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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장학생'들아, 나도 구속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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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건희 장학생'들아, 나도 구속하라"

[기고] 전태일, 김성환 그리고 이건희

우리는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가
  
  ㉠사실 하나
  이건희 아버지는 돈많은 삼성재벌 총수였다.
  이건희도 삼성재벌의 총수가 되었다.
  이건희 아들 이재용 또한 삼성 재벌 총수가 될 예정이다.
  
  김성환 아버지는 가난한 농사꾼이었다.
  김성환도 가난한 노동자가 되었다.
  김성환 아들딸이 어떤 사람이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 사실 둘
  이건희는 범죄자다. 역대 대통령에게 이건희는 빠짐없이 뇌물로 천문학적 숫자의 돈을 주었다. 3년 전인 2005년에는 문화방송 이상호 기자의 '엑스파일(X-file)' 문서 공개로 그 사실의 일단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런데도 온갖 불법 탈법을 저지른 이건희는 감옥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오히려 이상호 기자만 엉뚱하게 불구속 기소되었다. 물론 이건희의 아버지인 이병철도 사카린 밀수 등 범죄자였고 온갖 범죄 행위로 재산을 축적했다.
  
  김성환은 범죄자가 아니다. 김성환은 사회정의를 위해, 돈 없고 배경 없는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권리를 누리면서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비판하면서 삼성일반노조를 만들었다. 그런데 김성환은 엉뚱하게도 이건희와 삼성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구속돼 지금도 감옥에 갇혀 있다. 물론 김성환의 아버지는 범죄자가 아니었으며 평생 자신의 땀과 노동으로 가족을 부양하던 이 땅의 농민이었다.
  
  ㉢ 사실 셋
  이건희는 고려대에 400억 원을 기부하고 어윤대 고려대 총장으로부터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받으러 갔다가 학생 시위대의 저지를 받았고 이 때문에 학위 수여식을 총장실에서 약식으로 치렀다. 이 사건으로 학생 7명이 출교 조치를 당했다.
  
  김성환은 국제 인권단체 엠네스티로부터 2007년 올해의 양심수로 선정되었다. 그리고 올해 또 전태일노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오늘도 여전히 똑같은 전태일들…
  
  2003년 6월 5일 삼성SDI 부산 공장에서 노사협의회 위원장 선거가 있었다. 그날 밤 삼성 SDI 노동자 3명이 승용차에 휘발유를 실은 채 회사 본관으로 돌진해 들어갔다. 그리고는 승용차에 불을 질러 그 속으로 뛰어들어 분신을 시도하는 충격의 사건이 발생했다. 결국 이들 가운데 두 명이 중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가고 말았다.
  
  이들은 도대체 왜 이렇게 목숨을 던지는 무모한 일을 저질러야 했을까. 답은 너무도 뻔하다. 삼성재벌이었기 때문이다. 삼성은 노동조합도 아닌 노사협의회 선거에 개입, 돈과 인사고과를 빌미로 아예 처음부터 회사 입맛에 맞는 사람을 노사협의회 위원으로 당선시키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상상을 넘어서는 삼성의 부도덕하고도 못된 짓에 대해서는 노조 관련 삼성노동자 휴대폰 위치 추적 등등 널리 알려져 있으므로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이 사건이 일어나자 당연히 김성환 위원장은 삼성의 부당함을 알리고 시대착오의 무노조 경영 방침에 대해서 항의하고 이를 널리 알리는 노동조합 활동을 활발하게 벌여나갔다. 그런데 그것이 명예훼손이라고 삼성은 김성환 위원장을 법원으로, 그것도 김성환 위원장이 살고 있는 인천이 아니라 울산으로 끌어내려서는 결국 감옥에 집어넣고 말았다.
  
  울산은 '삼성 장학생' 검사, 판사들이 아주 구린내를 확실하게 풍기면서 번식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한 곳이었고 결국 그 소문은 김성환 위원장의 구속으로 현실화되고 말았다. 삼성의 고소는 김성환 위원장이 "삼성을 비방할 목적으로 삼성SDI주식회사의 노사협의회 위원장 선거 개입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또 삼성의 노조 탄압이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무노조를 유지하기 위하여 노조설립을 시도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온갖 탄압을 동원하고 있다는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삼성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재판 진행 과정에서 검찰 스스로 삼성의 무노조 방침과 관련된 부분에 대하여는 허위 사실이 아니라고 인정하여 공소 사실을 변경하고 말았다. 아무리 삼성 장학생이라도 도무지 말도 되지 않고 있지도 않은 범죄사실을 만들려 하니 오죽했으랴. 결국 재판의 쟁점은 김 위원장의 삼성에 대한 비판 행위가 그저 삼성을 헐뜯기 위한 비방인지 아니면 정당한 노조 활동인지의 여부로 모아지게 되었다.
  
  울산의 판사는 김성환 위원장에게 유죄를 인정하여 징역 5개월의 실형을 선고하였다. 그날은 대한민국 법원이 돈다발에 무릎을 꿇고 사법 정의가 돈다발에 짓눌려 죽음을 당한 치욕의 날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법원 판사들이 앞으로 수없이 맞아야 할 석궁 화살의 시위가 떠난 날이기도 하다.
  
  1970년대 노동운동은 전태일의 인간 선언으로 다시 부활한, 노동자가 사람답게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때 노동자들은 기업주뿐만 아니라 과감하게 독재정권에 맞서 싸웠다. 오늘날 독재정권은 무너지고 적어도 정권만큼은 민주화 되었다고 하는 21세기에 들어서서도 노동자들은 여전히 사람다운 삶을 살자고 외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어떤 민주정부 10년이었기에 아직도 노동현실은 1970년이란 말인가.
  
  들어라 주구들아!
  
  적어도 이건희와 삼성재벌의 영토에 들어서면 대한민국은 없다. 대한민국의 헌법도 법률도 상식도 통하지 않는 치외법권의 무법지대가 삼성재벌 공화국 영토이다. 있다면 아직도 노조는 빨갱이의 짓이라고 무노조를 고수하는 1970년대의 시계만 있을 뿐이다.
  
  이건희는 얼마나 돈이 넘쳐나는지 아예 돈으로 된 떡을 만들어 차떼기 정당이나 이회창 같은 '대쪽(?)' 정치인들, 성경에도 나오는 세리와 재경부의 벼슬아치들, 석궁 화살이 날아와도 눈 깜짝 하나 안하고 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판ㆍ검사에게 수시로 떡을 뿌리라고 지시한다.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을 부정하는 이건희 어록만이 삼성의 헌법인 셈이다.
  
  도대체 '삼성공화국'이라는 '공화국'을 결성, 대한민국의 질서와 안녕을 위태롭게 하는 조직 폭력배의 쿠데타 모의 수괴를 대한민국 헌법을 집행하는 입법, 사법, 행정부는 내버려 두고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삼성의 '구조본'인지 뭔지 하는 조직을 조직 폭력배 조직이라 하지 않으면 무엇이라 말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제대로 된 민주공화국을 만들기 위해 부정과 비리와 부패와 싸운 김성환 위원장 같은 사람을 구속시키는 사법부는 누구를 위한, 누구의 사법부란 말인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주구(走狗, '달리는 개'라는 한자말)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일본제국주의의 주구 이완용' 등 친일파를 지칭할 때 요긴하게 사용하는 아주 쓰임새 있는 말이다. 오늘날 삼성의 떡값을 받은 일부의 판ㆍ검사, 관료, 정치인들은 이른바 삼성 장학생이라고 점잖게 불린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것은 법의 영혼을 돈다발에 팔아먹은, 대한민국의 헌법을 돈다발로 유린하고 예수를 팔아넘긴 창녀들의 짓이나 다름없다.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을 생각하면 우리는 주구라는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을 삼성의 주구라고 말하지 않으면 누구를 주구라고 한단 말인가.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외치며 쓰러져갔다. 김성환 위원장은 지금 삼성재벌과 이건희의 범법 행위에 대해 처벌하라고 외치며 감옥에 갇혀 있다.
  
  이건희가 범죄자라면 당연히 구속해야 한다
  
  삼성은 시민ㆍ사회단체까지도 매수하려고 했다고 한다.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인지 무엇인지 '삼지모'라고 불리는 조직에 선정된, 자랑스러운 유명 시민사회운동가들은 지금 무엇을 지켜보고 있는 것일까.
  
  부의 대물림은, 그것도 피 묻은 부의 대물림은 우리 사회의 암세포이다. 이런 암세포는 치료를 해야 한다. 에버랜드 사건은 명쾌하게 조사되고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마땅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삼성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몇 %이고 삼성의 수출액이 얼마이고 삼성에 고용된 노동자가 몇 십만 명인데, 재벌 총수가 그 정도 일탈은 불가피하며 어느 정도 인정해주어야 한다는 말도 있다. 경제성장 만능주의에 중독된 많은 일반 시민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일부 언론은 아예 홀딱 벗고 나서서 이건희와 삼성의 범죄 행위를 옹호하기도 한다.
  
  정당한 기업 경영과 정당한 경쟁과 정당한 권리 행사야 누가 무엇이라고 하겠는가. 문제는 범죄 행위이다.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노동조합의 활동을 부정하고 온갖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를 방해하는 것은 범죄 행위이다. 솔직히 이건희와 삼성재벌이 이른바 이병철의 유언이라고 말해지는 무노조 경영 방침을 유지하기 위해 쓰는 비용은 아마도 천문학 숫자에 가까울 것이다. 이런 돈을 기술 개발에 쓴다면 아마도 삼성의 미래는 더욱 나아질 것이다.
  
  김용철 변호사의 고백으로 촉발된 삼성의 부정과 부패, 범죄행위는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김성환 위원장은 마땅히 석방되어야 한다.
  
  '나를 구속하라!'는 운동을 벌이자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의 투쟁은 정의의 투쟁이었다. 김성환 위원장이 무노조 삼성을 비판한 발언이 삼성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법원은 판결을 내렸다. 도대체 이 나라 법의 해석이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단 말인가.
  
  전태일노동상 수상자로 김성환 위원장을 선정하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전태일의 고귀한 사랑의 정신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오늘도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고 거리에서 붕어빵을 팔던 노점상이 목을 매고. 참으로 목불인견의 죽음의 행렬이이어지고 있다. 너무나 많은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가 죽음과 죽임의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전태일이 외쳤던 공동체정신으로 다시 되돌아가 서로서로를 보듬어 안고 다시 사회정의와 사랑의 촛불을 들어야 한다.
  
  김성환 위원장을 석방시키기 위해 우리는 초심으로 돌아가 김성환의 삼성 비판을 모두가 한 입으로 외쳐야한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나서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나서야 한다. 나도 구속시키라고.
  
  전태일 37주기를 맞아 참으로 비통한 심정으로 다시 전태일의 육성을 듣는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꿈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 무고한 생명체들이 시들고 있는 이때 한 방울의 이슬이 되기 위하여 발버둥치니…. 하느님, 긍휼과 자비를 베푸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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