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드림허브PFV 최대주주이자 개발지의 주요 소유자인 코레일은 "삼성물산이 빠지고 자금조달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코레일이 직접 드림타워를 매입해 유동성을 해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이사회에는 드림허브PFV 이사회의 이사 10명(코레일 3명, 삼성그룹 3명, KB자산운용, 푸르덴셜부동산투자, 롯데관광개발,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각 1명)이 참석했다.
이 중 이해당사자인 코레일과 삼성그룹 측의 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의 이사진은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구성된 현재의 AMC는 △사업일정 관리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사업성 판단능력이 떨어졌으며 △건설사만을 대변하는 편향적인 업무태도를 보여 31조 원짜리 프로젝트의 자산관리위탁회사로서 역량과 자질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며 삼성물산을 배제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사업구조 개편과 건설투자자 문호개방을 통한 자금조달 방침을 주문했다.
드림허브PFV는 코레일 부지 35만6492㎡를 포함해 용산구 한강로 일대 56만6800㎡를 152층 높이 초고층 건물(드림타워)이 들어서는 국제업무지구로 재개발하는 사업의 프로젝트 금융회사다. 25.0% 지분을 보유한 코레일을 포함해 총 30개 회사가 지분을 나눠갖고 있다.
드림허브PFV는 삼성물산을 최대주주(45.1%)로 하는 용산역세권개발㈜을 AMC로 선정해 실질적인 업무를 위탁했다. 이날 이사회 결의가 주총을 거쳐 최종 확정되면 AMC를 새로 꾸려 사업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
▲23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빌딩 용산역세권개발주식회사 기자실에서 김홍성 코레일 대변인이 코레일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
삼성물산 배제, 자금조달 방안 새로 강구
이날 이사회에서 통과된 안건은 모두 네 가지다. 우선 실질적인 사업 수행 주체인 삼성물산의 지분 전량을 양도해줄 것을 요청하고, 사업 진행에 적극성을 보이는 출자사를 끌어들여 새롭게 AMC를 구성하기로 이사회는 결정했다.
이를 위해 드림허브PFV는 다음달 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정관을 변경하는 방안을 표결에 붙이기로 했다. 현재 주주구성은 코레일과 재무적·전략적투자자들이 약 72%이고, 삼성그룹을 비롯한 건설투자자의 비중은 28%가량이다. 건설투자자 내부에서도 일부 회사는 삼성물산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AMC 계약 해지를 위한 결의요건을 드림허브PFV 재직이사 5분의 4 동의에서 3분의 2 동의로 변경하는 게 골자다. 현재 정관대로면 삼성그룹측 이사가 10명 중 3명이 돼 이사회에서 삼성물산을 배제하는 게 불가능하다.
이들 두 가지 안건은 삼성물산측 이사진 3명을 제외한 전원이 찬성해 통과됐다.
세 번째 안건은 새로운 자금조달계획이다. 그간 용산재개발이 암초에 부딪힌 이유는 경기침체로 인해 투자자들이 자금조달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레일에 따르면 오는 2012년 말까지 약 8조800억 원가량의 유동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드림허브PFV는 건설투자자들의 지급보증을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기존에 참여한 건설투자자들에 시공물량의 20%를 확정 배분해주고, 나머지 80%는 두 차례에 걸쳐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건설투자자에 할당키로 했다. 사업 확정 후 일정부분의 이익을 보장해줘, 건설사들의 지급보증 부담을 덜겠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건설투자자뿐 아니라 새로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사업에 참여하려는 건설투자자도 모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안건은 삼성SDS를 제외한 9명 이사의 찬성으로 확정됐다. 이사회는 다음달 13일 건설투자자 모집공고를 내고, 19일 사업설명회와 11월 업체선정 등의 절차를 거쳐 연말에 자금조달에 나서기로 했다.
또 이미 코레일에 납부된 토지대금 1조3561억 원 중 작년에 제공된 반환채권 8500억 원과 2, 3차 토지계약 유보금 4410억 원을 제외한 651억 원의 반환채권도 발행키로 이사진은 결의했다. 드림허브PFV는 3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코레일 "삼성만 빠져준다면…"
특히 코레일 측은 삼성물산을 배제해야 한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하며, 코레일이 사업 진전을 위해 유동성을 추가공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흥성 코레일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물산이 AMC에서 배제되고, 건설사의 지급보증이 계획대로 되고, 예정된 유상증자가 이뤄지는 상황을 전제로 코레일이 랜드마크빌딩(드림타워)을 매입해 용산 재개발 사업 유동성을 보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 측이 정확한 매입비용을 제시하진 않았으나, 약 4조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드림타워는 약 620m의 초고층 빌딩으로, KB부동산신탁·미래에셋·아부다비 등의 투자자들이 매입의사를 밝힌 바 있다.
코레일 측은 "코레일에 들어올 땅값이 분납이자 2조5400억 원을 포함해 약 10조5400억 원"이라며 "빌딩을 매입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코레일은 만성적인 적자로 인해 정부에서 여러 차례 구조조정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사업 조감도.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이 사업에 엄청난 거품이 끼었음이 역설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뉴시스 |
왜 이렇게 시끄러운가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은 총 31조 원가량이 투입되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도심 재개발 사업이다. 정치·사회·경제적으로 의미가 크다.
이 사업이 처음 확정되던 지난 2007년만 해도 부동산 경기가 정점을 달리고 있어 큰 문제가 없었다. 사업비용이 이처럼 불어난 까닭도 부동산 거품이 컸던 시기라 토지매입비용이 전체 사업비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8년 국제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자금경색이 지속되면서 사업이 난관에 부딪혔다. 당장 민간투자자들이 코레일에 납부해야 하는 토지대금 2조 원을 마련하지 못했고, 드림허브PFV가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코레일에 납부한 토지대금 8500억 원에 대한 이자비용을 내지 못할 정도로 유동성이 나빠졌다.
대안으로 드림허브PFV 이사진은 건설투자자들에 지급보증을 서 자금을 조달할 것을 요구했으나 삼성물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갈등이 표면화됐다.
이 사업은 정치권에까지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막대한 이익이 예상되는 사업을 두고 삼성 측에 특혜를 준다는 의혹이 빚어졌다. 당장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코레일은 드림허브PFV와 당초 5년간 분납하기로 했던 중도금 납부 기한을 10년으로 연장키로 재계약했다. 이에 더해 삼성물산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용적률을 현행 608%에서 800%선으로 완화해달라"고까지 요구했다. 용적률이 높아지면 단위면적당 사업비가 줄어들고 회수이익은 늘어난다. 특혜시비에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 등은 삼성물산의 요구조건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 측은 "이제 이 사업은 삼성물산이 남아있는 한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다"며 "삼성물산을 남겨놓을 경우 특혜시비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국민의 돈을 쓰는 사업인데 삼성물산이 단돈 640억 원을 투자해 사업을 좌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총 결과 삼성물산이 배제된다 하더라도 이 사업이 탄탄대로를 걷는다는 보장은 없다. 부동산 침체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사업자금 조달계획은 다시금 어그러질 수 있다. 당장은 사업 재편을 두고 정부에서도 이 사업을 검토하게 되는데, 정부가 어떤 입장을 보일지도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삼성측이 반발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날 이사회에서 삼성측 이사진 3명은 삼성물산을 배제키로 한 안건에 모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삼성물산을 배제한다 하더라도 대체할 건설사업자를 새로 찾아 업무를 초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새로 출범할 AMC가 현지 원주민과의 갈등을 원활히 해결할 능력을 지녔을지도 의문이다. 당장 지난주 코레일의 담화발표장에 서부 이촌동 주민들이 난입해 사업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사업이 시일을 끌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4년 넘게 재산권을 제한받아 왔다.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지난 19일 논평을 내 "민간주도의 개발사업이 마치 서울시가 주도하는 공공사업처럼 오인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헛된 희망을 갖지 않도록 행정당국이 명확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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