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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대출 위기 '괴담'의 진원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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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부동산대출 위기 '괴담'의 진원지는?

맹종하는 '부동산 불패 신화'…거품으로 흥한 금융, 거품으로 망할라

70조 원 규모의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시장이 부실 위기에 처했다는 경고가 연일 금융가에 울려 퍼지고 있다. 제2금융권의 PF 대출 연체 증가, 중견 건설업체들의 잇단 부도, 미분양 주택의 증가 등으로 최근 부동산 PF 시장이 크게 술렁이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PF란 금융회사가 아파트·상가 등 부동산 개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건설업체에 대출해 준 후 분양대금으로 이를 회수하는 금융기법이다.
  
  정부는 부동산 PF 부실화 우려가 어디까지나 '괴담'이라며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재계를 중심으로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건설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전매제한 과 같은 부동산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나 경기 부양책 미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값이 한도 끝도 없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머니게임'에 뛰어들었던 금융회사와 건설업체들의 '부동산 불패 신화', 그리고 주택 공급을 활성화한다며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적극 장려했던 금융 당국의 '모럴 해저드'에 있다는 지적이다.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이란?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 대출이란, 금융기관이 특정 사업(project)의 수익성과 미래 현금창출 능력을 담보로 자금을 제공한(financing) 후, 사업 종료 후 일정 기간 동안 발생하는 수익으로 이를 회수하는 금융기법이다. 토지나 건물을 담보로 하는 일반 기업금융과 달리 사업 주체의 신용을 담보로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1930년대 미국에서 석유탐사·개발과 같은 대규모 사업의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으로 처음 등장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 산업은행이 신공항고속도로 건설사업을 주도하면서 최초로 시행했다.

  대출 연체 급증…건설사 연쇄 부도…아파트 미분양 속출
  
  부동산 PF 부실을 알리는 경고음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PF 대출 비중 및 연체율의 증가 △미분양 주택의 전국적인 증가 △건설업체의 연쇄 도산 등 크게 3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6월 말 현재 저축은행의 PF 대출 규모는 12조5000억 원으로 총대출의 29%에 달한다. 2002년 카드채 부실 등 개인 신용위기로 타격을 입은 저축은행들을 회생시킨 것이 PF 대출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그 비중이 높다. 제1금융권인 은행의 경우 PF 대출 비율은 3.5% 내외다.
  
  대출 비중만 높은 것이 아니다. 대출 연체율도 높다. 6월 말 현재 저축은행의 PF 대출 연체율은 13%로, 은행의 0.19%에 비해 훨씬 높다. 게다가 저축은행의 PF 대출 연체율은 2005년 말 9%에서 지난해 말 10.3%, 올해 6월 말 13%로 계속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최근 상장 저축은행들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PF 대출 규모가 3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캐피털사도 요주의 대상이다. 아울러, PF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해서 발행된 22조 원 규모의 유동화 증권 시장도 2차적인 위기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유동화 증권이란 금융기관이 대출 채권을 증권·기업어음 형태로 사모펀드나 투자은행에 매각한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제2금융권이 흔들리는 것은 최근 건설업체들이 줄줄이 도산을 하고 있는 것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지난해 말 세창을 시작으로 최소 7개의 중견 건설업체가 도산했다. 비콘건설, 삼익, 한승종합건설, 신일, 세종, 동도건설 등 지방의 유수한 중견업체들이 여기 포함됐다.
  
  건설업체들의 도산은 주택 미분양의 양면이기도 하다. 올 6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8만9924가구로 전월보다 1만1353가구(14.4%)가 늘었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말의 10만 2701가구 이후 최대의 물량이다. 미분량 물량의 93.8%는 지방에 집중돼 있지만, 최근에는 수도권에서도 미분양 사태가 나고 있다.
  
  정부 "부실 규모 작다"만 되풀이…작다고 무시해도 될까?
  
  앞으로도 전망은 밝지 않다. 주택업계는 올해 안에 미분양 주택이 10만 가구를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부도 처리될 건설업체도 늘어날 전망이며, 광주의 대주건설이 다음 도산 업체로 거론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금융권을 통해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같은 경고에 대한 정부 금융 당국의 목소리는 한결같다.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우리나라 파생금융 시장의 발전 정도가 선진국만큼 정교한 수준이 아니라서 그 파급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또 부실 규모 자체가 별로 크지 않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노태식 부원장보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금융권의 6월 말 현재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약 70조원으로 총 대출의 4.8%, 총 자산의 2%에 불과해 관리 가능하며 과다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로 떠들썩한 미국에서도 전체 모기지 대출 시장에서 서브프라임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조4000억 달러), 그 중에서도 부실 대출은 총대출의 13∼14%(2000억 달러)일 뿐이다. 그 미미한 부실이 미국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을 교란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PF발(發) 금융위기는 아니더라도…
  
  재계와 주요 언론은 '부동산 PF발(發) 금융위기'는 없을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에 어느 정도 공감을 표하면서도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큰 일이 날 것이라며 정부를 채근하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란 부동산 관련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건설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정책을 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부동산 PF 대출 '괴담'에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한국의 금융권이 부동산 거품에 과다하게 의존하는 방식으로 외형 성장을 거듭해 왔다는 점이다. 지난 몇 년 간 은행권은 건설업체들에 리스크 등의 명목으로 별도의 수수료를 요구하며 통상적인 대출금리보다 높은 8~12%대의 금리를 받았다. 수익성이 높다는 소문이 나자 저축은행과 캐피털사들도 이에 가세했다.
  
  그 결과, 은행 대출을 기준으로 할 때 6월 말 현재 주택담보 대출과 건설·부동산 서비스업 관련 대출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2%나 된다. 총대출의 4.2%에 해당하는 부동산 PF 대출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즉, 문제의 핵심은 부동산 PF 대출의 비중이나 구조적 성격이 아니라 건설과 부동산업에 대한 한국경제의 과다 신용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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