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25%로 동결했다. 미국과 중국 등 해외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은의 이번 조치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다만 국내 인플레 압력도 사라지지 않고 있어, 한은이 일정 시기가 되면 추가로 기준금리 인상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이와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작년 2월부터 17개월에 걸쳐 기준금리를 2.00%로 유지하다 지난달 0.25%포인트 끌어올린 바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유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둔화 가능성이 커진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10일(현지시간) 공개시장위원회를 열어 "단기적으로 경기 회복세가 기대했던 것보다 약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성장률 회복세가 2분기 2.4%에 그쳤고, 실업률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점을 반영했다.
심지어 미국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조만간 디플레이션이 우려될 정도로 상태가 좋지 못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하반기 미국 경제가 불과 1.5% 성장하고, 내년에도 1.9% 성장에 그칠 것으로 9일 전망했다.
이에 따라 연준은 다시금 경기부양에 나설 기조까지 내비쳤다. 낮은 금리 유지를 위해 앞으로 매달 재무부 채권 100억 달러어치를 사기로 했다.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 이후 처음 나온 부양책이다.
한국의 중요한 수출 시장인 중국 경제 또한 둔화기에 접어들었다. 중국의 7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전달보다 0.3%포인트 떨어진 13.4%에 그쳤다. 소매판매 증가율이 전월대비 0.4%포인트 감소했고, 수출과 수입 증가율 또한 각각 전월보다 5.8%포인트, 11.4%포인트 줄어들었다. 홍수로 인해 식품값 등 물가가 폭등하고 있어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주요국의 경기둔화 가능성이 커지자 밤사이 해외증시는 급락했고, 국채와 달러, 엔, 금 등 안전자산 가격이 치솟았다. 11일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265.42포인트(2.49%) 급락했고 나스닥지수도 68.54포인트(3.01%) 하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 3126개 종목 중 오른 종목은 불과 442개에 그쳤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도 조정을 받고 있다. 12일 오후 1시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0포인트 이상 하락해 1730선을 오가고 있다. 최근 순매수 기조를 강화하던 외국인들이 3700억 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한 때 1200원대까지 치솟았다. 환율이 장중 12000원선을 기록한 것은 지난달 23일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국내 경제만 놓고 보면 불확실성 못지 않게 인플레 위협 역시 상존해 있다. 7월 소비자물가는 농수산물을 중심으로 전년동월대비 2.6% 올랐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국내 경기는 수출 호조와 내수 증가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에 따른 수요 압력 증대와 일부 공공요금 인상, 국제 원자재가격의 상승세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기준금리 인상이 국내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한 것 역시 이 같은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 후) 전국 16개 한은 지부를 통해 서울과 수도권, 지방의 50개 부동산 업체를 일일점검했는데, 아직까지 기준금리 인상이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친 징후는 발견하지 못했다"며 "가계 부채 역시 아직 금융자산이 1000조 원을 넘고 이자를 지불하는 부채 규모는 900조 원 정도로 자산이 많아 전반적으로는 국민들의 부담이 크지 않다"고 했다.
결국 앞으로 현 상황이 지속되는 한 한은이 소폭의 추가 금리 인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씨티그룹은 "한은은 오는 9월에 금리인상을 재개해 0.25%포인트를 올린뒤 4분기에 추가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며 연말 기준금리가 2.7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통화정책은 우리 경제가 금융완화기조 하에서 견조한 성장을 지속하는 가운데 물가안정이 유지될 수 있도록 운용하되 국내외 금융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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