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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샤일록도 울고 갈 탐욕…누가 막을 것인가"

[기고] 쇠고기, 광우병 그리고 한미 FTA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의 샤일록은 돈을 꿔주는 대신 대출기한을 넘기면 이자 대신 살 '1파운드'를 받겠다고 주장했다. 목숨을 대가로 받겠다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대출기한을 지키지 못한 주인공은 살 1파운드를 가져가는 대신 계약 조건에 없는 피는 한 방울도 안 된다는 주장을 펼쳐 위기를 넘긴다. 살점 1파운드를 가져가면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샤일록은 결국 자신의 욕심을 포기한다.

미국산 쇠고기 위험하다

오늘날 샤일록이 다시 태어난다면 어떻게 할까? 지난 7월 26일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인 등뼈가 발견되었다.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은 변형 프라이온이 고농도로 농축돼 광우병 감염 위험이 큰 물질이다. 뇌, 척수, 안구, 편도, 회장 말단부위 등이 특정위험물질이며 척수와 배근신경절(등뼈 안에 들어있는 신경덩어리, SRM 3.8% 포함)이 들어있는 등뼈 또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이다.

그런데 미국은 등뼈도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이 아니므로 수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 정부 도 법적 근거도 없는 '검역 중단'만을 시행하더니 한 달도 못 돼 검역을 재개하고 수입을 재개했다. 한미 양국 조건이 합의한 수입 위생 조건에 명백히 등뼈가 광우병 특정위험물질로 규정돼 있고, 이 특정위험물질이 발견되면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하겠다고 여러 번 밝혔었는데도 말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소 한 마리의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은 5만5000마리의 소를 광우병에 감염시킬 수 있는 정도의 매우 위험한 독극물이다. 1g 미만, 연구에 따라서는 0.001g만으로도 광우병을 전염시킬 수 있다. 후추 한 알 정도의 광우병 특정위험물질만으로도 광우병이 전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척수와 배근신경절이 들어있는 등뼈에서 후추 한 알, 즉 1g도 안 남기고 척수와 배근신경절을 완전히 뽑아내는 것이 가능할까? 아무리 공들어 분리를 해도 가능하지 않다. 미국의 쇠고기 도축장의 노동자는 최저임금조차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몇 분 안에 소 한 마리를 처리해야 한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서 애초 공들여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더해 검사관은 하루에 수천 마리의 도축소를 검사해야 한다. 등뼈 안에 척수나 배근신경절이 있는 것을 가리는 것은 애초에 관심도 없다.

물론 뼈 없는 쇠고기만을 걸러낼 수도 없다. 아예 갈비뼈나 등뼈가 통째로 들어오는 것도 걸러내지 못한다. 오죽하면 2007년 6월 한 달 동안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 64건 중 48%가 수입위생조건을 위반했겠는가?

거짓말로 대중 현혹하는 전문가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은 수입 중단이 아니라 법에도 없는 '검역 중단'이라는 해괴한 조치를 취했고 미국의 '인간적 실수'라는 말에 한 달도 못 돼 검역을 재개하였다. 더욱이 미국은 검역 재개 다음날 등뼈까지 수입하지 않으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미국의회 비준은 없다고 협박까지 했다. 양국이 합의한 수입위생조건에 따라 수입 중단을 하는 것이 마땅한 마당에 미국의 인간적 실수라는 한 마디 말에 재빨리 검역 재개를 하는 한국 정부의 굴욕적 태도와 한심함, 그리고 자신들이 수입위생조건을 어겼음에도 이제는 아예 등뼈까지 수입하라는 미국정부의 적반하장에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샤일록은 시대를 잘못 태어났다. 샤일록이 오늘날 다시 태어났다면 그는 '등뼈에서 척수와 배근신경절을 단 1g도 남기지 않고 모두 분리해낼 수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살점 1파운드를 떼어내면서 피 한 방울 안 흘릴 수 있다'고 말했던 것처럼 말이다. 바로 이 주장이 한미 양국 정부의 공식적인 의견이다.

미국의 압력을 받아들인 국제수역사무국(OIE)도 등뼈와 골수 및 배근신경절의 완전분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 등뼈를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한국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수입위생조건 개정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 협상은 수입 위생 조건 개정에 반대하는 가축방역협의회 위원들을 배제한 채 이른바 전문가위원회를 소집하여 자문을 구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전문가위원회는 지금까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토론회장에 나와 "자동차를 타도 사고가 날 수 있고 모든 식품은 잠재적으로 위험하다"는 식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옹호했던 인사들이다. 처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결정했던 이 전문가위원회의 위원장 및 상당수의 위원이 황우석 씨의 과학 사기 사건 당시 서울대 수의대 기관윤리위원회(IRB) 구성원으로 황우석 씨에게 면죄부를 주려했던 바로 그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지금도 그러하다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고 그것도 모자라 등뼈까지 수입하려는 작금의 상황이 이렇다. 한마디로 샤일록이 울고 갈 판이다.

이런 상식적으로 납득 되지 않는 조치 뒤에는 거대한 이윤을 거두어가는 세력들이 있다. 한국에 연 1조 원에 이르는 쇠고기를 수출하던 미국의 축산업체와 이들을 대변하는 미국 정부가 그들이다. 또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여 식재료비를 낮춰 더 큰 이윤을 남기는 삼성에버랜드, LG홈에버, CJ 등 대형 급식업체와 이마트, 이랜드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바로 그들이다.

광우병 대란이 다가온다

미국산 쇠고기가 다시 수입된 직후, <조선일보>에는 "내 아들도 미국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데 내가 미국산 쇠고기를 못 먹을 이유가 있느냐"는 한국의 어떤 대학 교수 부부의 쇠고기 시식 장면이 대서특필되었다. 그 대학 교수가 어떤 전공을 한 교수인지는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대학 교수이건 아니건 간에 그는 초등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의사로서 의과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거론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다. "모든 병에는 잠복기가 있다"는 사실은 초등학생도 아는 상식이다. 당장 먹어서 죽지 않는 식품은 안전하다? 이것이 무슨 황당한 망발인가? 중금속을 먹어도 당장 죽지는 않는다. 게다가 인간광우병은 잠복기가 최소한 10년에서 수십 년이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처음 발생한 해는 2003년이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인간광우병이 발생할 시기는 짧게 잡아야 2013년이다. 그리고 지금은 2007년일 뿐이다. 모든 병에는 잠복기가 있고 인간광우병은 10년의 잠복기가 있다는 초보적 과학적 상식조차 무시하는 기사가 신문에 나고 이러한 비과학적 몰상식을 한국 정부가 나서서 유포한다. 아예 우리의 초등학생들에게 당장 먹고 죽지 않는 음식은 안전하다고 교육하는 게 국가정책과 교육의 일관성을 지키는 일일 것이다.

지금 심지어 국제수역사무국의 과학위원회 보고서도 말초신경에서 광우병을 일으키는 변형 프라이온이 발견되었다는 연구가 계속 나온다는 사실을 보고하고 있다. 말초신경은 모든 근육에 존재한다. 따라서 살코기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최근의 학계의 연구 동향이다. 최근 학계의 연구 동향은 살코기에 포함되어있는 저농도의 변형 프라이온이 인체에 어떤 장기적 영향을 미치는가에 집중되고 있다.

더욱이 뼛조각과 뼛조각에 들어있을 수밖에 없는 골수는 이미 영국의 정부의 의뢰에 의해 진행된 실험에서 확인된 바 있다. 38개월짜리 소의 갈비뼈를 갈아 접종한 쥐에서 광우병이 발병한 것이다. 바로 이 실험으로 인해 30개월 미만의 살코기라는 잠정적인 안전 가이드라인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 실험은 벌써 10년 가까이 된 실험이다. 이 연구에서 확인된 것은 뼈와 골수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 이후의 밝혀진 사실은 30개월은 최소한의 조치일 뿐 20개월에서 30개월 사이의 아무런 증상이 없는 소들도 검사결과 200마리 이상이 광우병에 걸려있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는 것이고 살코기도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연구들이다. 다시 말하면 살코기도 뼛조각도 광우병 발생국에서 수입을 안 하는 것이 광우병으로부터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뼈까지 수입할 수 있도록 수입위생조건이 바뀌면 화장품이나 의료 장비에 미국산 소의 부산물이 쓰일 수 있게 된다. 채식주의자라해도 안전하지 않으며 화장품이나 의료 장비도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 중국의 경우 심지어 영국의 포도주까지 수입을 금지한 시기도 있었다. 게다가 아예 등뼈까지 수입한다고?

등뼈를 포함하여 뼈를 고아먹고 이를 귀한 음식으로 여기는 것이 한국인의 음식 문화이다. 광우병 위험이 분명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도 모자라 한국정부는 뼛조각은 뼈가 아니라는 황당한 논리가지 주장한바 있다. 여기에 이제는 아예 살점을 뜯어내도 피 한 방울 안 흘릴 수 있다는 샤일록을 넘어선 해괴한 논리에 기초하여 척수와 배근신경절까지 완전히 제거할 수 있으니 이제 등뼈까지도 수입하겠다고 한다.

누구를 위한 '국익'인가?

검역재개를 다시 시작한지 못되어 또 갈비가 통째로 발견되었다. 미국의 도축 및 가공, 검역시스템은 '인간적 실수'를 수입건수 중 50% 가까이 저지르는 매우 '인간적인' 시스템임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만일 한국 정부가 제정신인 정부라면 미국 정부가 그 반복되는 인간적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되기까지 전까지는 수입중단을 하는 것이 최소한의 조치일 것이다.
▲ 농림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7월29일 선적돼 검역 대기 중이던 미국산 쇠고기 15.5t(1천300상자)을 검역한 결과, 경기도 용인의 한 냉동창고에서 1상자(17.9㎏)에서 수입이 금지된 갈비뼈(통뼈)가 발견됐다고 지난 4일 밝혔다. 해당 쇠고기를 도축한 가공 작업장은 스위프트로 7월31일 갈비통뼈가 검출돼 이미 수출선적 중단조치를 받았던 곳이다. ⓒ연합

그런데 한국 정부는 그 사이에 미국의 도축장과 가공업체들이 안전하다는 수입 위생 조건 개정을 위한 4단계 조치인 현지조사를 어느새 마치고 돌아왔다. 이토록 미국 정부에게 인간적인 한국 정부 밑에서 한국의 검역관들이 밤잠을 설쳐가며 미국 쇠고기의 수입 위생 조건 위반을 적발한다 한들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한미 FTA의 성사를 위해 이렇게 까지 한 국가가 치졸해지고 굴욕적이어야 하는가? 최소 10년 뒤에 닥칠 일이라고 우리 아이에게, 우리 젊은이에게 학교급식과 군대급식을 통해 광우병 위험성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기어이 먹이고야 말겠다는 것인가? 심지어 한미 FTA 협정을 체결한 이 정권은 그렇다 치더라도 얼마 전에 끝난 한나라당의 대통령 경선에서도 그리고 지금 진행 중인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서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광우병 위험성에 대해서는, 그리고 한미 FTA의 앞날에 대해서는 거의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한미 FTA 협상에서 자유롭지 않은 그들도 공범이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심지어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대해 직접 책임을 져야할 전 복지부장관은 한미 FTA 협상을 잘했다고 주장까지 한다. 아마도 한국의 주류 정치인에게는 한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는 미국정부의 눈 밖에 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오직 미국의 카길과 타이슨푸드와 같은 축산기업, 그리고 한국의 삼성, LG등의 급식업체 및 이마트, 이랜드와 같은 유통업체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포기하는 행위일 뿐이다. 한미 FTA가 '국익'을 위한 것이라고? 한미 FTA는 극소수 기업의 이익을 위해 전 국민들을 광우병 위험에 내모는 것일 뿐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당장 중단해야만 하며 한미 FTA는 당장 폐기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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