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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통령, 고위 관료 임금부터 20% 삭감하라"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 <28> '시장주의' 정부부터 시작하자

최근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이 2008년 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 있다. 이들 기관의 경영진은 감사원, 국회로부터 "지나치게 임금이 많다"는 지적을 받자 내년도 직원 임금을 동결할 태세다. 이에 각 기관 노동조합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5년 임기 내내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이 높다고 쓴 소리를 해왔다. 그렇다면, 평균임금이 일반 대기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공기업의 이런 모습은 어떻게 봐야 할까? <편집자>


노무현 정권은 집권 5년 내내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이 높다고 난리쳤다. 민간 대기업의 고용 관계가 대단히 경직적이라며 대기업에서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높여야 한다고 떠들어댔다.

국가가 기업을 소유하는 사회주의 나라라면 모를까, 자본주의 나라에서 그것도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국가수반이 직접 나서 개인이 사적으로 소유한 기업에서 노사가 합의한 사항을 두고 "임금이 높다느니 고용 관계가 경직됐다느니" 운운하는 경우는 대한민국을 빼고는 그 유례를 찾기 어렵다.

민간 대기업의 '경직적 고용 관계'는 당연한 것

세계 어느 나라나 민간 대기업의 임금은 높고 고용 관계는 경직적이다. 고용 관계가 경직적이라는 말은 사측이 자기 마음대로 채용과 해고를 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선진국일수록 대기업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같은 종업원 단체로 조직되어 있고, 그 결과 노동 조건과 고용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서 노동자의 발언권이 세다.

국가 경쟁력 세계 1위를 몇 년째 고수하고 있는 핀란드는 강력한 노동조합 덕분에 민간 대기업 노동자들의 발언권이 가장 센 나라 가운데 하나다. 세계 최고의 '자본가 정권의 수반'인 부시 미국 대통령이 GM, IBM, 코카콜라, 엑손모빌 같은 미국의 민간 대기업을 거론하면서 노동자의 임금이 높다느니 해고가 어렵다느니 불평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역사가 100년 된 영국 노동당에서 사회주의의 흔적과 노동조합의 영향력을 지우기 위해 애쓴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영국의 민간 대기업에서 노사 간에 자율적으로 합의된 임금 수준과 해고 제한 조치에 토를 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일하는 프랑스'를 내세우며 대통령이 된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이 민간 기업의 노사 합의 사항을 두고 '콩 놔라 팥 놔라'하는 것을 본 적이 있던가.

민간 부문 노사 관계는 '시장'의 영역에 속하는 것

사실 민간 대기업의 노사 관계는 정부의 영역이 아닌 시장의 영역에 속한다. 특히 임금과 노동 조건, 고용 관계 같은 노사 합의 사항은 사용자와 노동자라는 시장 참여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정부가 참견할 사안은 아니다. 그것이 불법적이고 반사회적인 행위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닌 다음에야 시장 원리를 지향하는 국가에서 정부가, 더군다나 대통령까지 나서 이를 왈가왈부하는 것은 월권이다.

한국 최고의 민간 기업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가장 많은 임금을 받는 게 뭐가 잘못되었는가. 그리고 그들을 해고하기 어려운 게 뭐가 잘못되었는가. 개발도상국의 이름 없는 기업을 30년 만에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시킨 대기업 노동자들이 한국 최고의 기업 복지와 고용 안정을 누리는 게 국민경제에 어떤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인가.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면서 재벌에 굴복한 정권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함으로써 "시장 원리가 사회 연대 원리보다 우위에 있다"고 스스로 인정한 정권에서 개인이 소유한 민간 대기업의 임금과 노동 조건, 고용 관계에 개입하려는 이유를 뭐로 설명해야 할까.

시장 원리를 왜곡하고 노사 자율성을 침해하면서까지 자본가의 편을 들고 싶기 때문이 아니라면, 민간 기업에서 노사가 자율로 결정한 사항들에 정부가 나서려는 의도는 무엇일까. 이런 모순을 염두에 두고 노무현 대통령은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지나가던 개도 웃을 말을 만들어냈던 것인가.

양극화에도 불구하고 공무원과 공공 부문의 처우는 개선돼

사실 '시장의 포로'가 된 노무현 정권이 신경 썼어야 할 노동자는 민간 대기업에서 일하는 이들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가 '최종적인 사용자'로서의 책임이 있는 정부 관료와 공공 부문 종사자들이었다. 노무현 정권 5년, 길게 보아 김대중 정권 이후 10년 동안 정부 관료와 공무원, 공공 부문 종사자의 사회경제적 처우는 크게 개선되었다.

사회 양극화와 빈익빈부익부로 국민 다수의 사회경제적 상태가 악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기관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사정은 크게 나아졌다. 공무원과 교사로 대표되는 공공 부문 정규직 노동자들이 누리는 임금과 고용의 안정성은 민간 부문 노동자 다수의 그것보다 그 수준이 훨씬 높다.

20대 구직자들이 가장 갖고 싶어 하는 직업은 민간 부문 대기업 노동자가 아니라 공무원이다. 노동자 평균임금을 훨씬 넘는 임금도 임금이려니와 '경직성'을 넘어 '철밥통'으로까지 불리는 고용 경직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런 사정은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도를 더한다.

공공 부문, 비정규직 안전판 삼아 경직적 고용 관계 심화돼

노무현 정권은 할 말이 있을지 모른다. "공공 부문 비정규직이 몇%인지 아시는가? 정부가 공공 부문에서 비정규직을 대폭 늘려 고용을 대단히 유연하게 만들었다"고 말이다. 정부가 비정규직 확산을 선도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공공 부문의 고용 관계가 더 유연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비정규직을 안전판 삼아서 공공 부문 정규직, 특히 고위직의 고용 관계는 더욱 경직적으로 변했고, 게다가 이들의 임금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정부와 공공 부문 종사자들, 특히 고위직이 민간 부문 대기업 노동자들보다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게 더 많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이들이 민간 부문 노동자들보다 더 많이 더 오래 일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그런데도 노무현 정권은 정부와 공공 부문 종사자를 상대로 실질적인 임금 억제나 고용 유연화 조치는 시도하지 않았고, 대신 민간 부문 대기업 노동자만 비난하는데 열을 올렸다. 그 최대 피해자가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었다.

민간 대기업 노동자의 '특권'만 문제?

'신이 내린 직장'이라 불리는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산업은행에서 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노사 갈등이 있다고 한다. 평균 연봉이 1억 원으로 현대자동차보다 훨씬 높은 곳들이다.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야 자기가 만들어낸 차를 팔아 번 돈에서 임금을 받아가지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산업은행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국민이 낸 세금에서 임금을 받는다. 일반 국민은 해마다 치솟는 대학 등록금으로 등골이 휘는데, 이들은 자녀의 대학 학자금까지 국민이 낸 세금에서 지원받는다고 한다.

노무현 정권이 정말로 대기업 노동자의 '특권'을 바로잡고 싶었다면, 자신이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정부와 공공부문 종사자들의 '특권'부터 바로잡았어야 했다. 중소기업 노동자와 비정규직을 거들먹거리면서 우리 사회의 부를 직접 만들어내는 생산자(대기업 노동자)들에게는 칼날을 겨누면서도, 이들 직접 생산자들이 만들어낸 부로 먹고사는 간접생산자(관료, 공무원, 공공부문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던 게 노무현 정권이었다.

노무현 정부가 그토록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 싶었다면 대통령 자신과 장관들의 임금과 판공비부터 동결하거나 삭감해서라도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하지 않았을까. 민간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을 악화시켜서라도 보호해야할 만큼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했더라면, 공무원과 공공부문 종사자들의 임금과 수당을 줄인 돈으로 빈곤층이나 비정규직을 위한 사회기금이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았을까.

서민들의 표로 집권한 대통령 치하에서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해를 거듭할수록 어려워졌는데, 공무원과 공공부문 종사자, 특히 대통령 자신과 고위직들의 살림살이는 해마다 부쩍부쩍 나아졌으니 어느 국민이 이런 정권을 선거에서 심판하지 않겠는가.

공공 부문 개혁과 이명박 정권의 과제

노무현 정권보다 시장원리를 더욱 중시한다는 이명박 정권이 곧 출범한다. 이명박 씨가 일체감을 느꼈다는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공공 부문 개혁을 시작했다. 일반연금제도는 물론 공무원연금제도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연금을 타도록 되어 있는 공공 부문 노동자의 연금체계에 손을 대려 한 것이다. 이러한 시도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파업을 불러왔지만, 사르코지는 물러서지 않았다. 공공 부문 연금이나 일반 연금이나 혜택이 똑같아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거셌기 때문이다.

한국의 보수언론으로부터 '유연한 좌파'로 칭송받는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도 취임 초기 공무원 연금 개혁에 나섰다. 공무원 연금을 개혁한다고 하니, 판사노조까지 파업에 나섰고 룰라 정권을 '신자유주의 정부'로 공격하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룰라 대통령은 재직 때 받는 월급보다 퇴직 후에 훨씬 더 많은 연금을 수령하는 공무원 연금을 개혁해야 빈곤층을 위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로 반대 여론을 잠재웠고, 실제로도 그런 정책을 실시했다.

노무현 5년 실정, 관료 집단과 공공 부문 고위직의 책임은 어디로?

노무현 정권에 대한 평가는 노무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져야하겠지만, 그에게 정책을 만들어주고 그 정책을 집행했던 관료 집단과 공무원, 그리고 공공기관과 공기업도 책임을 져야 한다. 정치인인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적 책임을 지면 될 것이고, 관료 집단과 공무원, 그리고 공기업들은 실질적인 책임을 지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책임은 어떻게 지울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이 져야 할 정치적 책임은 그를 계승한 후보였던 정동영 씨의 패배로 어느 정도 지워졌다. 나머지는 그가 그토록 자신 있어 했던 역사적 평가로 가름하면 될 것이다.

관료 집단과 공무원, 그리고 공공기관과 공기업들이 져야 할 책임은 어떻게 물을 것인가? 그 답은 간단하다. 자본주의 사회의 기업에서 늘 하듯이 일을 잘해 성과를 냈으면 월급을 올려주고, 그렇지 못했으면 월급을 깎으면 된다.

노조에 물리는 손배가압류, 관료 집단엔 물릴 수 없을까

민생경제에서 노무현 정권 5년 동안의 성과는 어떠했던가. 한마디로 낙제점이었다. 특히 민생경제의 뼈대인 주택과 교육에서 국민의 등골이 휘었다. 건설교통부와 교육인적자원부, 그리고 그 산하 기관과 관련 공기업(한국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토지공사 따위)에서 일하는 이들이 대한민국 노동자 평균임금(많이 잡아야 연봉 2500만 원이다) 이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민생경제의 핏줄인 서민금융은 어떠했던가. 가구당 빚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빚더미로 만든 거품으로 유지돼온 지난 5년이었다. 재정경제부와 산하 기관 및 관련 공기업(산업은행,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따위)에서 일하는 이들은 오로지 '노무현 탓'만 하면서 나 몰라라 하면 그만일까?

노동조합이 파업을 해서 기업에 손해를 끼치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하게 되다. 이 때문에 노동조합의 공금은 물론 노조간부, 심지어는 노조원 개인의 통장까지 압류당하는 사례가 빈발해왔다.

노무현 정권 5년의 실정으로 서민경제에 엄청난 손해가 났는데, 이 손해배상은 어디서 받아내야 할까. 대통령 선거로 야당을 여당으로 만들면 손해배상이 끝난 걸까? 이런 정권이 들어서나 저런 정권이 들어서나 국민세금으로 월급을 받으면서 온갖 위세를 부리며 호의호식하며 살았던 정부와 공공기관의 고관대작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시장주의' 개혁, 가까운 데서부터 시작해라

대통령을 비롯해 고위직 공무원들과 공기업 간부들의 임금을 20%씩 삭감하는 건 어떨까? '신이 내린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가운데 노동자 평균임금(많이 잡아야 연봉 2500만원이다)을 두 배 넘게 받는 고액 연봉자의 임금을 일괄적으로 20% 깎는 것은 또 어떨까? 그도 어려우면 이들의 임금을 민간 대기업인 현대자동차 노조원들의 평균임금 수준에 맞추는 건 어떨까? 명절 때마다 대통령과 고관대작들이 '사회지도층'에게 돌릴 선물을 사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전액 삭감하는 것은 어떨까?

무슨 이유로 정부나 공기업은 좋은 회의실을 놔두고 고급 호텔에서 회의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고급 호텔에서 행사를 해야 할 특별한 사유가 없는 모임은 정부시설에서 하도록 하여 관련 비용을 대폭 줄이는 것은 어떨까? 해외 연수라는 미명하에 국민 세금으로 공무원들이 외국 여행을 떠나는 경비를 모두 없애는 것은 어떨까? 정부부처나 공기업마다 즐비한 대형관용차를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모두 매각하고, 그 대신 경차나 소형차를 구매함으로써 관련 예산을 절약하는 건 또 어떨까?

이명박 당선자는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하면 될 것을 왜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하는가"라고 말했다는데, 정부와 공공 부문의 모든 회식에서 찻값만 공금처리하고 나머지 음식값은 개인 주머니에서 처리케 하면 어떨까? 조금 큰 이야기지만, 사르코지 대통령처럼 공무원 연금도 국민연금과 동일한 조건에서 동일한 혜택을 누리도록 개혁하는 게 어떨까?

이런 비용만 줄여도 65세 이상 노인층에게 치아 임플란트를 무상으로 해줄 수 있고, 소아암에 걸린 어린이들이 무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전국의 65세 이상 노인들이 철도, 지하철, 버스 같은 대중교통수단을 무상으로 탈 수 있고, 한 달에 30만 원도 안 되는 돈을 벌려 뒷골목과 지하철에서 폐지를 모으는 노인들의 기초생활비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아는가. 이런 비용의 5년 치를 모으면 경부운하는 아니더라도 호남운하의 건설비용을 댈 수 있을지.

이명박 정권, 룰라나 사르코지처럼 해보라

브라질의 룰라나 프랑스의 사르코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시장주의' 개혁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정부와 공공 부문의 '특권'을 없애는 데서 시작하면 된다. 이명박 씨는 우리 정치사에 처음 출현하는 'CEO대통령'이다. 대통령이 CEO로 있는 정부 부처와 공공 부문에서 불필요한 거품을 없애는 것에서 시작하라.

정부와 공공기관의 고위직에서부터 감봉할 자를 감봉하고, 해고할 자를 해고하라. '시장'이 용납하지 않는 '특권'을 없애라.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해보이라. 그 길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운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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