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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이런 대통령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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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이런 대통령 없습니까?"

홍성태의 '세상 읽기' <1> 대통령의 5가지 조건

도무지 비가 그치지 않는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이상강우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입추가 벌써 지났고 어느덧 오늘이 말복이건만 비만 계속 내리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어떤 것인지 하늘이 가르쳐 주려는 것 같기도 하다. '같기도' 식으로 계속 환경정책을 펴다가는 정말로 파국을 면하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친다. 이런 식으로 우리 사회가, 우리 문명이 과연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을까?

이상강우로 심란한 가운데 대통령 선거를 향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명박과 박근혜는 사생결단을 낼 것처럼 서로 을러대고 있고, 이른바 범여권은 헤아리기도 어려울 만치 많은 사람들이 출마를 선언했다. 이번 대선은 역대 대선 중에서 가장 이상한 혹은 우스운 대선이 될지도 모르겠다. 한편에서는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다른 한편에서는 될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와중에 정작 중요한 정책에 관한 관심은 사실상 증발해 버리고 있다.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제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정치제도이다. 잘 알다시피 대통령이라는 말은 영어 'president'의 번역어이다. 그런데 사실 'president'는 어떤 회의의 의장을 뜻한다. 이를테면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사람이 'president'이다. 그러나 일본에서 'president'를 대통령으로 번역하면서 그 뜻이 상당히 변질되고 말았다. 대통령은 통령 중에서도 '큰' 통령이라는 뜻이다. 통령이라는 말이 명령을 통괄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 대통령은 그 중에서도 큰 통령이니 그야말로 막강한 권력자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우리가 대통령이라는 말에서 회의를 주재하는 민주적 지도자보다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력자를 떠올리는 것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진 강력한 독재자의 이미지가 강하게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대통령'이 처음 사용될 때의 의미를 따져보면 그 말 자체가 이미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대통령이라는 말부터 진지한 성찰의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올바른' 대통령의 다섯 가지 조건

'대통령'이라는 말이 성찰되려면 '대통령'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직책이 우선적으로 갖춰야 할 조건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특히 대선을 몇 개월 앞둔 지금 이런 고민은 꼭 필요하다. 나는 궁리 끝에 올바른 대통령의 조건을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첫째, 진실성이다. 대통령은 무엇보다 진실해야 한다. 대통령은 나라를 좌우하는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다. 그런 사람이 진실하지 않다면, 나라는 위태로워지고 말 것이다. 진실한 사람만이 대통령이 될 자격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무엇보다 먼저 자신이 진실하게 살았는가에 대해 철저히 검증받아야 한다. 대통령이 되고자 출마를 선언하는 그 순간부터 그의 삶 전체는 공적 검증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자기가 먼저 적극적으로 자료를 공개하고 토론에 임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청렴성이다. '돈 정치(money politics)'는 '돈 정치(mad politics)'가 되기 십상이다. 부당하게 재산을 모은 사람이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부패와 투기의 연루자가 대통령이 된다면, 부패와 투기를 과연 처단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재산의 보유 상태와 형성 과정에 대해 철저히 검증받아야 한다. 특히 우리의 정경유착 문제는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다. 민주화에 따라 이 문제가 상당히 약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그 어두운 역사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셋째, 민주성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독재에 시달렸다. 1948년의 정부 수립 이후 독재시대는 무려 44년이나 지속되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제1조를 실현하기 위해 44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말 그대로 피와 땀을 흘려야 했다. 4ㆍ19혁명, 부마항쟁, 광주항쟁, 6월항쟁의 역사는 진정한 민주공화국 확립의 역사이다. 민주주의는 그 자체로 가장 소중한 정치적 가치이거니와 그것을 위한 우리의 역사를 부정하거나 위태롭게 하는 사람은 결코 대통령의 자격을 갖추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넷째, 공생성이다. 오늘날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이루었지만 갈수록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시달리게 되었다. 부자와 빈자, 강자와 약자, 노년과 청년, 남자와 여자가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며 공생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이미 이 사회의 발전을 위한 핵심 과제가 되었다. 우리는 이미 공생을 실현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 재벌로 대표되는 특권층과 부유층의 전횡을 규제하고 중산층과 서민층과 빈곤층이 안정적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복지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다섯째, 생태성이다. 최근의 이상강우로 누구나 절절히 실감하게 되었지만 생태 위기는 오늘날 인류가 처한 가장 중대한 위험이다. 만일 이 위기를 방치해서 생태파국이 도래하게 된다면, 수천만 명은 물론 수십억명의 인류가 삽시간에 목숨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지금 우리는 박정희의 개발독재가 구조화한 강력한 개발주의와 성장주의로 커다란 고통을 겪고 있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고자 한다면, 후진적 개발독재의 유산을 철저히 청산해야 한다. 하루빨리 파괴적 개발에 종지부를 찍고 생태적 개발로 나아가야 한다.

당신은 어떤 대통령을 원하는가?

대통령은 이 나라의 발전을 이끌 가장 중요한 정치가이다. 그러므로 대통령의 책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책임을 따지기에 앞서서 우리는 대통령의 조건에 대해 깊이 따져야 한다. 그리고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이런 생각에서 나는 대통령의 5대 조건을 정리해 보았다. 이것은 이를테면 기본요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후보 선출을 위한 이전투구의 관람자로, 대통령 선거의 단순한 투표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위기에서 벗어나 주권자의 권리를 제대로 지키기 위해 저마나 대통령의 조건에 대해 생각해 보고, 그것을 기준으로 (예비)후보들에 대한 평가와 토론을 활발히 펼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자, 각자 '내가 원하는 대통령'의 조건을 열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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