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는 이미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부동산 세제를 손질해 왔다. 이 때문에 만약 정부가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할 경우 다시금 '부자 감세'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정책으로 인해 결국 국민경제는 더 큰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정부·여권 "부동산 세제 완화"
홍사덕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올해 7, 8월 중에 부동산 관련 세제에 대한 전반적인 리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위원은 또 "노무현 정부 때 투기를 잡기 위해 기형적인 제도를 만들었는데, 투기뿐만 아니라 (부동산) 거래도 사라졌다"며 "소위 말하는 '부자정당'이라는 비난이 부담 돼 그 동안 문제를 알면서도 손을 대지 않았는데, 국민들을 설득하고 정부와 협의해서 이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위원이 지적한 노무현 정부 당시 만들어진 '기형적 제도'란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과세 방식으로 풀이된다. 다른 제도 상당수는 이미 현 정부 출범 이후 지속된 감세 정책으로 대부분 폐지됐다.
정부도 한나라당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4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하반기 부동산 시장이 지속적으로 하향할 것으로 전망하며 올해 말로 끝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의 유예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7월 말 용역결과가 나오면 관계부처와 논의를 통해 일몰 연장 여부를 포함해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종부세와 양도세 중과는 참여 정부 당시 만들어진 대표적 부동산 관련 세금 규제안이다.
종합부동산세는 참여 정부 부동산 세금 규제 정책의 핵심이다. 지난 2003년 2월 빈부격차·차별시정기획단은 '보유과세 정상화'를 국정과제로 선정, 2005년 1월 5일부터 종합부동산세를 전격 도입했다. 애초 개인별로 부과하던 이 세금은 2006년부터 세대별로 합산해 중과세를 부과했고,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개편안이 마련됐다. 근본적으로는 과세표준으로 일정액 이상의 부동산을 소유한 자에게 보다 높은 세율(누진세)로 보유세를 매기는 제도다.
양도세 중과 역시 부동산 투기를 막고자 참여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다. 지난 2005년 참여 정부는 이른바 '8.31대책'을 통해 1가구 2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양도세를 중과하겠다고 밝혔다. 근본적으로 1세대 1주택자에게는 비과세했지만, 6억 원이 넘는 집을 가진 이는 비과세 대상에서 제외했다.
▲홍사덕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고흥길 정책위의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관련 세제 이미 수 차례 무력화
현 정부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부동산 세금 규제를 완화해 왔다. 지난 2년 반에 걸친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요지였다.
지난 2008년 9월 1일 정부는 향후 5년간 25조 원대의 세금을 깎아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감세안을 확정 발표했다. 이 중 부동산 관련 부문을 보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양도소득세 중과대상 축소다. 당시 정부는 고가주택 기준을 기존 '6억 원 초과'에서 9억 원 초과로 높였다. 또 공제 대상 기간도 20년 보유에서 10년 보유로 완화했다.
종부세의 경우 당초 매년 10퍼센트 포인트씩 높이기로 했던 과표적용률을 2007년 수준인 80퍼센트로 동결했다. 또 종부세에 부가적으로 붙는 농특세를 폐지해 총 17퍼센트의 인하효과를 냈다.
이는 곧바로 감세 효과를 톡톡히 냈다. 바뀐 법안이 적용된 작년 말, 국세청 자료를 보면 작년 종부세 납세의무자는 2008년 41만2000명에서 21만 명으로 뚝 떨어졌다. 이에 따라 고지세액도 2조3280억 원에서 1조235억 원으로 절반가량 감소했다. 감세 정책으로 중과세를 내야 하는 이들이 대폭 줄어들면서 세수 감소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에 더해 정부는 작년 초에도 추가 감세안을 내놨다. 역시 부동산 시장 활성화가 목표였다.
작년 초 정부가 발표한 '2월 입법추진 세제개편안'을 보면 미분양주택 매입자에게 양도세를 면세해주고, 민간주택의 분양가상한제를 완전 폐지하기 위한 주택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방안을 담았다. 이 법안은 지난 2007년 9월부터 시행됐다. 분양원가 공개제도 역시 민간택지의 경우 폐지키로 했다.
사실상 참여 정부 당시 추진된 부동산 관련 세제 중 강남 3구의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제외한 모든 규제 법안을 무력화시키는 조치였다. 이 당시도 이미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제 종부세는 껍데기만 남았다"는 입장을 보였었다.
또 감세?
결국 하반기 정부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 핵심은 양도세, 종부세의 완전 폐지 여부다. 그간 지속된 규제완화로 참여 정부 당시 세워진 부동산 정책은 대부분 효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우선 양도세와 관련, 정부는 "금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완화된 다주택 및 비사업용 토지 양도세 중과제도는 제도성과, 시장동향 등을 고려해 개선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선'이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미뤄 곧바로 폐지 절차를 밟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활성화 요구가 높지만, 이에 못지 않게 야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부자 감세' 논란에 불이 제대로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말로 예정된 일몰기한을 연기할 가능성이 일각에서 거론되는 이유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시장 상황이 나빠진 최근 상황을 배경으로 정부가 중과제도를 완전 폐지하기 위해 나설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작년 3월 15일 정부는 '경기활성화 지원 세제개편안' 원안에서 2주택자는 물론, 3주택 이상 다주택자와 비사업용 토지도 중과세를 부여하지 않고 기본세율(6~35%)로만 과세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 양도세 중과를 전면 폐지하겠다는 얘기다.
정부는 종부세도 '완전 폐지냐 대폭 축소냐'를 놓고 저울 위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은 지난달 21일 "종부세를 폐지하고 재산세에 통합할지, 종부세를 유지하면서 지방세로만 전환할지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관련 제도를 어떤 식으로 손보든, 방향은 명확하다. 감세다. 최근 아파트 거래가격이 13주 연속 하락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현 정부의 국정 철학상 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카드는 전 정부 때리기며, 이를 바탕으로 볼 때 세금 축소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집을 가진 이들의 거래를 활성화하고, 현금자산을 갖고도 투자에 나서지 않는 이들이 부동산 매입에 나서도록 유도해 시장 가격을 끌어올린다는 식이다. 재건축 관련 법제, 아파트 추가 공급 등은 이미 지난 2년 반 동안 모두 내놓아 약발이 떨어진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부동산 관련 세제 완화 조치는 결국 국민 경제에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지적이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경제위기를 핑계로 정부가 지속적으로 빚내서 빚잔치하는 국정운영을 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지지층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을 내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선 부소장은 또 "자산시장이 계속 부풀어올랐고 생산경제는 위축된 게 지금 한국 경제의 문제인데, 자산시장에서 생겨나는 불로소득을 세금으로 환수하지 않는다면 어디에서 세금을 걷을 것이냐"며 "결국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려는 정부 철학 때문에 국민 경제 전체가 피해를 보고 있다. 이로 인해 미래세대는 더 큰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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