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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싹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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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싹한 사람들

[한윤수의 '오랑캐꽃']

천안에서 얼굴이 갸름한 태국인이 올라왔다.
충청 이남에서 올라오는 외국인은 십중팔구 돈 때문에 온다.
돈 문제가 아니라면 무슨 열이 뻗쳐서 이 촌까지 오겠는가?

ⓒ한윤수
하지만 그는 뜻밖의 말을 했다.
"직장 바꾸는 거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요."
싱겁긴!
그까짓 일로 여기까지 와?
내가 물었다.
"1년 계약 끝났어요?"
"예. 오늘 날짜로 끝났어요."
"그럼 천안 고용지원센터 가서 구직필증 받고 대전출입국 가서 비자 연장하세요."
하고 나니, 내 말이 퍽이나 무성의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말도 모르는 이 사람이 천안 고용지원센터를 거쳐 대전출입국까지 가는 이 모든 절차를 오늘 하루에 다 끝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 출입국 일까지 천안에서 다 끝내면 얼마나 좋을꼬!

혹시 몰라서, 밑져야 본전 식으로 외국인안내센터 1345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천안에 있는 외국인이 꼭 대전출입국까지 가야 하나요?"
"안 가도 됩니다. 대전 출입국 직원이 천안에 파견 나와 있어요."
귀가 번쩍 뜨인다.
"천안 어딘데요?"
"충남 북부 상공회의소 4층 403호."
"혹시 주소도 아세요?"
"예.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 492 다시 3번지네요."
사람이 무지하게 싹싹하다.

태국인을 보내고 두 시간쯤 지났을까?
그가 다시 천안에서 발안으로 오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놀라서 물었다.
"왜?"
통역이 설명했다.
"천안 고용지원센터에서 구직필증을 안 준다네요."

태국인을 다시 천안으로 돌아가라고 시켜놓고 고용지원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구직필증 안 주시는 이유가 뭐죠?"
"사업주한테서 고용변동신고서가 안 들어와서요."
"그럼 신고서 안 들어오면 구직필증 안 주실 건가요?"
"그렇죠."
"고용변동신고는 15일 안에만 하면 되는데. 신고서가 15일 늦게 들어오면 15일 늦게 줄 건가요?"
"...... "
"출입국 늦게 가면 하루 벌금 10만원인데 누가 책임질 거죠?"
"...... ! "
담당자는 잠시 가만히 있더니 싹싹하게 대답했다.
"(태국인) 다시 보내세요."
구직필증을 주겠다는 얘기다.

나는 감탄했다.
말이 쉽지, 자기 실수를 고치는 건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용감한 공무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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