내고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비율이 전체의 20% 이상을 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보수적으로 잡더라도 현재 민스키의 구분에 따라 투기금융 단계에 놓여 있는 주택담보대출자들이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60% 이상으로 추정되는 셈이다.

<도표1>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 현황

문제는 이것이 제1금융권만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실제로는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경우 이 비율이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는 2000년대 이전에 발생한 주택담보대출까지 모두 포함한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고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하지만, 2005년 이후 주택가격 고점기에 발생한 주택대출들의 해당 비율은 93~95%에 이르는 것으로 금융권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이처럼 사상 최저금리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주택대출자들이 이자만 내는 것도 벅차서 거치기간 만기 연장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미 수도권 상당수 지역에서는 실거래가가 빠른 속도로 하락하는 가운데 이자 부담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이른바 '폰지금융' 단계에 접어든 가계들이 늘고 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주택대출 연체율의 상승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발표한 주택대출 연체율이 7월 0.53%에서 0.64%로 한 달 만에 0.11%포인트 상승한 것이 단적인 근거다. 이는 2009년 초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연체율로 대손상각 등을 통해 손실처리를 하기 전의 실질 연체율은 사실 이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추정된다. 물밑에서 주택대출 부실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자도 내지 못하고 있는 '폰지금융' 단계의 차입 가계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제1금융권의 연체율은 지금 당장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의 연체율은 사상 최저 금리 수준에서 원리금 상환 만기를 연장해주고 있는 가운데 발생하는 수준이라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원리금 상환 만기 연장 조치는 언제까지나 지속하기는 어렵다.

왜 그런지를 <도표2>를 참고로 살펴보자. 우선, 가계대출 대비 주택대출의 평균 비율을 바탕으로 전국 주택대출 추이를 추정해보면, 주택담보대출은 2000년 1분기의 71.5조원에서 2009년 4분기에 328.8조원으로 10년 동안 260.2조원 가량 늘어났고, 2005년부터 2009년 말까지 5년 동안에는 약 125.7조원 증가했다. 주택대출은 평균 3년 가량의 거치기간 이후 원리금 분할 상환을 하는 구조여서 2005년부터 이루어진 주택대출은 2008년부터 거치기간 만료 시점이 도래했었다. 하지만 경제위기에 따른 정부 조치와 시중은행들의 협력(?)으로 주택대출 원리금 상환 만기를 계속 연장하고 있는 것이다.

<도표2> 주택담보대출 추이 및 주택대출 만기 도래액 추정
가계대출 거치기간 연장에 따른 주택대출의 거치기간 만기 도래액을 2005년 이후 주택대출의 평균 연장률 93%를 적용해 추정해 보면 우선, 현재 수준의 분기별 주택대출이 지속된다는 가정(business as usual. BAU)하에 2015년 말에는 분기당 39.8조원의 주택대출 거치기간 만기 도래액이 발생하게 된다. 둘째, 주택대출 증가액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가정할 경우에도 2015년에는 최소 29.8조원의 거치기간 만기 도래액이 발생하게 된다. 어떤 경우에도 2012년경에는 거치기간 만기 도래액이 분기당 2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이 상태에서 향후 2012년경 시장금리가 현재보다 1~2% 포인트 오르는 가운데 만기 도래액이 이만큼 늘어난다면 버티지 못하는 가계들이 급증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 경우 투기금융 단계에서 폰지금융 단계로 넘어가는 차입 가계 비중이 커지면서 금융기관에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해지게 된다.

물론 이는 정부의 정책 대응과 대출 구조의 변화 등이 일어날 경우 다소 달라질 수는 있다. 하지만 적어도 주택대출 만기 상환 연장을 무한정 지속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금융기관이 거치기간 만기 도래액이 한꺼번에 몰려 대출만기를 더 이상 연장해주기 어렵게 되면 원리금 상환 부담을 이기지 못하는 가계가 속출해 엄청난 주택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때까지 억지로 버티다가는 부동산 버블 붕괴의 충격이 더욱 커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지금도 사실 아파트 실거래가 하락으로 사실상 폰지금융 단계로 접어드는 가계들이 속출하고 있다. 우리 연구소가 자체 아파트 가격지수를 만들기 위해 집계 분석해본 결과, 이미 용인, 분당, 일산, 수원, 파주, 김포, 화성 등 수도권의 대단지 아파트 밀집 지역들의 실거래가는 30% 이상 하락한 상태다. 서울의 경우에도 지역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이미 10~20% 가량 하락했다. 이에 따라 이들 지역의 경우 자산가치 대비 대출 비율을 나타내는 LTV 비율이 지난해 하반기 대비 약 10% 포인트 가량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나마 평균 LTV는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높아졌지만, 이른바 부실 위험이 커지는 고 LTV비율의 비중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 서울시 강남구 타워팰리스 일대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 타워팰리스는 부동산 신화의 한 상징으로 통한다. ⓒ뉴시스

물론 일부에서는 현금흐름으로 부채를 갚지 못해도 자산을 동원해 빚을 갚을 수 있지 않느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지금도 상당수 가계들이 집을 팔고 싶어도 자신들이 원하는 가격에 팔기 어려운 상태다. 주택가격이 급락하는 상황에서는 자산의 유동성이 급격하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자산이 많으니 괜찮다는 식의 태도는 위험하다. 일부에서는 국내 가계의 금융자산이 금융부채의 두 배 규모이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주장하는데, 미국의 경우 금융자산 규모가 금융부채의 세 배가 됐지만 부동산 버블 붕괴의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또한 미국의 경우 대부분 원리금을 장기 할부 상환하는 모기지대출 구조였지만, 폰지금융에 가까운 전체 주택대출의 극히 일부인 서브프라임론으로도 결국 금융시스템 전반에 큰 충격을 주었다. 물론 한국의 경우 금융파생상품이 활성화돼 있지 않아 미국처럼 급격한 금융 붕괴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자만 내고 있는 주택대출자가 79%에 이르는 상황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DTI해제 등을 통해 가계들이 부동산 시장 언저를 맴돌게 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가계대출 다이어트를 유도해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일시 상환식 원리금 대출을 중장기적으로 모기지 대출로 바꿔 나가되 이미 발생한 부실 대출을 감추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손실 처리하는 등 충격을 분산해 흡수해나가야 한다. 지금 정부나 기득권 언론, 건설-부동산-금융업계에서 하는 대로 거품 빼기를 미루면 미룰수록 부동산 거품의 충격은 커져만 갈 뿐이다.

필자도 가능하다면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한국경제에 돌아오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 방법은 지금처럼 '연착륙론'이나 '부동산 부양책' 등의 미명 아래 거품 빼기를 미루는 것이 아니다. 지금 정부 당국자나 금융권 관계자들은 가능하면 숨기고, 덮고, 미루고, 부인하면서 2~3년 후 집값이 올라주기를 기도하는 심정일 것이다. 또한 그렇게 되도록 계속 가계들이 더 빚을 내서라도 부동산 시장을 떠받치려 하겠지만 이미 한계에 이르고 있다. 당장 발표 당시 건설업계가 쌍수를 들어 환영했던 8.29 DTI규제 해제도 시장에서 약발이 먹히고 있지 않는 상황이 아닌가.

이미 2000년대 내내 상당한 부동산 거품을 쌓아 올린 상황에서 아무런 충격도 없이 지나갈 수는 없다. 단기적으로는 충격이 있더라도 중장기적으로 한국경제 전체에 돌아오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정부 당국과 금융권 관계자, 그리고 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권의 최고 수뇌들은 '자신 임기 동안에만 무탈하면 된다'는 식의 자세에서 벗어나 부동산 거품을 지금이라도 점진적으로 빼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 미루면 미룰수록 충격은 커져 정말 한국경제가 감당하기 힘든 큰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일반 가계도 이제 '부동산 불패'라는 신기루에서 벗어나 '비정상적인 주택 가격은 결국 정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깨닫고 그나마 금리가 낮아 이자부담이 적은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부채 다이어트에 나서기 바란다. 매도 먼저 맞는 매가 낫다고 하지 않는가. 정말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한국 경제와 일반 가계들의 미래를 걱정하며 호소한다.

필자 트위터 : @kennedian3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 http://cafe.daum.net/kserif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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