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강만수 그립다"는 <조선일보>의 뻔뻔함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강만수 그립다"는 <조선일보>의 뻔뻔함

투기 부추길 때는 언제고 이제와 부동산 시장 걱정하다니

부동산 시장에 대세하락 기운이 완연한 가운데 이를 보다 못한 <조선일보>가 훈수에 나섰다. 강효상 편집국 부국장이 19일자 칼럼 <"차라리 강만수가 그립다">를 통해 '날개도 없이 추락하는 부동산시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ebt to Income·소득에 따라 대출을 규제하는 제도) 등 주택금융 규제를 완화하고, 소위 '보금자리주택'이라는 대규모 공공주택 공급계획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또한 강 부국장은 이명박 정부에는 "부동산 시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職)을 걸고 나서는 당국자가 보이지 않는다"며 금리인상을 단행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이하 당국자들을 질타하고 있다. 끝으로 강 부국장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폭등시킨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Hard-Landing)하는 상황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만 있는 이명박 정부 경제팀의 처신을 한탄하며 우회적으로 종부세를 폐지한 강만수 장관 같은 소신파(?)를 그리워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부동산 시장 경착륙에 대한 염려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수다한 문제를 낳는 것처럼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는 사태 역시 심각한 부작용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가계와 금융기관의 연쇄파산, 신용경색 같은 것들이다. 이 신문도 아주 가끔은 옳은 생각과 소리를 한다.

▲조선일보는 참여정부 당시 실시된 부동산 규제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뉴시스

한입으로 두말하는 <조선일보>

문제는 <조선일보>가 한입으로 두말을 한다는 점이다. 강 부국장도 썼듯이 근래 들어 기승을 부린 부동산 투기와 그로 인한 부동산 가격 상승에 큰 역할을 한 것은 국민의 정부가 맞다. 국민의 정부는 외환위기를 빨리 극복할 욕심으로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을 사용했는데 그 결과 벤처버블, 카드버블, 부동산 버블의 이른바 3대 버블이 발생했다. 그 중에서도 규모나 악성도, 통제가능성 등의 면에서 최악의 버블은 단연 부동산 버블이었다.

부동산 투기라는 괴물은 일단 우리를 벗어나면 도로 우리에 집어넣기가 매우 어렵다. 대한민국처럼 부동산 불패신화가 강고한 곳에서는 더욱 그렇다. 국민의 정부가 풀어놓은 부동산 투기라는 이름의 괴물을 우리에 집어 넣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게 바로 참여정부였다. 참여정부는 종부세 및 양도세 강화 등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세제강화, 각종 개발이익환수장치의 정비, 분양가 상한제 및 분양원가 공개 추진, LTV 및 DTI 등으로 상징되는 주택담보대출 관리, 주거 복지 차원의 공공임대아파트 공급 확대, 아파트 실거래가 공시 등을 통한 부동산 시장 투명화 등 사실상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관해 사용할 수 있는 정책옵션들을 전부 동원해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시키려고 노력했다.

이같은 참여정부의 노력을 무위로 만드는데 최대의 공헌(?)을 한 것이 다름아닌 <조선일보>다. 이 신문은 참여정부가 힘겹게 만들어 낸 종부세-종부세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 필수적인 장치였을뿐 아니라 조세 개혁의 소중한 성취였다-를 '세금폭탄'이라며 줄곧 저주해 효과를 반감시켰고, 부동산 가격 상승은 공급확대로 대응해야 한다며 정부를 압박했다.

부동산 투기가 맹위를 떨치던 2006년 1월부터 11월까지 민언련과 토지정의시민연대가 공동으로 모니터한 <조선일보>의 부동산 관련사설과 칼럼을 보면 이러한 보도태도가 실증적으로 확인된다. 이 기간 동안 <조선일보>가 부동산과 관련해 내보낸 사설은 20건, 칼럼은 17건이었는데 사설 가운데 '세금폭탄론' 주장을 담은 사설의 비율이 45퍼센트, 공급확대론을 주장한 사설이 25퍼센트에 달했으며 칼럼도 사설과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이러한 노력은 헛되지 않아서 참여정부는 버블 세븐 위주의 부동산 가격 상승에 임기 내내 고전했으며 사방에 아파트가 가득해졌다. <조선일보>의 뜻대로 된 셈이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가격이 제자리를 찾아가자-지금의 부동산 시장을 침체로 규정하는 시각도 많지만 부동산 버블이 최극성이던 2007년 당시 뉴욕의 PIR(소득대비주택가격)이 9.3이었던 데 반해 서울의 PIR이 9.8, 강남이 11.6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부동산 가격 하락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몸이 달은 <조선일보>는 떨어지는 부동산 가격을 잡아볼 요량으로 이명박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버블이 생성되지 않았더라면 가격이 급락할 일도 없었으련만, 버블 생성을 주도한 신문이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정부에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강부자들을 위해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데 몰두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와 근엄한 얼굴로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걱정하는 <조선일보>의 파렴치함에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하기를 바랄 것이고 경착륙을 염려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조선일보>만큼은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걱정할 자격이 없다. 주제넘는 걱정도 볼썽사납다는 사실을 <조선일보>가 깨달았으면 좋겠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