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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정의선 부자의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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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는?

[기고] 부당 내부거래, 언제까지 묵인해야 하나 <下>

☞부당 내부거래, 언제까지 묵인해야 하나 <上>

부당 내부거래에 숨어있는 비밀의 열쇠, 지배구조의 개편을 통한 경영권승계

그렇다면 불법성 시비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이 이러한 부당한 내부거래를 자행하는 근본적 이유는 무엇인가?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핵심적인 동인은 정몽구 회장 재벌 일가의 경영권승계를 위해 필요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지주회사화) 때문이다.

2009년 8월 현대제철은 보유 중인 현대차 지분 5.84퍼센트를 팔고 이를 현대모비스가 모두 사들였다. 이를 통해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지분을 14.95퍼센트에서 20.78퍼센트로 높였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을 20퍼센트 이상 소유해야 한다. 한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현대차 부회장과 현대모비스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러한 상황은 현대모비스의 지분 매입이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되어 있으며, 정몽구 회장 부자의 경영권승계와 연결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현재 현대차는 현대차(36.23퍼센트)→기아차(16.83퍼센트)→현대모비스(20.78퍼센트)로 연결되는 순환출자구조를 가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가 되려면 이러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16.88퍼센트) 약 2조 원을 처리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의 입장에서 볼 때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경영권승계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경영권승계에 필요한 종자돈 마련을 위해 물량몰아주기 악용

▲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뉴시스
이와 관련하여 현재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3가지다. 먼저 정의선 부회장이 자신의 글로비스 지분을 계열사에 팔아 현대모비스지분을 더 많이 사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경우 대주주 개인지분을 계열사가 사들이는 방식을 취하게 되고 이는 대주주에 대한 부당지원에 해당한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힘들다.

두 번째로 정 회장 부자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현대제철·글로비스 등의 주식을 현대모비스에 현물출자하면 추가자금의 투입 없이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다. 이러한 현물출자를 통해 현대모비스에 대한 정회장 부자의 지분은 늘어나고 현대모비스를 순수지주회사와 사업지주회사로 분할할 경우 지주회사의 지분율을 최대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 또한 현물출자의 방식에 대한 불법성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글로비스가 정회장 부자의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고 글로비스를 통해 현대모비스를 지배하는 방안이다. 이 방식은 경영권승계 시 요구되는 상속 및 증여세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글로비스는 오너 개인과 그룹을 연결시켜주는 SK C&C나 애버랜드와 같은 실질적인 지배회사가 될 수 있다.

이 방식은 정회장 부자가 현대모비스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고 순환출자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방식이다. 문제는 글로비스가 이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자금을 어떻게 확보하는가에 달려 있다.

바로 이 매입자금, 즉 재벌 일가의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한 종자돈을 마련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이 택한 방식이 바로 '회사기회유용'을 통한 물량몰아주기다. 총수일가가 최대주주로 있는 비상장계열사에게 사업물량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해당 계열사를 지원하는 내부거래의 한 방식이다.

이러한 물량몰아주기를 통해 해당업체의 기업 가치를 단기간에 급등시키고 이후 증시에 상장해 일부 주식을 비싼 값에 매각하여 막대한 자본초과이득을 챙기는 수법이다. 이 때 얻은 이익금은 경영권승계를 위해 필수적인 핵심계열사의 지분을 사들이는데 사용되는 종자돈 구실을 한다.

부당내부거래를 통한 정몽구 회장 일가의 엄청난 자본초과이득

바로 이런 문제 때문에 공정거래위는 지난 2007년 현대차그룹 소속 계열사들이 글로비스에게 물류업무를 몰아준 것을 적발하고 이에 대해 9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이는 2006년 현대차그룹 비자금사건 수사의 '설거지' 수준에서 이루어진 것에 불과했다.

당시에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 등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약 3조1660억 원에 이르는 부당한 내부거래를 통해 글로비스에게 물류물량을 몰아주었고, 이를 통해 글로비스는 매출과 순이익을 약 10배 이상 높였다. 이와 동시에 정 회장 부자는 2005년 말 글로비스를 상장하면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주식의 약 40퍼센트를 매각해 엄청난 자본이득을 취하게 된다.

2006년 9월 말 경제개혁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당시에 취득한 정 회장 부자의 자본이득은 약 1조567억 원에 해당한다. 하지만 매각당시 주가가 약 3만 원 정도에 불과하던 것이 2010년 6월 24일 현재 13만5000원인 점을 고려할 때 정회장 부자의 실제 자본이득은 천문학적인 숫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회사기회를 유용한 물량몰아주기방식에 의한 자본초과이득을 추구하는 행위는 단지 글로비스에 한정되지 않는다. 현대차그룹 산하 비상장계열사들이 대부분 이러한 부당한 내부거래를 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경제개혁연대가 위법성이 명확히 드러나는 사례만을 조사한 결과 회사기회유용을 통한 현대차그룹 특수관계자의 부 증가액은 순자산가치로 1조2102억 원(시장상대가치 기준 1조2511억 원)에 달한다. 그리고 현대차그룹 재벌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계열사가 회사기회유용을 통해 증식한 부의 증가액은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글로비스가 약 1조1050억 원이고 다른 4개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1조2102억 원에 이른다.

말 뿐인 사회공헌약속과 오리발을 내미는 정몽구 회장

▲ 지난 2006년 4월 현대자동차그룹 비자금 조성 및 경영권 편법승계 등을 지시한 혐의로 검찰에 출두한 정몽구 회장. ⓒ연합뉴스
바로 이러한 불법행위 때문에 정몽구회장은 2006년 이후 여러 차례 재판정에 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솜방망이식 처벌과 수순에 따른 정치적 사면을 통해 '허울 좋은' 면죄부를 결국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몽구 회장은 국민에게 약속한 자신의 사회공헌약속을 전혀 지키고 있지 않다. 2006년 4월 검찰소환을 앞두고 그는 "사재를 출연해서 1조 원의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라고 분명히 말했다. 2007년 5월 항소심 공판 현장에서는 "기금 출연은 7년에 걸쳐 이루어지고 1년 내에 1200억 원을 출연하겠다"라고 했다.

재판부도 실형을 유보하고 이에 대한 조건으로 "사회봉사활동의 일환으로 8400억 원을 내놓으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009년 7월 현재 정몽구회장이 기부한 금액은 글로비스 주식 900억 원을 자신이 만든 해비치 재단에 출연한 것뿐이다. 정몽구회장의 사회공헌 약속대로라면 매년 1200억 원씩 2009년 말까지 3600억 원을 출연해야 하는데 작년 이후 사상최대의 실적에도 불구하고 2010년 6월 현재까지 2700억 원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사회공헌 계획은 전무하다.

오히려 "사회봉사는 일 또는 근로활동을 뜻한다"라는 황당한 해석을 통해 "정몽구 회장이 사재를 출현할 의무가 없어졌다"는 이야기가 현대차그룹에서 공공연히 흘러나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계획은 계획일 뿐이다"라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는 실정이다. 즉 재벌 일가의 부도덕과 무책임을 만천하에 노출시킨 엄청난 사회적 파장에도 불구하고 정작 당사자는 '없던 일로 하자'는 식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재벌의 뒤치다꺼리에 몰두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

이와 같이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자신의 아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저지른 비윤리적이고 무책임한 행위 때문에 엄청난 사회적 지탄을 받은 것은 물론, 실정법 위반혐의로 실형을 살아야 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부당 내부거래를 통한 물량몰아주기는 아직도 계속 되고 있으며 회사기회를 유용한 불법행위를 통해 부의 증식을 통해 자신의 아들에 대한 경영권승계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

또한 사면의 대가로 국민에게 약속한 사회공헌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이 내팽개치고 사상최대의 실적에 취해 주판알만 튕기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재벌의 이러한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행위를 감시·감독해야 할 정부 또한 팔짱만 끼고 이를 방조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에도 역시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횡행하는 한국사회에서 재벌의 뒤치다꺼리에만 열중하는 하수인역할에 만족할 것인가? 국민들이 던지고 있는 이 질문에 대해 정부는 과연 어떻게 화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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