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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정씨 일가 웃음 뒤엔, 수많은 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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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현대차 정씨 일가 웃음 뒤엔, 수많은 눈물이…"

[토론회] 금속노조, '현대차 불공정 거래' 토론회 개최

7.28 재보선이 끝난 뒤 '친서민' 정책의 중심에 대기업이 섰다. '대기업 때리기'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청와대와 정부부처 수장들이 대기업에 대한 쓴소리를 쏟아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납품단가 쥐어짜기 및 어음 관행 등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벽들이 앞 다투어 지적됐다.

이러한 논의들은 매 정권마다 나오는 '레퍼토리'라 이번 역시 정치적 쇼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온다. 공정 거래를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제도적 접근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알아서 상생하라는 주문에 머무르는 정부의 태도 역시 이런 시각에 힘을 보탠다.

이는 중소기업 문제가 정권의 성향과 관계없이 주요 과제로 거론될 만큼 고질적인 문제라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문제의 뿌리를 건드리지 않고서는 해결 방법이 없다. '재벌' 문제를 직시하는 것 말이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이런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 가운데 하나다. 현대차 그룹은 소유지배구조 확립과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협력업체를 쥐어짜고, 부당내부거래를 했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은 계속 늘어났다.

"현대차 지배구조, 선진국에서는 지속 불가능"

전국금속노동조합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현대차 그룹의 전횡적 경영구조와 불공정거래의 실태 및 대안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에 나선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상속세·증여세법 개정으로 삼성처럼 주식연계증권을 통해 경영권을 승계하는 게 어려워지면서 재벌들은 주요 회사의 사업기회를 지배주주 등에게 제공하는 등 새로운 편법 승계방법을 모색했다"고 설명했다.

채 위원에 따르면, 현대차 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이루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자동차 지분의 20.78%를, 현대자동차는 기아자동차 지분의 36.44%를, 기아자동차는 다시 현대모비스 지분의 16.88%를 보유한다. 지배주주인 정몽구 회장의 지분은 현대자동차 5.17%, 현대모비스 6.96%, 현대제철 12.58%가 전부다.

정 회장이 정의선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 지분을 넘겨주려면 상속·증여세를 감당해야하고 핵심 계열사 지분 매입에도 막대한 돈이 든다. 이를 위해 정 부회장은 2001년 자동차 부품회사 본텍의 지분 30%를 매각하고 2005년 현대오토넷과의 합병 당시 지분을 매각해 570억 원의 이득을 올렸다. 비슷한 시기 정 회장과 물류서비스기업인 글로비스를 설립, 이후 현대차의 지원을 등에 업고 2005년 상장해 6000억 원이 넘는 이익을 실현했다.

이런 경향은 정 부회장뿐 아니라 장녀인 정성이 씨가 광고회사 이노션의 지분 40%, 차녀 정명이 씨 부부가 할부금융업체 현대커머셜의 지분 50%를 확보해 현대그룹 계열사와의 거래로 안정적인 자금줄을 확보하고 있는 점에서도 관찰된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는 "현대자동차의 지배구조와 편법적 지원거래는 선진국에서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식"이라며 "한국 재벌은 총수의 지분이 적어 지배력이 매우 취약하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위기가 닥쳤을 때 국민의 지지 여부에 따라 지배구조가 결정된다는 것이 선진국 역사의 교훈"이라고 말했다.

▲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 정희선 부회장. ⓒ뉴시스

"계열사 부당 내부거래 급증…소비자 피해도"

문제는 이러한 과정에서 계열사에 물량을 몰아주는 부당 내부거래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정황이 발견된다는 점이다. 채 위원에 이어 발제에 나선 이상호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이) 자동차전문그룹을 선언한 후 강도 높게 추진한 수직계열화 전략에 따라 자동차 관련 계열사의 내부거래비중이 짧은 기간 내에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기준 현대자동차 계열사 중 15곳의 내부매출비중이 50%가 넘었고, 10개는 80%에 이르렀다. 이 중 자동차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계열사일수록 내부매출비중이 높았는데, 현대모비스가 78.3%, 현대파워텍이 100%, 다이모스가 97.0%의 내부매출비중을 보였다. 이 결과 현대차의 최대주주인 현대모비스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3.4%로 비계열사 부품업체인 만도(4.5%)나 한라공조(4.7%)와 월등한 차이가 났다.

국내 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확보한 현대차가 강력한 수직적 계열화로 통제력을 강화하면서 비계열사 하청업체와의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이 위원의 설명이다. 이 위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현대차계열 부품업체의 영업이익률은 2%, 순이익률이 약 6% 상승한 반면, 비계열 부품업체의 영업이익률은 2.5%, 순이익률은 1% 감소했다. 2004년 이후 현대차의 제조원가가 약 18.3% 증가하는 동안 하청업체로부터 공급받은 재료비 총액은 약 2.8% 늘어나는데 그쳤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현대차그룹이 최대 이익을 올릴 수 있는 배경에는 원가 상승 부담을 대부분 떠맡은 하청업체의 신음이 있었다는 얘기다. 여기에 더해 생산라인에 광범위하게 퍼진 비정규직 노동자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현대모비스의 경우 사내하청 형태의 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자의 절반에 가까운 43.69%이고, 생산직 노동자만 고려하면 정규직의 1.4배다.

생산량 변화에 따라 해고가 자유로운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최근 대법원이 '불법 파견'으로 인정하고 파견법에 따라 사 측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현대차는 정규직 전환에 따른 비용부담이 크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이 위원에 따르면 약 1만 명에 달하는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비용은 매년 약 1173억 원이다. 현대차의 매년 당기순이익 평균인 2조5000억 원의 약 5%에 불과하다.

현대차의 독점력 영향력을 이용한 이익 추구의 피해 대상에서 소비자도 예외일 수 없다. 현대차는 2003년부터 2009년 사이 대표 차종 5개 모델의 국내 판매가격을 약 25.3%에서 96.5%까지 인상했다. 고급화된 사양에 따른 가격 상승이라는 반론이 있지만, 이를 감안해도 연평균 6.9%에서 17.0%에 이르는 상승률은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

"문제 해결은 정몽구가 아닌 정부가 해야"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토론회에 앞서 "현대차의 성장신화 이면에는 중소기업과 하청 노동자의 피땀이 숨겨져 있다"며 "이들의 눈물로 채워지는 현대차가 아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달 중 발표될 예정인 대기업-중소기업 상생협력 방안이 '용두사미'에 그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인력기술실장은 "납품단가 연동제, 표준계약서 의무화 등은 글로벌 아웃소싱이나 이면계약으로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고 기술 공동개발과 중소기업 인력 육성 방안 유인이 없으면 대기업이 나설 이유가 없다"며 "최근 논의가 이벤트로 끝나지 않으려면 이 기회에 2·3차 하청업체를 지원할 수 있는 기금을 대기업들이 조성하도록 제도화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 교수는 "경제 침체가 정부의 문제 때문이 아닌 세계화 추세 때문이므로 그에 대한 해법을 대기업에 요구할 수 없다"며 "비정규직 문제는 결국 정몽구 회장이 아닌 정부가 나서야 하며 노동자들도 정부에 고용세액공제 제도 등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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