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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의 고수와 반칙왕들의 '쇼'는 끝났지만…"

[기고] 현대차의 '저진로 전략', 아킬레스건 될 것

9월 13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초청으로 12대 재벌총수들과의 조찬간담회가 열렸다. '중소기업이 어려운 것에 대기업의 책임이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지닌 진의여부를 둘러싸고 약간의 해프닝이 연출되었지만, 예상했던 바대로 그 자리는 재벌대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한 자발적인 노력을 칭찬하는 '말잔치'에 그치고 말았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고 하지만, 결론은 공산주의도 친기업이라고 하면서 현 정부는 대기업 중심주의 원칙을 지닌 '비즈니스 프렌들리'정부임을 밝히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결국 이번 회동은 정치적 편법의 '고수'와 공정거래의 '반칙왕들'이 서로의 오해를 푸는 하나의 '퍼포먼스'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7월 중순에 시작된 불공정 하도급거래에 대한 청와대의 화두는 한판 '쇼'로 마무리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상생협력과 공정사회를 향한 우리들의 행진을 멈출 수는 없다. 왜냐하면 대중소기업간 불공정 하도급거래는 중소기업과 노동자가 겪고 있는 재벌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에 있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10년 한국사회에서 재벌대기업의 불공정거래는 원하청기업간 하도급거래 뿐만 아니라 물량몰아주기와 가격조작으로 대표되는 재벌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 사내하청과 불법파견으로 상징화되는 비정규직의 투입, 국내소비자의 가격부담을 가중시키는 불공정판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가 대기업의 불공정거래가 지닌 문제의 심각성을 주목하는 이유는 이러한 불공정거래가 근절되고 중소기업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한국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불가능하며 이로 인한 피해가 대기업 그 자신은 물론 중소기업, 노동자, 일반국민들에게 고수란히 돌아가기 때문이다. 즉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은 일부 재벌에게 초과이윤을 가져다 줄 수 있지만 단가인하, 비정규직 확대, 가격 및 비용전가를 통해 중소기업간 과당경쟁, 고용관계의 악화, 소비자의 부담증가를 초래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소기업과 노동자는 비용축소 압박과 인건비 절감 경쟁에 시달리게 되고 고부가가치와 고품질에 대한 혁신과 창의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러한 저진로전략에 기반한 비용경쟁력의 추구로 인해 공정거래를 준수하는 좋은 기업은 퇴출되고 불공정거래의 관행은 더욱 심화되는 악순환의 구조가 고착화될 것이다.

특히 이러한 악순환의 구조는 대표적인 재벌이자 한국 자동차 산업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실태를 보면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0년 동안 생산, 매출, 이익 측면에서 고속성장을 거듭하였고 사상최대의 실적을 매년 갱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성장신화의 이면에 가려진 어두운 그림자는 더욱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2009년 12월 말 현재 현대차는 사내유보금 6조8438억 원, 이익잉여금 29조786억 원, 현금성자산 12조3300억 원이라는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는 반면, 매출액 1억 원 비 고용계수는 물론 1인당 부가가치 대비 인건비의 비중을 나타내는 노동소득분배율도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 국내 생산적 투자를 나타내는 설비투자는 매년 당기순이익의 약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현대차그룹의 성장신화가 중소기업, 노동자와 소비자, 더 나아가 국민들의 피해와 희생에 의해서 뒷받침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 중소하청업체의 하도급거래, 사내하청과 불법파견에 의한 인력거래, 국내소비자에 대한 불공정판매 등으로 유형화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불공정거래행위를 한국의 대표적 기업집단인 현대차그룹이 여전히 자행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이다.

현대차그룹은 편법적 주식거래를 통해 부를 증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품의 부당내부거래를 통해 계열사들에게 생산물량을 몰아주고 있으며, 부품 및 원자재의 수급가격의 조작을 통해 초과이익을 얻고 있다. 또한 원하청기업간의 종속적 하도급관계를 이용하여 단가인하, 임률 억제 및 통제, 과당경쟁과 출혈납품을 조장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중소하청업체들은 수익성악화에 계속 노출되고 있으며, 생산혁신과 품질향상을 위한 여지가 좁아지면서 부품산업의 퇴행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생산확대로 인한 필요인력을 대부분 비정규직 사내하청으로 투입함으로써 질 좋은 일자리의 고용 관계를 악화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저임금과 장시간노동이라는 저진로전략에 자신을 매몰시키는 크나큰 우를 범하고 있다.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투입을 통해 단기간에 비용경쟁력은 일정하게 확보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현대차그룹이 질적 경쟁력전략인 고품질-고부가가치 지향의 고진로전략을 추구하는데 있어 비정규직의 확산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이다.

더 나아가 현대차그룹은 자신의 시장지위를 악용하여 국내 판매가격의 일방적 인상을 자행하고 있는 반면 해외에서는 시장점유률을 높이기 위해 저가경쟁과 출혈할인을 서슴치 않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 판매가격의 차별화와 공격적 해외마케팅전략이 현대차그룹의 성장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결국 국내소비자와 국민의 비용부담은 늘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불공정거래의 문제가 비단 현대차그룹만에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12대 재벌은 물론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는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이러한 횡포를 자행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이러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공정거래와 관련된 법제도적 장치의 정비 및 개혁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대기업 자체의 결단과 실천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사회에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단지 사회공헌활동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산업구조와 사회구조에서 자신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에 걸맞는 역할과 책임을 요구받고 있다. 노동자, 중소기업, 지역주민, 소비자와 국민에 대한 진정성있는 사회적 책임기업이 되기를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대기업들에게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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