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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전격 인상… 2%에서 2.25%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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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전격 인상… 2%에서 2.25%로

23개월 만에 처음… 출구전략 본격화되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00퍼센트(%)에서 2.25퍼센트로 전격 인상했다. 작년 2월 이후 17개월만의 인상이다.

9일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보다 0.25퍼센트 포인트 올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건 지난 2008년 8월 이후 23개월 만에 처음이다.

당시 한은은 5.00퍼센트에서 5.25퍼센트로 올렸으나, 이해 가을께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는 등 세계적으로 금융위기가 본격화되자 이듬해 2월까지 총 여섯 차례에 걸쳐 금리 인하를 단행, 기준금리를 2.00퍼센트로 낮췄다.

당초 시장전문가들 상당수는 한은이 8월경이 돼야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결국 끌어올림에 따라, 앞으로 한은의 정책기조는 본래 한은의 목표인 물가안정에 보다 무게가 실릴 것으로 풀이된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9일 오전 금통위 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왜 올렸나

한은은 일단 한국 경제의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판단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와 설비투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건설투자도 증가하는 모습"이라며 "6월중 제조 평균 가동률은 96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82.8퍼센트로 올랐다"고 말했다.

또 "GDP갭이 어떻게 변한다든지, 일반 국민들의 인플레에 대한 기대치가 어떻게 변한다든지, 우리나라 고용이 변한다든지, 대외경제 상황이 어떻게 변한다든지 하는 변수를 고려해서 금리를 결정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우선 금리를 인상할 때는 국내의 상황부터 보게 돼 있다"고 말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비둘기파로 분류되면서, 전문가들 대부분은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한은의 목표치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데다, 최근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자산시장이 힘을 못 쓰고 있다는 점도 이와 같은 전망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매우 높아 출구전략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다. 그 동안 국내에서만 제기되던 이 같은 지적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까지 나서면서 기준금리 인상 압박을 강화했다.

지난 6일 IMF는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5퍼센트에서 5.75퍼센트로 대폭 올린 후 "한은은 경기 흐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서서히 정책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지금의 저금리 기조를 그대로 이어갈 경우, 자산시장 거품이 커져 경제에 더 큰 위협이 되리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경기가 활성화될 경우, 물가상승률도 목표치보다 위로 솟구칠 가능성을 버리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IMF는 "자산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방치할 경우 거품이 형성되고 과도한 레버리지(지렛대 효과)가 발생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며 "한은은 자산 가격이 거시경제와 금융시장 안정을 저해할 정도라고 판단할 경우 적절한 통화정책 수단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한은도 "소비자물가는 상승률이 2퍼센트 중후반에 머물고 있으나, 앞으로 경기 상승세 지속에 따른 수요압력 증대 등으로 상승 압력이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물가 상승 우려가 기준금리 상향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또 "주택거래가 활발하지 않았음에도 낮은 대출금리의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 증가규모가 확대됐다"며 지금의 저금리 기조를 이어갈 경우, 자산시장 거품에 커질 수 있으리라는 우려를 반영했다.

이와 관련, 아파트 거래건수는 올해 3월까지도 4만6000호에 이르렀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5월말 현재 3만2000호까지 내려갔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액은 올해 2월 1조3000억 원에서 꾸준히 증가, 6월말 현재 2조7000억 원대에 달한다.

세계 경제의 더블딥 우려가 국내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도 보인다. 김 총재는 "미국의 주택시장이 예상보다 나쁘고, 고용이 지난달에 감소했다든지 하는 문제가 있다"면서도 "미국은 기본적으로 회복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전 세계적으로 OECD나 IMF가 경제전망을 상향조정하고 있다"며 "(남유럽발 더블딥 우려가) 우리 경제의 큰 위험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의미는 뭔가

한은이 기준금리를 전격 끌어올림에 따라, 앞으로 한은의 정책기조는 본래 설립 목표인 물가안정에 보다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금융완화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버리지는 않으리라고 밝혔다. 김 총재는 "긴축기조를 논하기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앞으로 통화정책은 금융완화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우리 경제가 물가안정의 기조 위에서 견조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산시장은 의외의 결과에도 불구, 큰 충격을 받지는 않은 모습이다. 이날 오전 11시 현재 코스피 지수는 1700선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은행주들은 기준금리 인상 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개선 효과를 기대한 투자자금이 몰리며 급등세를 타고 있다.

순이자마진은 은행이 자산을 운용해서 얻은 수익에 비용을 뺀 순수익을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것으로, 은행 수익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은 통상적으로 대출금리를 보다 큰 폭으로 올리기 때문에 예대금리차에 따른 수익이 늘어난다. 또 채권의 이표금리가 오르는데 따른 수익력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환율에는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은 오전 10시 25분께를 기점으로 급락, 1190원대 후반에서 머물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결국 통화긴축정책인만큼, 원화 가치가 종전보다 오를 가능성은 다분하다.

기준금리 인상은 부채 규모가 많은 경제주체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이번이 시작이다. 이번 인상은 앞으로 계속될 연속적인 금리 인상의 신호탄이다.

따라서 막대한 빚을 지고 주택을 매입한 가계나 운용자금난에 시달려 대출을 한 기업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한은도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해 총액한도대출금리는 현행 1.25퍼센트로 유지키로 했다. 총액한도대출은 중소기업의 대출을 강화하기 위해 한은이 시중은행에 저금리로 자금을 대출해주는 제도다.

김 총재는 "그 동안에는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총액한도대출도 올렸으나, 이번에는 현행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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