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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씨, '명박천' 하나로도 모자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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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씨, '명박천' 하나로도 모자랍니까?"

홍성태의 '세상 읽기' <11> 경부운하 공약과 오만의 정치

경부운하 공약에 대한 불안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경부운하로 국운융성을 이루겠다며 경부운하 공약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그를 지지하는 사람조차, 그의 여러 부패 의혹에 대해 참을 수 있다는 대범한 사람조차, 경부운하 공약의 무모성에 커다란 불안을 나타내고 있다.

경부운하 공약은 다수의 국민을, 아니 이 나라 전체를 커다란 불안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2007년 10월 23일, 결국 전국의 시민·사회단체는 경부운하 공약의 철회를 요구하고 나서게 되었다.

경부운하의 핵심은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부산에서 서울에 이르는 553km의 물길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운하는 단순히 물길을 잇는 것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운하는 거대한 토건 구조물이다. 우선 한강과 낙동강의 바닥과 강변을 일정한 깊이와 너비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강변은 시멘트를 처발라서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한마디로 살아 있는 강을 크게 망가뜨려 갑문 등의 기계 장치가 설치된 거대한 시멘트 수로로 만드는 것이 운하이다.

따라서 운하의 가장 큰 문제는 반생태성에서 찾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는 경부운하가 반생태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낙동강의 수질을 개선하고 아름다운 생태 관광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주장조차 들려온다.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정말로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이 나라에서 환경운동은 아예 없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의 주장이 결코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이야말로 명백한 사실이다. 경부운하는 거대한 자연 파괴일 수밖에 없다.

강은 단순히 흐르는 물을 뜻하지 않는다. 물뿐만 아니라 바닥과 강변도 강을 이루는 본질적 요소이다. 잘 살아 있는 강을 파괴하면서 '생태', 운운하는 것은 정말이지 국민을 우롱해도 너무나 심하게 우롱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인공 환경에서도 생물은 살 수 있기 때문에 '인공 생태' 또는 '합성 생태'라는 말도 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자연을 파괴하면서 생태를 살리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생태는 자연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 2005년 6월 서울시장 당시 청계천 통수식에 참가해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이명박 후보. ⓒ프레시안

이명박 후보는 청계천의 경험을 내세워서 경부운하의 정당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청계천도 생태적 복원과는 거리가 멀기만 하다. 한강물을 억지로 끌어올려 내려 보내는 것이 현재의 청계천이다. 그것은 하천이 아니라 '옆으로 누운 분수' 또는 '세계에서 가장 긴 분수'일 뿐이다. 청계천의 복원을 기념한다며 마련한 국제학술대회에 참여한 외국 전문가도 청계천을 하천으로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이명박 후보는 청계천을 복원한 것이 아니라 청계천을 없애고 그 자리에 세계에서 가장 긴 분수를 만든 셈이다. 이 때문에 나는 그것을 '청계천'이 아니라 '명박천'으로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후보는 청계천보다 경부운하가 더 쉽다고 말했다. 나는 이 말을 듣고 그만 아연해지고 말았다. 이명박 후보는 시민위원회의 올바른 복원 요청을 무시하고 청계천 5.84km의 개발을 강행했다. 이 때문에 그는 형사 고발되기도 했다. 그런데 그는 이제 553km의 개발 사업을 5.84km의 개발사업보다 더 쉽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국토와 민족의 역사를 고스란히 아로새긴 거대한 역사적 유산이 바로 한강과 낙동강이다. 이곳을 청계천 방식으로 개발하겠다는 것은 너무나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명박 후보의 주장대로 경부운하를 단기간에 건설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니와, 사실 어떻게 건설되더라도 그것은 우리 국토와 민족을 '역사의 고아'로 만들고 말 것이다.

경부운하는 경제적으로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다. 이명박 후보의 장밋빛 약속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이 조목조목 비판했으나, 이에 대해 이명박 후보는 설득력 있는 반론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조목조목 비판할 것도 없다. 이재오 의원의 주장과 달리 조목조목 따지지 않더라도 경부운하의 문제는 너무나 명확하다. 세계는 지식경제로 치달리고 있는 데, 우리는 언제까지 불도저와 포크레인에 매달릴 것인가? '토건업 출신 티를 내는 것이냐'는 이한구 의원의 지적은 사실 정곡을 찌르는 비판이 아닌가?

경부운하는 21세기 지식경제가 아니라 70년대 개발주의를 향한 거꾸로 질주가 될 것이다. 경부운하를 주장하는 것은 사실 고속도로에서 역주행하며 이것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는 격이 아닐까? 경부운하는 이미 병적인 상황에 놓인 토건국가의 문제를 극도로 악화해서 토건공황을 유발할 수 있다. 한국 경제는 하루빨리 토건경제를 넘어서 지식경제로 나아가야 한다. 이미 전국에서 766개의 대규모 공공건설이 전개되고 있으며, 그 사업비는 무려 720조 원이 넘는다. 이런 병적 상황을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가?

토건경제의 이면에는 부패경제가 있다. 부패수준으로 보았을 때, 한국은 일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 이하 국가들과 같은 수준이다. 경제적 수준에 걸맞지 않은 사회적 수준의 문제가 여기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런데 부패의 요인을 살펴보면, 역시 토건경제의 영향이 막대하다. 청계천 5.84km 구간의 재개발과 관련해서 막대한 부패문제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양윤재 전 부시장이 5년형을 확정 받고 수감되어 있다. 경부운하는 무려 553km에 이른다. 그러니 더욱 더 거대한 부패문제가 발생하게 되지 않을까?

생태적으로, 문화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경부운하 공약은 잘못되었다. 이명박 후보는 국민의 뜻에 귀 기울여야 한다. 틀린 것을 옳다고 자꾸 주장하는 모습은 어쩐지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자는 틀린 것을 틀렸다고 인정하고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지도자이다. 시대는 틀린 것을 결코 인정하지 않는 '오만의 정치'가 아니라 틀린 것을 올바로 인정하는 '슬기의 정치'를 요구한다. 이명박 후보는 개발의 지도자가 아니라 발전의 지도자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경부운하는, 우리 국토 나쁘게 나쁘게, 우리 국민 어렵게 어렵게, 그리고 우리 경제 약하게 약하게, 만들 것이다. 압도적인 지지율로 보았을 때, 이명박 후보가 구태여 잘못된 공약을 계속 강행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것은 경부운하에 대한 불안을 키우는 것을 넘어서 이명박 후보의 민주성에 대한 우려까지 키우지 않을까? 한강과 낙동강은 불안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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