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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인디 음악의 진수, 오늘 홍대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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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인디 음악의 진수, 오늘 홍대 앞에서

[알림] 토쿠마루 슈고와 카리부, 내한 공연

몇 달에 한 번도 아니고, 몇 주에 한 번씩 터진다. 해외 뮤지션들의 내한 공연 소식 얘기다. 대형 음악 페스티벌이 계절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몇 년 전만 해도 꿈에서나 봤던 스타급 뮤지션들이 줄줄이 내한한다. 갑작스레 뮤지컬 붐이 일며 엄청난 시장이 형성된 것처럼, 내한 공연 시장도 갑자기 팽창되는 느낌이다.

더욱 반가운 건 메이저 아티스트들의 내한 뿐만 아니라 해외 인디 아티스트들도 종종 한국을 찾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록 자국의 메인 차트에서 높은 위치에 오르지는 못하지만, 진보적이고 개방적인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 국제적인 지명도를 얻고 있는 뮤지션들의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건 한국 음악의 발전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말에는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그런 기회가 생긴다. 다행스럽게도 가까운 장소에서 다른 시간에 열리는 두 공연이다.

▲토쿠마루 슈고. ⓒ홈페이지

우선, 일본의 싱어송라이터 토쿠마루 슈고의 첫 내한 공연이다. 국내에도 라이센스된 세번째 앨범 [Exit]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그는, 도쿄 출신으로 현재까지 총 넉장의 앨범을 낸 싱어송라이터다. 포크를 음악의 중심에 세우고 있지만, 여느 포크 뮤지션들과는 사뭇 다르다. 어쿠스틱 사운드와 좋은 멜로디라는 본질을 놓지 않되, 여백을 허용하지 않는다. 보컬 뿐만 아니라 기타, 멜로디언 등 여러 선율 악기들이 직조하는 서로 다른 음계가 단일한 질서 안에 통합되는 식이다. 모든 역할이 주연과 동등한 비중을 차지하는 영화같다고나 할까. 얼핏 복잡할 것 같지만 오히려 환상동화를 읽어주는 듯 화려하면서도 쉽게 주제를 전달한다는 게 토쿠마루 슈고의 매력이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100여개 악기의 연주에 능한 그의 재능이다. 많은 악기를 다룰 수 있다는 건, 곧 여러 소리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파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각 악기들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세계 또한 꿰어차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게다가 멀티 플레이어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연주를 우선시한 나머지 곡 그 자체의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쉽다는 취약점을 토쿠마루 슈고는 갖고 있지 않다.

또 하나의 배경은 일본 음악 신의 어떤 흐름에 있다. 그 동안 한국을 찾았던, 그리고 일본을 넘어 서구권의 음악 애호가들에게 지지를 받았던 일본의 인디 뮤지션들 대부분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장인정신, 또는 오타쿠적 성향이라 할만한 치밀함이다. 자신에게 영향을 준 음악을 철저하게 파헤치고, 해체한 후 재구성한다. 그 결과는 스튜디오를 벗어나 무대 위에서도 완벽하게 구현된다. 이를 대표하는 뮤지션으로는 일찍이 '일본의 벡(Beck)'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시부야케이를 세계에 알린, 코넬리우스가 있다. 1989년 플리퍼스 기타라는 밴드로 데뷔하며 시부야케이의 시대를 열었던 그는 솔로로 데뷔한 후 헤비메틀부터 보사노바에 이르는 거의 모든 장르를 화학적으로 결합시켜 새로운 음악을 창조해냈다.

토쿠마루 슈고의 음악은 그런 코넬리우스적 전통과 맞닿아있다. 포크와 익스페리멘틀, 전통 음악, 사이키델릭 등 얼핏 잘 섞일 것 같지 않은 요소들을 얽어 복잡다단한 서정을 만들어 내는 그의 공연은 음악강국으로서 일본의 모습이 결코 오리콘 차트에만 있지는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짧은 시간 동안 한국 인디 신에 자신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붕가붕가레코드에서 기획하는 공연이다. 오후 7시 30분, 홍대앞 클럽 쌤에서 열린다. 아마추어 증폭기, 이아립,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가 함께한다.

▲카리부(위키피디아 자료집에서 발췌).
또 하나, 캐나다의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카리부(Caribou)가 내한한다. 역시 오늘(9일) 오후 10시 30분 홍대앞 V홀. 삼호선 버터플라이가 함께 공연한다.

해외 인디 음악계의 경향 중 하나는 사이키델릭의 부활과 재해석이다. 빌보드로 대표되는, 주류 음악의 대세를 힙합과 클럽 뮤직이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주류에서의 성공보다 음악적 자유도를 더 중시하는 뮤지션들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자신들의 지지도를 쌓고 있다. 그런 흐름에서도 특히 각광받고 있는 건 60-70년대의 사이키델릭 록을 일렉트로니카로 재해석해서 새로운 음악적 황홀경을 창출하는 이들이다. 지난 한 해 골수 음악 애호가들의 화제를 집중시켰던 미국 팀, 애니멀 컬렉티브는 그 대표적인 경우일 것이다. 그들의 [Merriweather Post Pavilion]은 각종 음악 저널의 연말 결산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하며 명실공히 2009년의 음악계의 예술성을 대표하는 앨범으로 평가 받았다.

캐나다 출신의 댄 스네이스(Dan Snaith)의 원맨 프로젝트인 카리부의 최근작 [Swim]은 애니멀 컬렉티브가 상징하는 해외 인디 음악계의 경향을 이어가는 작품이다. 카리부의 석 장의 앨범, 그리고 댄 스네이스의 이전 프로젝트였던 매니토바(Manitoba)시절 발표했던 두 장의 앨범들은 모두 해외 평단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어 왔다. 하나의 스타일을 주축으로 약간의 변화를 줘가면서 디스코그래피를 쌓아가는 여느 뮤지션들과 다르게, 카리부는 하나의 정서를 기반으로 게속 다른 스타일을 추구해왔다.

캐나다의 대표적인 음악상인 폴라리스 뮤직 어워드에서 트로피를 안겨줬던 2007년 앨범 [Andorra]가 나른한 사운드와 정제되지 않은듯한 편곡, 그리고 약간의 애수가 느껴지는 흐릿한 보컬로 이뤄진 인디 록 성향의 작품이었다면 최신작인 [Swim]은 댄스 플로어를 능히 달굴 법한 일렉트로니카를 지향한다. 또한 그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가장 많은 변화가 이뤄진 작품이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댄서블한 비트와 음향들이 배치되어 있지만 앨범이 반드시 쾌락지향적인 건 아니다. 그의 음악에 일관되게 흘러온 몽환적인 사이키델리아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옷만 갈아입은 채 의식의 아래를 적신다. 앨범에서 가장 춤추기에 적합한 <Odessa>의 경우도 그루브한 베이스라인과 쪼개지는 비트, 그리고 인상적인 효과음을 모두 갖추고 있지만 방구석에서 어쿠스틱 기타로 연주해도 이상할 게 없는 호젓한 멜로디 라인을 갖고 있다.

피치포크 미디어 등 최근 서구 인디 음악을 주도하고 있는 매체에서는 이 음반을 올해 상반기의 대표적인 앨범 중 하나로 꼽고 있으며, 큰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올 연말의 각종 결산에서도 충분히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보통 이런 일렉트로니카 성향의 뮤지션들은 내한하더라도 댄스 클럽에서 DJ 장비를 놓고 공연을 하기 마련이지만 카리부는 밴드들을 대동해서 라이브로 공연을 펼친다. 이 공연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인디 신 초창기부터 한일간의 교류가 꾸준히 이어져 내려온 덕도 있고, 공간상의 장점도 있기에 그 동안 일본 인디 뮤지션들의 공연은 자주 볼 수 있었던 편이지만 영미권 뮤지션들의 공연은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특히 모던 록 성향의 뮤지션을 제외한다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시장과 네트워크, 모두의 문제였다. 그런 상황에서 카리부의 내한이 가능해진 건, 홍대앞을 중심으로한 오프라인 음악 커뮤니티 구성원의 다각화에 기인한다.

카리부를 한국에 부른 슈퍼 칼라 슈퍼는 재한 외국인과 재미 교포가 주축이 된 작은 회사다. 구성원들이 각자 본업을 갖고 있으며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음악성을 인정받고 있는 뮤지션을 소개하자는 취지로 그 동안 보기 힘들었던 공연을 꾸준히 개최해왔다. 그래서 카리부 이전에도 슈슈, 림빅 시스팀 등 정말 소수의 애호가들에게만 알려진 팀들이 한국을 찾을 수 있었다. 재한 외국인 커뮤니티에 속해있는 탓에, 아직은 한국인보다 외국인의 비율이 높은 공연장이지만 이런 양질의 공연이 꾸준히 이어진다면 어느 음악 선진국 못지 않은 공연 문화를 갖게 될 거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굳이 이분법적으로 말하자면, 상품으로서의 음악뿐만 아니라 예술로서의 음악을 실제로 보고 들을 기회가 많이 생길 수록 한국 음악 창작의 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거라는 것도. 토쿠마루 슈고와 카리부의 공연이 동시에 열리는 오늘, 비록 뒤늦은 공연 소개지만 저녁 약속을 과감히 변경한다면 특별한 하루를 얻을 수 있으리라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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