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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공정사회?"…MB대선 공약만도 못한 동반성장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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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공정사회?"…MB대선 공약만도 못한 동반성장 대책

"3배 손해배상, 공정위 전속고발권 제한 등 알맹이가 빠진 상생 방안"

정부가 29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대책'을 내놨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강조한 '공정사회'의 한 축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끊는 일이다. 이른바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논리다. 재벌 기업 경영자 출신 대통령의 이런 입장은 한때 '대기업 때리기'라는 비난을 받았었다.

대기업이 환영하는 상생 방안?

그런데 막상 정부가 마련한 상생 방안의 뚜껑이 열리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한국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주요 경제단체는 29일 정부의 동반성장 대책에 환영 일색의 논평을 내놨다. 정병철 전경련 부회장은 "삼성과 포스코 등 5대 기업이 2012년까지 1조 원을 협력사에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럴 만하다. 대기업을 긴장하게 할 만한 내용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상생, 동반성장을 위해 내놨다는 조치는 대부분 강자인 대기업이 약자인 중소기업에게 시혜를 베푸는 내용이다. 약자가 강자가 될 수 있게끔 하는 내용, 약자들이 단결해서 강자와 대등한 협상을 벌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은 전부 빠졌다. 구조적 개혁 없이 시혜에만 의지하는 내용이라서, 중소기업 문제에 대한 정권의 관심이 식으면,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중소기업의 몫을 챙겨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기업으로서는 잠깐 비만 피하자는 식으로 대응하는 게 당연하다.

"채찍은 가벼운데, 당근은 푸짐"…대기업 세액 공제 신설

물론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대책'을 무턱대고 폄하할 필요는 없다. 대기업이 하도급 납품대금을 깎으려 할 때는 정당한 사유를 입증하도록 한 하도급법 개정안, 하도급법 적용 대상을 대기업 1차 협력업체보다 확대해서 중소기업 간 거래에까지 적용되도록 한 점 등은 의미가 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기술 자료를 요구할 때는 반드시 서면을 제출하도록 한 점도 긍정적이다. 중소기업이 애써 개발한 기술을 대기업이 약탈하는 사례가 그동안 흔했다. 이를 막기 위한 조치다. (☞관련 기사: 해외 특허괴물에는 떨면서, 국내 중소기업 특허는 마구 침범하는 한국 재벌)

이런 내용은 얼핏 대기업을 향한 채찍처럼 비치지만, 그렇지 않다. 정부는 대기업의 협력사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7%) 제도를 신설하기로 했다. 대기업이 부담하는 세금을 줄여주면, 결국 국민의 부담이 늘어난다.

3배 손해배상 제도, "MB대선 공약 어디로 갔나"

대기업이 안도하는 분위기라면, 중소기업은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대기업 때리기'는 끝내 현실화되지 않았다. 중소기업의 핵심 요구였던 공정한 납품단가 조정을 위한 제도개선 수준이 미흡하다.

결정적으로 중소기업의 무기가 될 만한 내용은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3배 손해배상 제도가 대표적이다. 일종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인데, 납품대금 결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입은 피해액의 3배 이상을 배상하게끔 돼 있다. 미국에서는 익숙한 제도다. 이는 중소기업의 억울한 피해를 줄이는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꼽힌다.

안타까운 점은 3배 손해배상 제도가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는 사실이다. 인수위 시절에도 진지하게 검토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정권 관계자들의 머리에서 잊혀졌다.

"핵심은 약자의 교섭권, 그런데 그게 없다"

약자인 중소기업의 교섭력을 높이는 장치 역시 부실하다. 논란거리였던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는,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납품단가 조정 신청권을 부여하는 선에서 논의가 마무리됐다. 그나마도 원자재 가격이 10~15%가량 오를 때만 허용된다. 그러나 조정 신청권만으로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단체교섭, 단체행동의 권리가 부분적으로라도 보장돼야만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시민단체의 입장이었다.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에 대해 '선별적 카르텔(담합)'이 허용돼야 한다는 게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지금처럼 완전히 개별적으로 교섭하는 경우보다는 높고, 노동조합보다는 낮은 수준의 단체행동"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관련 기사: "문제는 교섭력, '하도급 업체의 단결'은 무죄")

"공정위 전속고발권 제한, 언제까지 미룰 건가"

▲ 이명박 대통령이 대·중소기업 상생을 주문한 직후,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조성구 전 얼라이언스시스템 대표. 조 전 대표 사건은 대기업의 횡포로 기업가 정신이 꺾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삼성일반노조
중소기업의 피해가 발생한 뒤 동원할 수 있는 수단, 즉 사후적 피해구제책 역시 공백이다. 그동안 쟁점이었던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제한 문제 역시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현재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위반 사건은 반드시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공소가 가능하다. 그게 전속고발권이다. 피해자가 검찰에 고발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검찰의 인지수사도 소용이 없다. 검찰이 스스로 범법행위를 찾아내도 기소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기소독점주의의 예외조항이다.

이런 까닭에, 불공정 거래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은 법의 심판을 호소할 방법이 없다. 공정위에 신고하는 게 유일한 방법인데, 공정위에 접수된 사건 가운데 고발로 이어지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불공정 거래 피해자의 입을 틀어막는 도구로 쓰이는 셈이다. 시장질서의 수호자여야 할 공정위가, 거꾸로 대기업의 방패 역할을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았다. (☞관련 기사: 공정위는 대기업의 방패?)

"태산이 떠나갈 듯 하더니 뛰어나온 것은 쥐 한 마리뿐"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동반성장지수 공표 등 이른바 시장친화적 수단만으로 불공정 하도급 거래 관행을 불식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 언론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문제에 대해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한다고 비판해 왔지만, 실제 대책은 반대라는 이야기다. 정부는 뒷짐 지고 선 채로, 시장이 알아서 해결하기만 기다리는 대책이라는 것.

이런 답답함은 경제개혁연대가 이날 내놓은 논평 제목에 잘 녹아 있다. "'泰山鳴動鼠一匹'에 그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이라는 제목이다. 泰山鳴動鼠一匹(태산명동서일필). "태산이 떠나갈 듯이 요동하게 하더니 뛰어나온 것은 쥐 한 마리뿐"이라는 뜻이다.

- 대·중소기업 상생, '말잔치' 아니려면

"언제까지 '문방구 어음' 믿고 장사하라고"
"문제는 교섭력, '하도급 업체의 단결'은 무죄"
공정위는 대기업의 방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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