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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가 입증했다. 4대강사업이 명백한 사기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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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가 입증했다. 4대강사업이 명백한 사기임을"

[홍헌호 칼럼] 정부도 언급했던 4대강 사업의 불필요성

"not to say, but to show."(말하지 않고 보여 주는 것.)

대학생 시절 영문학 개론서에서 읽은 구절 중 하나다. 아마도 개론서를 쓴 사람이 문학의 본질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쓴 구절인 듯 싶다. 비문학도 입장에서는 여전히 '작품성'이니 '예술성'이니 하는 말이 버겁지만 이 구절만큼은 마음에 쏙 든다. 말하지 않고 보여 주는 것, 인생의 좌우명으로도 삼을 만하다.

그러나 세상은 생각처럼 만만하지 않은 법. 우리들은 온갖 요설에 갇혀 산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온갖 요설들이 돌아다닌다. 본류부터 정비해야 지류로의 역류를 막을 수 있다느니, 본류에서 사고가 터지면 그 피해가 대규모이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느니, 문제의 본질을 흐려 국민들을 현혹하기 위한 요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필자는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나직이 권고하고 싶다. 세 치 혀의 활동을 잠시 중단하고 조용히 텔레비전을 켜 보시라. 그리고 홍수기 때 어느 지역 사람들이 아우성치고 있는지 잘 들어보시라.

▲정부가 손을 대지 않은 당시 홍수피해의 대부분은 4대강 사업이 이뤄지는 국가하천이 아니라 지방하천에 집중됐다. 지난 주말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침수 피해가 발생한 합천보 공사 현장. 침수 전(7월 11일, 위)과 침수 후(7월 17일, 아래) 현장 상황. ⓒ4대강범대위

국가하천 홍수피해액 비중 고작 3.6퍼센트

한국방재협회가 2008년 내놓은 <유역단위 홍수대책 추진방안연구>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홍수피해 중 국가하천에서 발생하는 비율은 금액상으로 고작 3.6퍼센트에 불과하다.


좋은 정책은 정책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우선적으로 해 주는 것이다. 홍수 피해액 중 국가하천 비중이 3.6퍼센트, 지방하천 비중이 96.4퍼센트라면 당연히 후자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본류부터 정비해야 홍수 때 지류로의 역류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도대체 홍수 때 지류로의 역류로 인한 피해액이 몇 푼이나 된다고 그런 주장을 하는지 궁금하다. 조금 부풀려도 좋으니 그게 몇 푼이나 되는지 자료 좀 제시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책타당성 분석을 하는 사람들은 항상 냉철해야 한다. 지류로의 역류로 인한 피해액이 3.6퍼센트와 96.4퍼센트의 차이를 상쇄할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0.001퍼센트도 없다.

본류사고가 더 위험하다? '기우'란 이 때 쓰는 말

또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본류에서 사고가 터지면 그 피해가 대규모이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하류 인근에 거주하는 대도시 사람들을 협박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고확률과 대체수단 이용 비용 등을 동시에 고려하는 합리적인 이성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사람들은 항공기를 이용해서는 안된다. 사고가 났을 때 피해가 대규모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변함없이 항공기를 애용한다. 항공기 사고확률이 매우 낮은 반면, 대체수단을 이용할 경우 비용이 매우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항공기 대신 배를 타고 미국이나 유럽으로 출장을 다녀온다고 상상해 보라. 그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자동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사람들은 자동차를 이용해서는 안된다. 자동차로 인한 교통사고는 때에 따라 대규모 피해를 부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여전히 자동차를 애용한다. 역시 이 경우에도 대형 교통사고 발생 확률이 매우 낮은 반면, 대체수단을 이용할 경우의 비용이 매우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국가하천의 홍수피해에 대해서도 동일한 분석이 가능하다. 국가하천에 대해서는 정부가 수백년 이상 홍수예방사업을 꾸준히 해 왔기 때문에 사고확률이 매우 낮다. 최근까지도 정부는 전체 홍수예방비의 절반 이상을 국가하천에 써왔다. 반면 지방하천에서는 피해의 96퍼센트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홍수예방사업 재원은 충분히 배분되지 못했다. 합리적인 이성을 가진 사람들은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재원배분을 어떻게 해야 홍수예방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는지.

국토부도 4대강 사업 시급성 부인했었다

흥미로운 것은 국토해양부도 2008년 내놓은 '하천재해예방사업 기본계획'이라는 문건에서 국가하천보다 지방하천에 대한 재해예방사업이 더 시급하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하천재해예방사업 투자우선지역에 투자되는 사업비 중 국가하천에 투입되는 사업비 비중은 고작 1.2퍼센트에 불과하다. 국토부 스스로 하천재해예방사업이 지방하천에서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명백히 한 것이다.


국토부는 2008년 이 계획을 내놓으며 이것이 2001년에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보고서 '치수사업 경제성 분석 개선방안 연구'를 토대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그토록 기피하던 경제적 타당성 분석을 이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는 충분히 했다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을 중단하라는 것은 명백한 현실의 요구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홍수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기자들은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사람들도 홍수 관련 뉴스를 관심있게 듣고 있을 것이다.

정부가 이제라도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 국가하천과 지방하천 인근 주민들 중 어느 쪽 고통이 더 큰가. 지방하천 인근 주민들이다. 그렇다면 고통이 덜한 지역의 투자를 줄이고 고통이 더 큰 지역의 투자를 늘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지방하천 홍수예방에 주력해야 하는 것은 어떤 왕성한 세 치 혀의 활동으로도 뒤집을 수 없는 명백한 현실의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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