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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용철'이 나와야…홍준표ㆍ추미애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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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용철'이 나와야…홍준표ㆍ추미애 나서라"

홍성태의 '세상 읽기' <14> 삼성재벌, 청와대, 한나라당

늦게 회의를 마치고 참여연대 사무실을 나서는 데, 진눈깨비가 펄펄 내리고 있었다. 다행히 차를 얻어 타고 전철역까지 갈 수 있었다. 전철을 타고 종로를 지나니 사람들이 눈이 온다고 수런거린다. 결국 전철에서 내려 펑펑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어제까지 노란 잎, 빨간 잎들이 일렁이던 은행나무, 단풍나무 가지에 갑자기 하얀 눈꽃이 피었다. 그러더니 어느새 다 녹아 버리고 초겨울 비가 한밤을 추적추적 적시고 있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갈수록 눈을 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강원도는 동계올림픽 3수 도전을 선언했지만, 2018년에 강원도는 난대지방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전국에서 홍수, 사태, 해일, 가뭄, 해충, 질병 등이 만연할 가능성이 크다. 지구 온난화가 너무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서 기상 예보가 너무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사실 날씨와 기후에 관한 수천 년의 지혜가 삽시간에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그러나 예측하기 어려운 것은 지구 온난화만이 아니다. 사실 한국 정치야말로 지구 온난화에 따른 날씨와 기후의 변화보다 더 예측하기 어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치열한 경선을 통해 후보가 선출되었다고 좋아하더니 갑자기 이회창 씨가 한나라당을 탈당해서 대선 출마를 선언해 버렸다. 엊그제 통합 논의를 마쳤다며 좋아하더니 통합신당과 민주당의 통합이 다시 무산되었다. 이명박 후보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혹이 꼬리를 물고 제기되고 있고, 정동영, 문국현, 권영길 후보 등은 여전히 국민의 마음을 크게 얻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한국 사회의 발전을 위한 최대의 과제에 속하는 삼성재벌의 개혁이 또 다시 무산될 기미도 엿보인다. 10월 29일의 1차 기자 회견, 11월 5일의 2차 기자 회견, 11월 12일의 3차 기자 회견에 이어서, 11월 13일에는 삼성재벌의 개혁을 위한 국민 운동이 조직되었다. 그리고 11월 14일 통합신당, 민주당, 민주노동당은 높은 국민의 관심을 반영해서 특검법을 국회에 공동 발의했다. 3당은 정기국회 회기인 11월 23일까지 특검법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김용철 변호사의 실천이 거둔 커다란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지난 대선에서 삼성재벌은 한나라당에 '책떼기' 등의 수법으로 무려 152억 원의 불법 정치 자금을 건넸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삼성재벌을 상대로 특검을 하자는 법안을 의회에 발의한 것이다. 삼성재벌로서는 대단히 분한 마음이 들었을 법도 하다. 그러나 내용을 보자면, 꼭 그럴 것도 아니다. 한나라당은 '삼성 비자금'의 본질이 노무현 대통령이 받은 '당선 축하금'이라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홍준표 의원은 아예 양도성예금증서의 일련번호를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에서도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대며 특검법의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특검법이 이 나라의 기반을 뒤흔드는 것이라면서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법을 함께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 특검은 삼성 특검이고 공수처는 공수처이지, 서로 다른 것을 왜 억지로 섞으려고 하는가? 이렇게 해서 청와대는 다시금 커다란 불신을 자초하고 말았다. 청와대의 눈치를 보며 슬쩍 말을 바꾼 통합신당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청와대는 공수처법을 제정하라는 시민사회의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 검토 발언 등으로 '삼성특검'이 무산될 조짐이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 등은 연일 '삼성특검'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등을 열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당선 축하금' 의혹을 제기하거나 공수처법 제정을 요구하는 것은 어렵게 드러난 삼성재벌의 어두운 정체를 감추기 위한 정치적 책략이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대단히 크다. 삼성재벌의 문제는 불법경영을 통해 엄청난 비자금을 조성해서 검찰, 재경부, 국세청, 사법부, 입법부, 변호사, 언론, 학계를 두루 매수해서 불법승계를 추진했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불법경영, 불법승계, 뇌물공여, 정경유착, 노조탄압 등의 후진적 면모가 '세계최고'를 자랑하는 삼성재벌의 감춰진 얼굴인 것이다.

국회와 정부는 삼성재벌의 정체를 완전히 밝히고, 올바른 개혁을 이룰 역사적 책임을 지고 있다. 국회와 정부가 이 마땅한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어서 참여연대를 비롯한 국민 운동에 참여한 단체들과 시민들은 주말에 다시 거리로 나섰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또 다른 제보자가 나타났다. 11월 19일 참여연대 느티나무 강당에서 삼성재벌이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이용철 변호사에게 뇌물을 줬던 사실을 밝히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뇌물을 받고 분노한 그는 사진을 찍어서 자료로 남기고 뇌물을 다음날 바로 돌려줬다.

이 때문에 삼성재벌은 아마도 발칵 뒤집어진 모양이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라는 진리를 삼성재벌은 정말 모르고 있었거나, 우습게 여기고 있었던 듯하다. '삼성X파일'에서 잘 알 수 있었듯이, 그들은 정말 돈으로 세상을 완전히 주무를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던 듯하다. 삼성재벌은 또 다시 '회사에서 지시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회사가 아니라 회장이 지시했을 것이다. 김용철 변호사가 공개한 자료에서 보았듯이, 이건희 회장은 뇌물을 전하는 다양한 방식을 친히 '교시'하지 않았는가?

삼성재벌과의 유착에 관한 온갖 의혹을 강력히 부정했던 청와대로서도 이용철 변호사의 제보는 난감한 사안이 아닐 수 없을 것 같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재판과 대선자금 수사가 벌어지고 있던 상황에서 삼성재벌은 반부패정책을 책임지는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 뇌물을 건네려고 했다. 그렇다면 다른 비서관들이나 측근 정치인들에게도 뇌물을 건네지 않았을까? 이 대목에서 검찰은 작은 부분이고 직접 이해관계가 걸린 재경부나 국세청이 훨씬 규모가 컸다는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을 깊이 음미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는 이른바 '삼성 장학생'의 의혹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여기서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의 '활약'에 거는 기대가 사뭇 커지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지난주부터 계속 특검법의 핵심은 '당선 축하금'이라면서 양도성예금증서의 일련번호를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2004년에도 같은 주장을 했다가 결국 '뻥'으로 밝혀졌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러니 이번에는 자신을 위해서, 한나라당을 위해서, 그리고 나라를 위해서, 홍준표 의원은 확보한 일련번호를 즉각 공개해야 한다.

삼성재벌의 문제는 불법승계에서 비롯된다. 세계적인 거대기업을 막대한 탈세의 방식으로 불법 승계한다는 것은 참으로 미개하고 야만적인 짓이다. 이 작업을 총기획하고 총연출한 장본인으로 꼽히는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전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잘못이 드러날 때마다 해외로 도망가기 때문에, 우선 이들에 대한 출국금지조치부터 당장 취해져야 할 것이다.

삼성재벌이 불법경영을 통해 조성한 막대한 비자금으로 전방위 불법로비를 펼쳤다는 사실은 '삼성X파일'로 이미 드러났다. 그로부터 2년여의 시간이 흐르고 김용철 변호사와 이용철 변호사에 의해 이 사실은 많은 자료와 증언으로 적나라하게 입증되었다. 이제 추미애 전 의원도 거액의 선거자금을 제안한 사람이 누구인가를 밝혀야 할 때가 되었다. 삼성재벌을 바로 세워야 나라가 바로 서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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