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이명박 정부가 처음 출범하면서 대운하 사업을 강행할 때, 나는 시급히 관련된 책을 출간하면서 이 사업의 부당성을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꽤 노력했던 것 같다. 그에 비해서 4대강 사업의 경우는, 그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는 않다. 대운하와 4대강 사업에 본질적인 차이점이 있어서? 혹은 이 사업이 덜 나빠서? 그런 건 아니다. 오늘은 왜 대운하 사업에는 맨 앞에서 반대하던 내가, 상대적으로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덜 적극적으로 움직였는지, 오늘은 그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나는 지금도 4대강 사업은 프로젝트의 성격상, 실패할 확률이 대단히 높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인 이유와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
경제적인 이유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보자. 대운하 사업은 민자사업으로 구성돼 있는데, 건설회사 입장으로 보면 이 사업의 진짜 수익성은 사업에 참여하면서 불하될 수 있는 토지 및 터미널 용지 등에 대한 개발권, 즉 지대 차익에서 나올 수 있다. 물론 당시에도 준설토를 판매하면 일정 부분 사업성이 나올 수 있다는 주장들이 있었지만, 마찬가지 방식으로 나오는 4대강의 준설토는 지금 농지를 임차해 농지에 적치하는 등, 전혀 경제적 해법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미 목격하고 있는 바이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국책사업으로 바뀌면서, 아주 제한적으로 수자원개발공사 같은 곳에서 직접 개발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사업 참여자에게 지대 차익이 발생할 여지가 대단히 적다. 즉 정부가 사업 추진에 대해서 지불하는 사업비 명목의 세금 지출을 제외하면 건설사가 별도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여지가 상대적으로 박하다.
그래서 사업 수익성에 대한 부담은 건설사에서 정부로 넘어가게 되었는데, 이 정부가 과연 전체적인 재정적자 그리고 공기업의 재정부담을 감당하면서 이 사업을 끝까지 진행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느냐, 나는 여기에서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정치인들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운하에서 4대강으로 사업이 전환된 궁극의 명분은 2008년 리만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재정 사업의 조속한 추진이었다. 실제 사업의 효과는 논외로 하고, '출구전략'과 함께 재정적자의 감소가 필요했었는데,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나는 2010년부터 부동산 위기가 확산되면서 2011년 중반까지는, 아마 최소한 부동산에 속한 것들 그리고 토건에 속한 것들에 대한 소위 '디버블링'이 급속히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0년에는 4대강을 반대하는 사람들과 정부 사이에 힘 겨루기가 지리하게 진행될 것이지만, 2011년에는 어쩔 수 없이 정부 부채 누적과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수자원개발공사 같이 토건 장치들에 대한 구조조정 논의들이 급격히 진행될 것으로 보았다. 만약 민간이 사업 주체라면 IMF 경제위기 수준의 경제 공황이 온다고 하더라도 개별 기업이 자신의 수익성과 장기적 관점에서의 장단점을 분석해서 계속 추진할 가능성이 미약하게나마 남아있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급격한 디버블링 앞에서 정부가 주체가 된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는 쉽지가 않다. 이러한 위기는, 중앙정부라고 하든, 지방정부라고 하든, 국세이든, 지방세이든, 공적 장치의 지불은 국민의 세금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피할 수 없다. 지방의 감추어진 공기업에 정부가 결국은 지불해야 하는 감추어진 손실들까지, 재정위기에서는 더 이상 눈속임으로 감추는 일들이 불가능하다.
기본적으로 대통령 임기말까지 계속해서 82조 원 혹은 증액에 증액을 계속해서 결국 그 이상이 되고야 말 4대강 사업을 공황 국면에서도 계속하기는 쉽지 않다. 민자 사업을 정부 사업으로 바꾸면서 정부는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속도전으로 강행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을 만드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만큼 위험성 역시 커진 셈이다. 기업 입장으로 볼 때, 4대강 사업은 일종의 '이지 머니(easy money)'이기는 하지만, 여러가지 이미지상 부담이 되는 것 역시 사실이다. 현대나 대림 같은 곳들은 자기 이름을 드러내놓고 공사를 하는 중이지만, 삼성의 경우는 공사 초기에는 자신의 이름을 걸었지만, 어느덧 자신의 공사 부근에서 '삼성'이라는 로고를 지워버린 지 좀 된다. 역시 기업 중에는 대국민 이미지에 조금 민간한 기업이 있고, 그렇지 않은 기업이 있기는 한 것 같다.
4대강 사업을 둘러싼 경제적 기반에 대한 문제만이 아니라 정치적 부담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여기에는 강 생태계를 둘러싼 복원의 속도와 복원의 정도라는, 새만금과는 물리적·생물학적 차이가 개입하게 된다.
일단 파괴되면 절대로 복원되기 어렵고, 복원도 불가능한 것이 산 생태계 정확히 말하면 산 그 자체이다. 골프장을 위해서 산의 일부분을 피내고 나면 그곳은 회복이 불가능하다. 물론 돈을 많이 들이면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없지 않겠지만, 인공적으로 다시 산을 만드는 일을 하는 국가는 없다. 산림은 화재로 유실되더라도 새롭게 숲이 형성되어 일정하게 생태계가 복원되는 데에 그렇게 유수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다만 원시림은 복원될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원시림에 대해서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토양 오염이나 갯벌 파괴의 경우도 일단 문제가 생긴 다음에 복원하기가 쉽지가 않다.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방조제를 철거한다고 하더라도 1~2년 사이에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을 단기간에 기대하지는 못한다. 이 논리는 새만금 때 우리가 본 적이 있다. 물론 내버려두면 수 십년에 걸쳐서 자연 복원되기는 할 것이지만, 노무현 정부 때 많은 정권의 인사가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다시 되돌아가란 말이냐!"라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공사를 강행하였었다.
▲ 지난해 말부터 전국의 하천에는 유례없는 대규모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이다. 사진은 낙동강 강정보 공사 현장의 모습. ⓒ낙동강지키기부산시민운동본부 |
강의 경우는 갯벌과는 물리적 조건이 좀 다르다. 갯벌에 비해서 강이 원형을 유지하려는 힘 자체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아무리 공사가 진행되었다고 하더라도 제방을 제거하는 순간, 1년이 지나지 않아 최소한 형태는 원래의 상태대로 돌아간다. 특히 한국에서는 강의 유형 자체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장마와 같은 집중 호우 때 자신의 길을 방해하는 것은 그것이 산이든, 절벽이든, 아니면 인공 구조물이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힘이 워낙 강해서 인위적 변형을 유지하기가 쉽지가 않다. 역으로 강의 자연복원력이 자연계에서는 가장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준설사업으로 이미 망가져버린 하천 생태계가 새로운 균형을 찾는 데에는 몇 년은 걸릴 것이다. 그리고 재수 없게 만약 공사 기간 중에 멸종해버린 보호종이 있다면, 생명 복원은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하천 그 자체 그리고 하천 생태계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콘크리트 제방을 치우는 순간 거의 원형에 가깝게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갈 것이다.
이러한 강의 특성은, 일종의 생태 정치학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이명박 정부를 끈질기게 괴롭힐 것이다. 생태학에서 '문턱 효과(threshold effect)'라고 부르는 그런 효과가 하천 생태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이상 공사가 진행되고 나면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가자고 하는 목소리가 대개의 경우 줄어들게 되고, 그러한 임계점이 존재하는데, 하천 생태계에는 그게 없다. 그런 문턱 효과는 원자력 발전소가 대표적인데, 일단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이 되면, 그걸 철거하자고 하는 목소리는 급격히 약해진다. 그러나 강은 다르다. 완벽히 공사가 끝난 이후에도 '생태 하천'으로 복귀하자는 목소리는 계속 존재하고, 그래서 스위스나 프랑스 심지어 미국에서도 제방을 거두어내고 자연하천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건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정부에게는 비극이다.
공정률이 20% 정도 되었을 때, 4대강에 대한 사회적 반대 그리고 강 살리기에 대한 목소리가 형상을 갖추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여전히 새만금파에 불과한 민주당에서 당론으로 '4대강 반대'를 내걸고 지난 지방선거와 보궐선거를 임하게 되었다. 50%를 넘어서면 이 목소리가 꺾일까? 하천의 경우는 그 복원력의 속성상, 공사를 다 마치고 난 다음에도 그리고 심지어는 안정화된 이후에도 자연 복원에 대한 목소리가 줄어들지 않는다. 한강의 경우에도 1980년대 이후 30년째 안정화된 제방에 대해서 최근 '한강 백사장'을 구호로, 다시 자연 복원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세훈의 한강 르네상스에 대한 기운이 한참일 때에도 반대 흐름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4대강은 공사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부작용이 더 많이 그리고 더 자주 노출되게 될 것이다. 보통 공사가 일정 정도 진행되고 비가역적인 변화가 올수록 '사회적 포기'가 더 많아지게 되는데, 4대강은 공사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포기가 늘어나기보다는 오히려 반대 목소리가 많아지게 되는 구조를 갖는다. 여기에 '디버블링'이라는 2011년의 경제적 위기 그리고 2012년의 대선이 기다리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이걸 넘어서기 어렵지만, 정치적으로는 더욱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2012년에 가까워질수록 그리고 대선 정국에 가까워질수록, 대통령의 측근 그룹, 요즘은 영포회라고 부르는 그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더욱 고립될 것이다. 역으로 4대강의 생태 정치는, 누군가 기획하지 않더라도 생태계 자체가 갖는 속성으로 인해서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게다가 새만금과 달리, 4대강은 전국적 사건이라서 영남과 호남의 대립 같은 것들이 개입할 공간도 별로 없다. 낙동강의 문제와 영산강의 문제가 이질적인 것이 아니라서, 해묵은 지역 감정으로 국민을 분산시켜 통치하려던 과거의 전략이 최소한 이 사건에서는 잘 통하지 않는다.
권력의 실세인 어떤 이가 사적으로 "4대강은 대통령의 역린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건네 들었다. 건드리면 보복만 있지,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용의 단 한 부분. 과연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애초에 4대강이 보수 정권을 무너뜨리는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이명박 정권이 출범했을 때, 그 다음에 박근혜가 될지, 아니면 이재오가 될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번 재선에도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그건 한나라당이 뭘 잘해서가 아니라 그를 대체할 세력이 너무 별 볼일 없어서 그렇다. 지난 보궐선거의 민주당을 보면, 이런 집단이 '구국의 강철 대오'인 한나라당을 자력으로 극복할 것이 너무 멀어보이지 않는가?
그러나 4대강은 공사를 진행하면 할수록 하천 오염과 식수원 오염 같은 것에서 홍수 증가 등 부작용이 점점 더 빈번히 등장하게 된다. 그리고 반대로, 공사가 아무리 진행되어도 반대 목소리가 줄지 않게 된다. 보통 공사가 시작되면서 보상비가 풀리면 지역 여론이 급격히 반등되고, 이에 따라 수도권의 고향 출신의 의견도 바뀌면서 찬성 목소리가 급격하게 높아지게 된다. 그러나 이미 돈이 풀릴대로 풀린 지금도 반대 목소리의 위세가 잘 줄어들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경향적으로, 완공의 그날까지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공사가 끝나는 선포가 있는 날, 정권 교체가 되돌릴 수 없는 바로 그 날이 될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역린의 특징 보다는 아킬레스 건의 특징이 더 높은 사업인 셈이다. 외부적 경제 자용 혹은 내부적 여건 등으로 공사가 정지되거나 수정되지 않는다면, 다음 대선은 바로 '4대강 대선'이 된다. 지난 지방 선거가 '무상급식' 선거가 된 것보다 더욱 강력하고 급속하게 대선과 4대강은 직결된 이슈가 될 것이다.
이게 내가 4대강 사업에 대해서 약간 여유를 가지고 있었던 이유다.
지금 두 곳의 보에 활동가들이 올라가 있다. 어차피 이 사업은 경제적이든 정치적이든, 몇 가지 이유로 성공하기 어려운 사업이고, 아마도 10년이 지나면 지금의 보와 제방들은 철거되어 있을 것이고, 우리의 4대강은 다시 자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을 것이다. 활동가들이 보에 올라가 있을 때, 그리고 시민단체 원로들이 속도조절이라는 명분을 줄 때, '출구전략'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일종의 'B 플랜'에 대한 검토를 시작하시기 바란다. 정권이 역린을 고집하면,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나 우리 모두 회복불가능한 상처를 입지만, 하천 생태계의 힘은 시멘트의 힘보다는 강하다.
2010년에 1950년대 방식의 '자연 대개조', 이게 먹힐 리가 없지 않은가? 정권이냐, 4대강이냐, 그걸 스스로든 아니면 국민의 힘으로든, 선택하는 그 날이 점점 가까워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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