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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투자세액공제? 고용도, 투자도 기대할 수 없다"

[홍헌호 칼럼] '임시투자세액공제'의 망령, 언제 떨쳐내려나

정부가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이하 고용투자세액공제)를 신설하기로 했다. 임시투자세액공제의 투자유발효과가 없다는 것이 드러나자, 이를 폐기하고 대신 투자와 동시에 고용창출을 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준다는 것이다.

용어가 어렵다. '임시투자세액공제'란 무엇이고, '고용투자세액공제'란 또 무엇인가. 임시투자세액공제란 법규가 규정한 요건을 구비한 기업이 설비투자를 한 경우 그 투자액의 7%를 법인세에서 경감시켜 주는 제도를 말한다. 예를 들어 올해 100억 원의 법인세를 내야 하는 A기업이 연간 500억 원의 설비투자를 한 경우, 500억원의 7%인 35억 원을 법인세에서 경감시켜 주는 제도다.

'고용투자세액공제'는 임시투자세액공제 요건에 고용요건을 하나더 추가한 제도다. 위 사례에서 A기업은 기존 공제제도 하에서는 고용창출과 무관하게 35억 원을 경감받을 수 있었지만, 새 제도가 들어서면 고용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35억 원 한도 내에서 신규고용 1인당 1000만 원(30세 미만 근로자 고용시 1500만 원)의 법인세를 경감받을 수 있다.

정부의 발표 내용을 보자마자 밀려드는 의문이 있다. 임시투자세액공제의 투자유발효과가 없다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는데, 그것을 모태로 한 새 공제제도의 투자·고용유발효과가 과연 나타날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럴 가능성은 전무하다. 투자가 추가로 늘지 않았는데 고용이 추가로 늘 수 있겠는가.

고용창출세액공제에는 찬성,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에는 반대

물론 필자도 정부가 임시투자세액공제를 모태로 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고용창출세액공제'를 도입한다고 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제도가 가장 좋은 제도이긴 하지만, 보충적으로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에 세액공제를 해 주는 제도도 나쁜 제도라 단정하기는 어렵다(전자가 후자보다 더 좋은 이유는 전자의 경우 법인세 납부액과 상관없이 모든 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 법인세 납부액이 적거나 면제된 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간단한 해법을 뒤로 제쳐놓고 임시투자세액공제를 모태로 하는 고용투자세액공제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무용지물로 전락한 투자세액공제의 틀을 답습하고 그보다 더 수혜요건을 까다롭게 해서 도대체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가.

정부가 이런 납득하기 어려운 선택을 한 이유는 두 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하나는 관료들이 지나치게 허술했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영악했거나. 전자의 경우라면 그들의 정교함이 부족한 탓이니 더 이상 할 말이 없고, 후자의 경우라면 이들이 투자세액공제 폐지로 인한 대기업들의 법인세 수혜액 감소분을 보충해 주기 위해 새 공제제도를 만들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포장지에는 '친서민정책'이라는 화려한 문구가 씌여 있지만 사실 이 제도는 명백히 '친대기업인 정책'인 셈이다.

이 제도를 친대기업적인 정책이라 단언하는 증거는 있는가. 물론 있다. 그 증거는 이 제도의 모태가 되는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 속에 들어 있다.

국세청이 매년 발간하는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08년 임시투자세액공제액 2조458억 원 중 86%인 1조7658억 원이 841개 대기업에게 돌아갔다. 대기업 841개는 500만 전체 사업체의 0.017%에 해당하고, 40만 전체 법인의 0.21%에 해당한다. 반면 같은 해 중소기업이 받은 임시투자세액공제액은 겨우 2800억 원. 비중은 14%에 불과했다.

신설되는 고용투자세액공제제도 하에서 중소기업이 받게 되는 수혜액은 어느 정도일까. 정부는 23일 발표문에서 새 공제제도 신설로 5000억 원의 감세효과가 발생할 것이라 한다. 정부의 추정을 임시투자세액공제액 결과로 유추하면, 새 공제제도로 인한 중소기업 수혜액은 5000억 원의 14%인 700억 원에 불과하다. 더구나 임시투자세액공제보다 새 제도의 수혜요건, 즉 고용요건이 중소기업에 훨씬 더 불리하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그것은 4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

투자세액공제가 무용지물이라면 고용투자세액공제도 무용지물

고용투자세액공제는 대기업들의 투자와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어떤 정책의 투자·고용 확대효과는 그것이 '평년 투자·고용 증가분 이상의 추가증가분'을 발생시켰을 때 비로소 양(+)의 값을 갖게 된다. 예를 들어 어떤 고용정책 시행 전후의 연평균 고용증가분이 30만 명으로 동일하다면 그 정책의 효과는 양(+)의 값을 가질 수 없다.

임시투자세액공제의 경우에도 정부가 대기업 투자증가분에 대해 꾸준히 세액공제를 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 시행 전후 투자증가율이 커지지 않았다면, 다시 말해 추가적인 투자증가분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 정책의 효과는 양(+)의 값을 갖지 못한다.

고용투자세액공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최근 30대 그룹의 평년 신규고용은 7만여 명이다. 새 제도에 따르면 정부는 이에 대한 보상으로 매년 5000억 원에 가까운 법인세를 공제해 줄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를 시행한다 하여 30대 그룹의 신규고용이 7만여 명을 넘어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추가증가분이 없다는 이야기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추가증가분이 없을 경우 그 정책의 효과는 양(+)의 값을 갖지 못한다.

▲현 정부의 청년실업 대책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건 청년인턴채용제다. 자원의 효율적 배분 논리로만 봐도 이 제도를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3일 오후 서울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참여연대 인턴 대학생들이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뉴시스
효과가 검증된 중소기업청년인턴제 대폭 확대해야

새 공제제도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 필자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고용창출정책은 어떤 것인가. 필자는 효과가 뚜렷하게 검증된 정책에 보다 더 많은 재원을 배분해야 한다고 본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해 오고 있는 '중소기업청년인턴제'는 의외로 효과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에 청년인턴으로 채용돼 기간이 종료된 8685명 중 81.2%인 705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

중소기업 청년인턴제는 15~29세 미취업 청년이 중소기업에 인턴으로 취업하면 정부가 인턴기간 6개월간 임금의 50%를 최대 80만 원까지 지원하고, 인턴종료후 정규직으로 전환될 경우 월 65만 원씩 6개월간 추가 지원하는 제도다. 이 사업 추진을 위한 2009년도 총예산은 1331억 원이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는 보도자료를 통해 "중소기업 청년인턴제의 정규직 전환율이 80%를 넘어서고 있어 인턴기간을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여 고용불안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며 "정부의 인건비 지원도 '인턴기간 6개월+정규직 전환후 6개월' 방식에서 '인턴기간 3개월+정규직 전환후 9개월'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효과가 검증된 것이라면 중소기업청년인턴제를 대폭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 폐지로 확보되는 세수 1조5000억 원을 전액 중소기업청년인턴제 확대에 써도 좋다. 1조5000억 원은 2009년 소요예산 1331억 원의 11.3배에 해당한다.

중소기업청년인턴제 사업비가 10배 이상 늘어날 경우, 이 제도에 힘입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인원은 20만 명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제도 하에서 1년간 청년 한명에게 지원되는 금액은 대략 780만 원(월 65만 원) 정도다. 지원 기간을 늘리고, 월지원액을 높이는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고용투자세액공제제도의 또다른 허점들

고용투자세액공제제도의 허점은 이 외에도 많다. 이 제도는 특히 수도권 취업희망자들에게는 아무런 희망도 줄 수 없다. 정부는 이 제도가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와 마찬가지로 서울특별시 전지역과 인천광역시 일부 지역, 그리고 경기도 일부 지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인천광역시 지역 중 강화군, 옹진군, 서구 일부지역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 지역이 수혜를 받을 수 없다(인천경제자유구역과 남동국가산업단지는 수혜가능). 경기도 지역 중에서도 의정부, 구리, 남양주, 하남, 고양, 수원, 성남, 안양, 부천, 광명, 과천, 의왕, 군포, 시흥시 등은 수혜대상에서 제외된다.(반월특수지역은 수혜가능).

신규고용을 창출한 기업에 그 인원에 비례해서 혜택을 주도록 한다는 요건도 기술적으로 문제가 많다. 이것은 '정규직 순증가 인원'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예를 들어 400명의 기존 비정규직을 내보내고 대신 500명의 비정규직을 새로 뽑은 대기업이 연간 50억 원의 법인세 감면을 받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질 수 있다.

필자는 지금 현 시점에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고용창출정책은 중소기업청년인턴제를 대폭 확대하는 것이라 본다. 효과가 검증된 사업은 그 규모를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

다만 소기업과 중견기업, 그리고 대기업의 고용을 골고루 늘리고자 한다면 '고용창출세액공제'를 보충적으로 시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무용지물로 증명된 임시투자세액공제를 모태로 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는 시행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득이 된다. 무용지물에 혈세를 낭비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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