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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G버스, 아예 정비가 되지 않고 있다

[기고] 준공영제 허점 틈타 시내버스 정비사들 멸종 위기

ㅇㅇ운수 버스정비사 0씨는 일하다 기겁을 했다. CNG 가스 밸브를 교체하던 중 갑자기 밸브가 터져 그 압력으로 함께 일을 하던 동료가 꽝 뒤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그 일로 징계를 당했다.

그런데 나중에 회사가 같은 일을 시켰다. 이미 징계까지 당한 터라 0씨는 회사에게 "나는 이 일을 지금은 할 수 없다. 이것에 대해 교육을 받은 바 없고 내가 알기론 이것은 관련 기술자격을 가진 이나 그의 입회하에 할 수 있는 작업으로 알고 있다"고 고사했다. 그러자 회사는 일을 하지 않으면 지시 불이행으로 재징계를 한다고 했다. 그가 시킨다면 하겠지만 이에 대한 책임은 지시를 한 회사에게 있음을 확인해 달라고 하자 그저 두 배로 찍혀 미움을 받고 있다.

ㅁㅁ운수 ㄱ씨는 갑자기 정비사에서 운전기사로 전직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나는 정비사지 운전사가 아니다. 나는 한 번도 운전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몇 달 전에 정비사의 필수 자격으로 대형 1종 면허를 취득하라더니….

같은 회사의 ㄴ씨는 더 기막히다. 그는 회사에서 산업재해로 한 쪽 눈을 잃었다. 대형 1종 면허 취득이 불가능한 신체조건이다. 그런데도 3개월 이내 무조건 대형 1종 면허를 따오라고 한다. 돈이 없으면 회사가 시험비용을 돼준다고 한다.

이를 보다 못한 다른 정비사들은 아예 대형 1종 면허 자격증을 반납했다. 그놈의 자격증이 없으면 평생의 천직인 정비일이나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CNG 버스와 준공영제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우선 CNG버스의 특수성에 있다. CNG버스는 기존의 일반정비에 특별히 CNG와 관련된 저장통과 분출 밸브 등에 관한 기술이 필요하다. CNG버스가 도입된 이후에도 이런 정비 기능을 이수했거나 특별 교육을 받은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신차가 들어오면 해당 버스회사 기술인력이 하루나 이틀 몇 시간씩 일해 주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기술전수를 온 이들도 실은 CNG버스에 대하여 제대로 알지 못한다. 완전하게 확인된 정비 기술이 아니다. CNG버스는 현재 버스 정비 기술 차원에서 정비가 되지 않는다. 달리는 폭탄임이 증명된 서울시내 버스는 다만 요행히 안 터지고 있다는 것이다.

▲ 9일 오후 서울 행당동 행당역 부근에서 신호대기중 폭발한 241B번 시내버스. ⓒ뉴시스

하지만 이보다 더 깊은 이유가 있다. 준공영제가 들어서면서 세금으로 회사가 운영되다보니 버스 1대당 일정한 운영비가 지급된다. 버스 1대당 평균 운전기사 몇 명, 정비사 몇 명 등이 정해지지만 명확한 기준은 없고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책임도 서울시가 지지 않는다.

한편으론 일정하게 나오는 운영비에 비해 경력이 오래된 버스기사, 정비사들은 귀찮은 군더더기가 된다. 동일한 일을 하면서도 더 많은 돈을 가져가는 이윤의 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입사 형식으로 근속수당을 삭감하거나 촉탁 기사들로 빈자리를 채운다. 삭감된 인건비는 고스란히 회사의 이윤이다.

정비사들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보통 정비사들은 평생 버스회사 안에서 기름밥을 먹은 이들이다. 그러니 근속기간이 길다. 준공영제가 되면서 이게 문제가 됐다. 게다가 정비사들 속에 노조의 비공식 상근자, 사장의 친척들, 저임금의 임시직 등등 다양한 '허수'를 채워 그만큼 이득을 볼 수도 있다. '고참' 하나 나가면 '신참'을 반값으로 고용할 수 있고, 취업 중에 부수입도 챙길 수 있다. 그런데 '눈치'도 없이 나가지도 않는 '군더더기'들이 문제가 된다. 그래서 버스회사는 정비사들을 노조에서 탈퇴시키고, 연봉제를 강요한 후에 이를 악용해 기간제 고용 계약으로 돌리고 계약 연장을 이유로 임금을 동결하다가 하나 둘씩 해고해 버린다.

그래도 버티면 정비사를 갑자기 운전기사로 전직시킨다. 평생 시내운전 한번 해보지 못한 사람이, 정비를 천직으로 여기며 정년이 내일 모레인 정비사에게 운전사가 아니면 나가라고 한다. 정비사들이 근로 계약상 운전사가 아니라 정비사이기 때문에 본인의 동의 없는 전직은 부당하다고 항변해도, 서울 시내버스 노사 간의 단체협약이나, 서울시의 운영 규칙 중 '2년 이상 버스 운전 경험이 있는 사람을 운전기사로 고용해야 한다'는 규칙을 위반했다고 지적해도 막무가내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심지어 이런 전직명령이 정당하다 판단한다. 하지만 이 같은 판단의 공개는 자기들도 창피했는지 회사가 노동자들을 회유케 하여 조정한 것처럼 처리했다)

이렇게 해서 지난 6~7년 사이에 서울시내 버스회사의 정비 현장은 정규직 하나 없는 곳으로 돼 왔다. 연봉제를 빙자한 계약으로 비정규직으로 몰고, 몇 년의 계약 갱신을 거치며 줄서기와 경쟁이 심해지면서 사람은 20~30% 이상 줄었고, 업무량은 이에 반비례해 늘었다. 최근엔 이른바 CNG버스 신차가 들어와 고장이 줄면서 정비 업무가 적어졌다며 또 인원을 줄인다.

사람이 사라진 버스 정비 현장

정비는 국방이나 치안처럼 만의 하나의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라고 아무리 호소해도 반응조차 없다. 그러면서 정비와 관련 없는 종점에서의 정리 주차, 주유 업무 등을 도맡아야 한다. 사람에 대한 존중은커녕 기술에 대한 최소한의 조심성도 없는 정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오랜 노동을 거치며 노련해진 노동자가 존중 받아야 정상이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오직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장애물일 뿐이다. 이 장애물을 치우기 위해 소중한 기술자와 노련한 기술은 치워버려야 할 혹이다.

농민을 생각하지 않고 싼 쌀값만 원하는 이들은 근본을 저버린 이들이다. 버스를 탈 때 운전하는 사람과 정비하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것도 동일하다. 친절하게 인사하지 않는다고 탓하면서 비정규직으로 내몰려 일하는 사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사물의 근본과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곳에 정말 소중한 것들이 머물 수 있을까? 사람이 사라진 버스 정비 현장에서 사람을 생각하는 버스의 안전점검이 이뤄질 수 있을까?

청결하고 저렴하다던 CNG버스가 도입될 당시 뒤에 붙는 단어 하나가 빠졌다고 정비사들은 지적한다. 그것은 바로 '위험'이다. 그런데 현재 버스는 보이는 위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요즘 가장 시원한 곳이 버스라고 한다. 버스 냉방이 가장 확실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비사들은 버스의 에어컨 청소를 한 기억이 없다고 한다. 그럴만한 인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냉풍구 입구만 깨끗할 뿐 필터 등은 말그대로 중금속·세균 덩어리라는 것이다. 이런 위험을 예방할 사람들이 지워지고 있다. 오직 장시간, 저임금 노동만을 원하며 요행으로 유지되는 버스가 아니길 위해 서울시와 버스 업체는 현재의 경영을 당장 그만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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