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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은 다 좋다?…그런 '믿음'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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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은 다 좋다?…그런 '믿음' 버려야"

[재반론] 제대로 된 '약제비 적정화 방안' 필요해

정부가 논란 속에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실시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 2006년 12월부터 시행한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보험 급여 대상 약품을 미리 결정하는 '선별 등재(포지티브리스트)' 방식을 도입해 큰 논란이 되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제약기업이 적극 이 정책을 반대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의료계도 양분돼 찬반 논란이 계속됐다. 한편에서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미흡하다며 외국계 제약기업의 신약 약값을 더욱더 강력히 통제할 것을 주장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이런 식의 약가 통제 정책으로는 정책의 목적인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아끼는 데 기여할 수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지난 6일 이형기 교수는 "정부의 1년이 지난 시점에서 평가해 보건대, 이런 식의 약가 통제 정책은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아끼는 데도, 환자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관료를 위한 정책일 뿐"이라고 주장했다(☞관련 기사 : "약가 '통제', 관료 기득권 지키려는 발버둥인가?"). 이 교수의 주장을 보고 보건복지부 현수엽 보험약제팀장은 즉각 반론을 보내왔다(☞관련 기사 : "다국적 제약업체와 싸워 얻은 성과, 폄훼 말라").

13일 이형기 교수가 다시 변론을 내놓은 데 이어(☞관련 기사 : "'싸구려 애국주의'에 호소 말고 '근거'를 대라") 정부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반쪽짜리"라고 비판해온 '건강 사회를 위한 약사회' 신형근 정책기획국장이 이형기 교수를 비판하는 글을 보내왔다. 신 국장은 "신약은 꼭 효과가 좋지도, 필요하지도 않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개별 약값 뿐만 아니라 약의 사용량까지 적정화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프레시안>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이런 토론이 더욱더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면서 앞으로도 이해당사자, 전문가의 토론을 지상 중계할 예정이다. <프레시안>

2006년 12월부터 이형기 교수는 정부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비판했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저해할 것이고 제도 시행이 약제비 지출을 줄이지 못할 것이고 관료의 통제만을 강화시켜 국민과 환자를 보건의료의 패자로 만드는 정책이라는 것. 그러나 나는 이형기 교수와 생각이 다르다.

신약은 가격이 비싸야만 하나?

애초부터 국내 약값은 높게 책정되도록 설계되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의 약값을 참조하여 가격을 매겼기 때문에 신약의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또 신약의 39%가 1개국의 약가만을 참고할 만큼 신약의 유입 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가격을 제대로 평가할 수도 없었다.

2006년 '건강 사회를 위한 약사회' 자료를 보면, 혁신적 신약 글리벡, 이레사, 엔브렐주, 벨케이드주의 국내 가격은 미국의 연방정부에서 운영하는 FSS, BIG4(Department of Veterans Affairs(VA), the Department of Defense(DoD), the Public Health Service(PHS), and the Coast Guard)보다 가격이 더 비쌌다.

예를 들어보자. 대표적인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은 2006년 기준 국내 가격이 2만3045인 반면 BIG4 가격은 1만2490원으로 2배가량 차이가 난다. 오히려 약가 평가의 부실함으로 인해 약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미국보다 높은 가격으로 의약품을 구입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미국 NIHCM(The 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Care Management)재단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1989년부터 2000년도까지 미국에서 나온 모든 신약을 조사한 결과 24%만이 '유의미하다'라는 판단을 받았다. 1995년 이후로 판단하면 그 비율은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와 있다.

새로 출시되는 약들이 기존의 약과 비교하여 별로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신약이 기존보다 나은 '효과가 있다'라는 것을 증명하여야 걸 맞는 약값을 주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이 아닐까?

신약이라고 다 효과 좋고 필수적인 약일까?

이형기 교수는 신약은 상대적으로 고가이며, 도입 초기에 신약의 진정한 혁신성을 판단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과제라고 말하였다. 그러면 기존에 나온 약보다 효과나 안전성 면에서 애매한 약을 혁신적 신약이라 우대하여 가격을 높게 인정해야 하나?

2006년도에 혁신적 신약의 지위를 받았던 폐암 치료제 이레사의 가격을 가지고 제약회사와 정부, 시민단체 간의 법정 소송이 있었다. 정부가 이레사의 효과가 불분명하고 부작용이 심해 혁신적 신약의 지위를 박탈하고 가격을 내리자, 제약회사가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이 진행된 것이다.

결과는 제약회사의 패소였다. 사실 이 약은 서구에서 거의 처방되지 않으며 동양인에게도 그리 효과적이라고 판단할 만한 근거가 없었다. 이처럼 그동안 혁신적이지 못한 신약의 가격을 높게 인정해 결과적으로 국민의 불필요한 재정을 낭비한 것이다. 이런 사례는 이레사 말고도 많다.

혁신적 지위를 받았던 '바이옥스'라는 관절염약은 심각한 부작용으로 인하여 시장에서 퇴출되었다. 또한 당뇨병 치료약 '아반디아'와 COX-2저해제 '쎄레브렉스'는 계속적으로 안전성 논란에 휘말린 약이다. 신약이라고 하여 이전보다 효과가 우수하다라고 하는 보장은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최근에는 블록버스터급 신약 출시가 어렵다보니 기존의 약들을 조합하거나 개량하여 신약으로 내놓으며 시장의 독점을 가속화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많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약값의 평가는 필수적이다.

약가 통제가 제약산업의 몰락?

이형기 교수는 호주와 캐나다의 예를 들며 제약산업의 쇠퇴를 약가 통제에서 찾고 있다. 호주와 캐나다의 경우는 (맞는지 틀린지를 떠나) 우리나라에는 별로 해당이 안 될 것이다. 세계 의약품 시장은 북미, 유럽, 일본이 전체 90%정도의 규모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1.8% 정도에 해당하는 미미한 규모를 가지고 있다.

말 그대로 신약을 개발하여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우리나라 약가 제도와는 하등 상관없는 일이다. 약가 정책이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국내 제약산업이 몰락할 것이라는 판단은 과도한 해석이다.

더불어 우리나라는 1987년 물질 특허 도입 이래 용도 특허, 조성물 특허, 제법 특허 등 특허를 강화시켜주었다. 또 4년, 6년이라는 자료독점권을 1995년부터 도입해 의약품 안전성ㆍ유효성 관련 자료 보호를 강하게 해주고 있다. 더구나 허가 심사 지연에 따른 특허 연장도 해 신약에 대한 독점을 잘 보장해주는 나라이다. 이런 매력적인 시장을 의약품 가격을 규제한다고 하여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포기할까?

그리고 국내 제약산업은 2007년도에 더욱 성장할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국내 유력 증권사의 제약관련 애널리스트들은 2006년 리포터를 통해 2007년 제약시장은 제도적 불확실성 해소와 견고한 매출 수익 증가에 힘입어 인기업종으로 거듭 부각될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증권사들은 공통적으로 올 한해 특허 만료 예정인 대형 처방약의 제네릭(복제약) 출시를 통한 성장 모멘텀이 뚜렷하고 중국, 유럽 등 해외 사업 부문으로부터의 실적 기여도가 빠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큰 상위 제약사들이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약산업이 고령화, 소득 수준 향상, 삶의 질에 대한 관심 증가 등으로 의약품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제약회사에게 무리한 규제인가?

현행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정말로 제약회사에게 무리한 규제인지 살펴보자. 제약회사가 받고자 하는 가격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내에 있는 급여평가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한다. 급여평가위원회는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보건경제학회, 소비자 단체, 정부에서 추천한 자로 구성된다. 나름대로 전문가로 구성된 그룹이다. 급여평가위원회에서 인정된 의약품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 협상을 거쳐 복지부 내에 있는 급여조정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한다.

제약회사는 각 결정 단계에서 이의 신청을 할 수가 있으며 보험 등재가 탈락되었더라도 급여조정위원회에 다시 회부할 수가 있다. 그리고 행정에 대한 불복으로 행정심판이라는 사법의 심사를 받을 수가 있다. 2006년도에 있었던 이레사 소송이 대표적인 예이다. 제약회사가 최소한 3번 정도의 자기의 의견을 피력할 수가 있는 것이다.

만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가 비준이 된다면 독립적 이의 검토라는 리뷰를 다시 한 번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절차가 갖추어져 있는데 제약회사에게 마냥 불리한 제도라고 규제 중심의 제도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한편 한미 FTA가 비준되면 이형기 교수가 우려하는 일은 절대로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특허 의약품 가치 인정, 특허의 연장, 자료독점권의 강화, 독립적 이의 신청 기구 설치 등으로 다국적 제약회사에게 매우 유리한 조건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보건의료 단체들은 이율배반적인 약제비 적정화 방안과 한미 FTA를 동시 추진한 정부를 비판하고 한미 FTA 중단을 요구하였던 것이다.

제대로 된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필요하다

이형기 교수가 지적한 약가 인하가 반드시 약제비 지출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는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프랑스의 경우는 약의 사용량이 증가하여 약제비의 지출이 증가한 사례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매년 늘어나는 약제비의 증가 원인으로 약의 사용량 증가로 보고 있는 최근 자료가 많이 있다. 현재 정부가 구사하고 있는 약제비 절감정책은 개별 약값만을 규제하는 것이어서 의약품 사용량에 대한 합리화 방안이 없는 반쪽짜리 정책이다.

따라서 의약품의 사용량을 적정화할 수 있는 정책을 시급히 도입하는 것이 실질적인 약제비 지출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당연히 불필요한 약제비를 줄이면 남는 재정으로 급여 확대를 할 수 있고 이것은 결국 국민에게 이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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