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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에 환호하는 이들 vs 신차에 벌벌 떠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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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에 환호하는 이들 vs 신차에 벌벌 떠는 이들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현대차의 호황, 어디에서 왔을까?

"신차 효과로 주가 급등" "중형차의 개념을 바꾼다" "사전계약 1만대 돌파" …….

2008년 하반기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2009년 초까지 꽁꽁 얼어버린 자동차 생산·판매가 2009년 중반부터 외형상 다시 살아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위기를 낳은 경제적 모순이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은 없다. 오히려 세계 경제는 '유럽발 재정위기'의 형태로 더 악화되고 있는 상태이다.

다만 자동차 생산과 판매가 회복되는 근저에는 '폐차보조금 등 각종 인센티브 제도'와 '신차 효과'가 놓여 있다. 반대로 말하면 각종 인센티브와 신차 효과가 없었다면 자동차 생산과 판매는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처럼 여전히 얼어있었을 것이다.

신차 효과로 짭짤하게 재미를 보는 자동차 메이커들

아래 그래프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현대자동차 국내공장에서 생산되는 차량들의 판매량 변화 추이를 그려놓은 것이다. 내수 판매와 수출 판매, 이 두 가지를 합산한 총판매량을 각각 그린 것으로 판매량 데이터는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매월 발표하는 자동차산업 동향과 자동차통계 월보에 나온 수치를 사용하였다.


총판매량만 놓고 보았을 때 인상적인 상승 곡선을 그리는 시기가 2009년 6월과 9월, 그리고 2010년 3월임을 알 수 있다. 또한 가파른 하강 곡선을 그리는 시기는 2009년 7~8월과 2010년 1월이었다. 자, 그럼 이 시기에 무슨 일들이 벌어졌을까?

우선 경제위기 도래 후 이명박 정부는 자동차 소비 진작을 위해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과 노후차량 세제지원(한국판 폐차보조금 제도) 등의 인센티브를 도입한 바 있다. 2009년 6월 말 바로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이 종료되었기 때문에, 그해 5월과 6월에 자동차 판매가 급증했던 것이다. 반대로 이 정책이 종료된 직후인 7월과 8월에는 판매량이 급감했음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총판매량은 9월에 다시 가파르게 상승한다. 그 당시 YF쏘나타, 투싼ix 등 판매량을 선도한 신차가 출시되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신차 효과'는 외형상으로 보면 12월까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여기에는 다른 효과가 한 가지 더 있다.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은 6월로 종료되었지만, 이명박 정부의 인센티브 제도 중 하나인 노후차량 세제지원 정책이 12월까지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노후차량 세제지원 정책이 종료되자 올해 1월에는 판매량이 다시 급감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올해 3월부터 다시 판매량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는 2010년 2월부터 YF쏘나타, 투싼ix가 미국 시장에 출시되었기 때문이다. 보통 현대차의 신차 정책은 국내에 먼저 출시한 후 몇 개월 가량의 시차를 두고 해외 시장에 내놓게 된다. 그래서 위 그래프를 보면 올해 3월부터 판매량 증가를 선도하는 것은 내수 판매가 아니라 수출임을 알 수 있다. i30와 베르나 수출 물량도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수출이 증가하는데, 신차 효과가 이미 끝나버린 내수 판매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YF쏘나타와 투싼ix의 신차 효과는 대략 4~5개월 정도가 지나자 가라앉았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는 다시한번 신형 아반떼(MD) 출시로 내수 판매 점유율 회복을 노리고 있고, 연말에는 그랜저TG 후속으로 신형 그랜저(HG)를, 그리고 개발명 RB라는 이름으로 베르나 후속 차량을 출시할 예정이다. 정부의 인센티브 제도가 종료되었기 때문에, 현재 완성차 메이커들의 판매는 신차 출시에 의존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신차만 출시되면 벌벌 떨어야 하는 이들

그런데 정작 그 신차를 만드는 노동자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신차가 개발될 때마다 몸서리쳐지는 고용불안에 떨어야 한다. 앞서 현대차 사측이 신차 출시로 짭짤한 재미를 보았거나, 혹은 조만간 출시될 신차 효과로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차종들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투싼ix가 출시되면서 지난달에 구형 투싼의 생산이 중단되자, 이를 생산하던 울산 2공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 66명이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미 출시된 신형 아반떼(MD)를 생산하는 울산 3공장의 경우, 올해 연말까지는 구형 아반떼(HD) 생산이 이어지기 때문에 당장은 문제가 없지만 생산이 종료된 내년에는 전망이 불투명하다. 현대차 사측은 아반떼MD 관련 인원 협상에서 수백 명의 여유인력이 발생한다고 얘기한 바 있다. 이 말이 그대로 관철되면 내년에 3공장에서도 엄청난 비정규직 고용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

신형 그랜저(HG) 생산 관련 인원협상이 벌어지는 현대차 아산공장에서는 사측이 벌써부터 헤드라이닝 공정의 외주화, 지원반 축소 등으로 여유인력이 발생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한 베르나 후속으로 출시될 신차(개발명 RB) 문제로 울산 1공장에서 노사간 인원협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사측은 의장부에서만 무려 336명의 여유인력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외주화·모듈화로 일자리를 줄인다.

신차가 투입되면 일자리가 줄어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자본가들이 얘기하는 이유는 신차 개발과정에서 공정이 개선되거나 자동화 등 신기술이 도입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현상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핵심적인 이유는 아니다. 실제로는 신차 도입을 핑계로 그동안 완성차 내부에서 조립하던 공정 상당수를 외주화해 바깥으로 빼돌리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이유는 신차 도입이 될 때마다 자본 측이 갖가지 논리를 들이대며 노동강도를 강화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업무량을 늘려 이전에 4명이 하던 작업을 2~3명이 하도록 밀어붙이면 그만큼 일자리가 줄어들게 된다. 편성율, M/H협상(맨아워, 인원협상), uph(시간당 생산대수), 싸이클 타임(부품 1개 조립 완성에 걸리는 시간) 등 다양한 종류의 노동강도 지표를 높이려 하는 시도들이 모두 관련이 있다.

사실 외주화·모듈화나 노동강도 강화 문제만 제기되지 않는다면 일자리의 수는 거의 변동이 없다고 봐도 된다. 오히려 하이브리드 차량과 같은 신기술의 경우 기존 엔진만이 아니라 배터리 구동을 병행하는 차량이기 때문에 엔진 조립공정에다 배터리 조립공정이 추가되므로 일자리가 늘어나야 정상이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차량이 투입될 때마다 자본 측은 기존 일자리를 늘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노동강도만 강화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여유인력' 얘기만 나오면 학살의 대상은 비정규직이 되고 만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전환배치를 통해 일자리를 보장하는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서 신차가 투입될 때마다 수십 명에서 수백 명씩 해고되고 말았다.

악순환을 끊어낼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

7월 22일 완성차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현대차 울산·아산·전주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반응은 뜨겁게 올라왔다. 조합 가입 열풍이 불었고 3개 공장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수는 이미 2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그리고 이 흐름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사내하청지회가 11일 울산 남구 고용노동지청 앞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이렇게 뜨거운 반응이 올라오게 된 이유는 단순히 정규직화의 길이 열렸다는 데만 있지 않다. 그동안 신차가 투입되고 신기술이 도입될 때마다, 그리고 일시적으로 생산물량이 감축될 때마다 고용불안에 떨어야 했던 비정규직 노동자의 설움과 분노가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힘차게 노조 가입 물결로 나타난 것이다.

현재 현대차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은 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대기업의 불법행위를 단죄하는 의미와 함께 그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당해왔던 설움과 고통을 고발하는 의미를 함께 담고 있다. 대기업 사내하청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품사에서도 완성차 메이커가 신차를 개발하면 그에 따라 부품 종류나 공정이 달라져 항상 고용불안에 휩싸여 왔다. 완성차 공장과 마찬가지로 부품사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를 가장 먼저 해고했고, 일부 사업장에서는 정규직 노동자마저 정리해고 대상이 되는 아픔을 겪어왔다.

이제 불법파견 정규직화 요구는 이 악순환을 끊어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불법파견으로 사용해온 사내하청 노동자 전체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과 함께 외주화를 중단하고 노동강도 강화 시도를 중단할 것!

여기에 한가지 요구를 덧붙인다면 오히려 일자리를 늘려 실업자를 추가로 고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그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강도에서도 차별을 받아왔다. 정규직 노동자들 3명이 하는 작업을 비정규직 노동자 2명에게 맡기는 방식의 차별이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이 노동강도를 정규직 수준으로 완화시킬 수 있다면 오히려 완성차 안에서 일자리는 더욱 늘어나야 한다.

불법파견이라는 방식으로 비정규직을 착취하여 해마다 수조 원의 이윤을 뽑아온 거대 자본에게 불법파견 정규직화는 그동안 피해를 받아온 노동자들에게 원상회복을 하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노동강도 완화에 따른 일자리 늘리기를 통해 사회 전체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무리한 요구일까?

이제 신차가 나오면 '사전계약 ○○대 돌파' '차량 인도까지 ○개월 걸려' 같은 주제가 아니라, "이번 신차 투입으로 또 몇 명의 비정규직을 자르려 할까" 같은 주제가 토론되어야 한다. 신차 효과로 수백 억~수천 억의 이윤을 뽑아내온 이면에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눈물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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